단조롭고 비슷한 하루라고 생각했는데, 들여다보니 그 빛깔이 저마다 달랐다
요즘은 부지런히 하루를 기록하며 살고 있다.
5년 다이어리에 매일의 짧은 일기를 쓰고 있으며, 1년 다이어리에 그때그때 있었던 일과 떠오른 생각을 적고 있고, 작은 수첩에 매일 오후 3시에 한 일을 기록하고 있다(이건 아사오 하루밍의 '3시의 나'라는 책에서 영감을 받은 것). 그러다 보니 알게 됐다. 내가 하루에 정말 많은 것들을 하고 있으며, 그보다 많은 양의 생각을 한다는 것을.
하루를 마무리하기 위해 묵직한 5년 일기장을 꺼내서 책상에 앉을 때면 고민이 시작된다. 오늘 있었던 수많은 일들 중에서 나는 무슨 이야기를 적어야 할까? '가장 의미 있었던 일'이라고 해도 경쟁자가 많다. 큰 의미였던 일들끼리의 경쟁뿐만 아니라 소소한 일들의 경쟁도 만만치 않은 것이다.
어떨 때는 1년 다이어리에도, 오후 3시 수첩에도 적히지 않은 아주 사소한 일을 적을 때도 있다. 그러면서 생각하는 것이다. '사실 이보다 나에게 중요한 일이 있었는데.' 하지만 같은 일을 중복해서 적는 것보단 적지 않은 일을 적는 게 낫다는 생각이 언제나 이기고 만다. 그렇게 사소한 일 하나가 올해의 0월 0일의 대표 에피소드로 적힌다.
그건 그대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일(생각) 못지않게 소소한 일(생각)도 나의 많은 부분을 구성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언제나 진지하고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생각)만 하다 보면 제명에 못 살지도 모른다.
기록하니 알게 됐다. 나의 하루가 꽤 알록달록하다는 것을. 늘 단조롭고 비슷한 하루라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빛깔이 저마다 달랐다. 다시 읽어보는 행위를 하지 않더라도 기록하며 하루를 복기할 때 흑백에서 무지개색으로 변하는 하루를 발견하는 일은 꽤 근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