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스(Tunis)

꽤나 근사한 대도시를 만났다

by 오행
Sidi Boud Said
Café des Délices(Café Sidi Chabaane)

마침내 튀니지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인 튀니스로 가는 날이 찾아왔다. 우리는 먼저 튀니지의 산토리니라고 불리는 시디 부 사이드(Sidi Bou Said)에 방문했다. 시디 부 사이드는 튀니스주 북부 바닷가에 있는 마을이다.

시디 부 사이드역 근처 유료주차장에 주차한 뒤 중심 거리까지 도보로 이동했다. 주차 요금 지불 방법을 몰라 헤매다가 지나가는 주민분께 여쭤 본 뒤 해결할 수 있었다. (모르면 물어보자!)

우선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카페(Café Sidi Chabaane)로 향했다. 커피가 비싸다고 들었지만 경치가 좋다고 하니 한번쯤 들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걸어서 15분 정도 걸렸는데 언덕길을 올라야 해서 조금 힘들었다.

가게 입구를 지나니 사람들이 북적였다. 바다가 잘 보이는 전망 좋은 자리는 이미 만석이었다. 우리를 안내하는 사람도 없었다. 짝꿍과 나는 우왕좌왕하다가 입구 근처에서 사진만 찍고 카페를 나왔다. 후에 구글에서 카페 리뷰를 확인한 뒤 커피를 마시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가게를 나와 마을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전망대에서 바다를 구경하고 골목 구석구석을 돌았다. 하양과 파랑이 어우러진 마을이 참 예뻤다. 규모는 생각보다 작았지만 그게 매력이었다.

시디 부 사이드

느릿느릿 걸어가다 인기척이 느껴져 뒤를 돌아봤는데 튀니지 소녀들이 나와 짝꿍 사진을 몰래 찍고 있었다. 다른 여행지였다면 살짝 언짢았을지도 모르지만 동양인이 거의 없는 튀니지이기 때문에 그러려니 했다. K-POP 영향인지 수스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었다. 물론 소녀들의 주 관심사는 나보다는 짝꿍이었다.

시디 부 사이드를 한 시간 정도 둘러본 뒤 튀니지식 도넛 가게인 밤발로니 시디 부 사이드(Bambalouni Sidi Bou Said)로 향했다. 짝꿍이 먹어 보자고 해서 별생각 없이 주문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맛있었다. 한국식 찹쌀도넛과 비슷했다. 원래도 찹쌀도넛을 좋아하던 터라 하나를 뚝딱 해치우고 또 하나를 주문했다. 대신 두 번째로 주문할 땐 설탕을 조금만 묻혀달라고 했다. 설탕을 덜 묻혀 먹으니 도넛의 쫄깃쫄깃한 식감과 고소한 맛이 더 잘 느껴졌다.

도넛 두 개로 배를 채운 뒤 Bleue!라는 카페로 향했다. 튀니지에서 방문한 첫 카페였다. 구글 평점이 좋아서 방문한 곳인데 평점이 좋은 이유가 있었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카페 스태프들이 모두 친절했다. 다들 스타일도 좋아서 패션 잡지에서 방금 튀어나온 것 같았다. 역시 어느 나라에나 멋쟁이들은 도시에 몰려 있다.

튀니지식 찹쌀 도너츠
시디 부 사이드의 카페 bleue!에서

음료를 주문한 뒤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창밖 테라스에 독서하는 손님과 하얀 고양이가 앉아 있었다. 의자 위에서 평화롭게 잠을 청하는 고양이를 관찰하다 다시 주변을 감상했다. 느긋한 마음으로 쉬고 있으니 여행하는 동안 쌓인 피로가 사르르 녹았다. 한편으론 아쉬움도 커졌다. 이제 정말 튀니지 여행 막바지에 이르렀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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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디 부 사이드

카페를 나와 다시 주차장으로 걸어갔다. 걸어가는 길에 만난 뭉게구름이 한폭의 그림처럼 보였다. 하얗고 파란 건물들과 구름으로 수 놓인 하늘이 조화롭게 펼쳐져 있었다. 떠날 때가 되니 더 아름답게 보이는 기분이었다. 우리는 마지막으로 해안가 쪽을 드라이브한 뒤 튀니스 시내 방향으로 달려갔다!

Tunis
튀니스 시내

먼저 짐을 내려두러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호텔로 향했다. 이 호텔도 수스에서처럼 경비가 삼엄했다. 튀니스와 수스 모두 매리어트 계열을 이용했는데, 글로벌 브랜드라 보안에 더 신경 쓰는 것 같았다. 체크인을 마치고 바로 공항으로 가 렌터카를 반납했다. 튀니스 시내는 운전이 복잡하다고 해서 일부러 렌터카를 빨리 반납하는 일정으로 잡아뒀었다. 공항부터 시내까지는 볼트를 이용했는데 시내로 갈수록 도로를 빡빡하게 채운 자동차들을 보며 렌터카를 일찍 반납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짝꿍도 적극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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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니스 시내

시내에 도착하니 지금까지 봐 온 튀니지와는 또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튀니지 중부나 남부와는 다르게 프랑스식 건물이 더 자주 보였다. 프랑스 식민 지배의 영향을 많이 받은 듯했다. 조금 많이 복잡한 파리(Paris) 같았다. 그렇다고 튀니지만의 특징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더 볼거리가 풍부하게 느껴졌다. 그냥 거리를 걷고만 있어도 모든 게 새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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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니스 시장과 모스크
튀니스 전경

우리나라의 남대문 시장 같은 재래시장(Souks of Tunis) 골목을 지나 자이투나 모스크에 도착했다. 들어가는 입구를 못 찾고 헤매자 근처에 계신 현지인분들이 열정적인 손짓으로 입구를 가리키셨다. 친절함을 마주할 때 전해지는 울림이 있는데, 이때도 그 울림을 느꼈다. 웃으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모스크 안에 들어갔다. 자이투나 모스크는 지금까지 튀니지에서 봤던 모스크보다 더 기교가 들어간 모양새였다. 모스크 구경을 마친 뒤 볼트를 타고 돌아다니며 튀니스 곳곳을 구경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피곤하지만 힘이 났다.

튀니스에서 본 보름달

호텔로 돌아와서는 사우나를 이용했는데 한국처럼 습식과 건식 사우나 모두 갖춰져 있었다. 사우나 덕분에 피곤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방에 돌아와 보니 크디큰 보름달이 세상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달이 왜 이렇게 큰가 하고 생각해 보니 추석 당일이었다. 서둘러 테라스로 나가 소원을 빌었다. 낯선 땅에서 일상과 멀어진 채 지내서 그런지 별다른 인생 고민이 떠오르지 않았다. 난생처음 소원으로 세계 평화를 빌어 본 날이었다. 제법 거창한 소망과 함께 튀니지 여행의 마지막 밤이 흐르고 있었다.

튀니스 시내에서 공항 가는 길

다음 날 아침이 밝았다. 짧고 굵었던 6박 7일간의 튀니지 여행에 마침표를 찍는 날이었다. 우리는 아침 일찍부터 다음 목적지인 이탈리아 밀라노에 가기 위해 일찍부터 튀니스 공항으로 향했다. 이탈리아로 향하는 설렘과 튀니지를 떠나는 아쉬움이 뒤섞여 오묘한 감정을 자아냈다. 택시 안에서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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