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량특집이랄까
보호자가 종종 찾아와 식사도 함께 도와주시는 분들이 있다.
가족들이 와서 면회 신청해서 같이 밥도 먹고, 어떤 날은 모시고 나가서 하루 쉬고 다시 오시기도 한다.
특히나 우리 요양원은 투석하시는 어르신들이 많아서그러는지 더 젊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으신 곳이다.
어느 날 점심식사 후 어르신이 밖에 나가서 바람 좀 쐬고 싶다고 하셨다. 마침 나도 좀 한가한 시간이라 어르신 그럼같이 나가서 놀다 올까요 하면서 휠체어로 모시고 건물 1층 로비로 나갔다.
로비로 나가서 바깥바람을 쏘여 드렸는데.. 해가 좀 나고 바람도 그럭저럭 선선하니 좋아서 적당한 공터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어르신 얼굴도 편안해 보였다.
조금 바람을 쐬었으니 춥거나 덥거나 보살필 게 있는지 여쭈었더니 누구를 기다려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아 어르신이 잠깐 시간여행 중이시구나’.
"누구를 기다리셔요? 아들이요?"
그랬더니 "현철이, 현철이 기다리자."라고.. 이름을 말해주셨다.
"어르신, 그럼 여기서 만나기로 약속하신 거예요?"
"몇 시에 약속하신 거예요?"
“아니야 그냥 여기서 기다리면 만나는 거야.”라고 말씀하셨다.
점심시간 후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을 보고 학교 갔던 아들을 기다리던 때가 생각이 났나 싶었다.
그리곤 폰으로 흘러간 노래 한 두곡 더 들려드리고 바람 좀 더 쏘이고 다시 요양원으로 돌아왔다.
며칠을 계속 비슷한 시간에 바람을 쏘이자고 하곤 했는데 며칠 후 아내 분이 어르신 식사시간이 맞춰 면회를 오셨다.
며칠 동안 바람 쐬러 다니던 이야기를 해드리니 고맙다고 인사하면서 "아드님 이름이 현철인가 봐요. 내내 기다리시던데요."
라고 물었는데 깜짝 놀라셨다.
"어 어르신이 나가면 매번 현철이를 기다리자고 하셔서, 당연히 아들인 줄 알았어요."
" 아니에요. 친구예요. 죽은 친구."
어르신은 한 달 남짓 계시다가 정말 하늘나라로 가셨다. 점잖으시고 몸도 불편한데도 선생님들을 많이 배려해 주시려고 애쓰시던 분이셨는데 돌아가실 때도 신체 기증까지 해주시고 가셨다는 소식을 들어서 사무실 선선생님들 잠시 뭉클했다.
어르신이 기다리던 친구 분은 만나셨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