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가 끝났다. 자유인가?
평가날이다.
이럴 정신이 없긴 한데 오히려 맘이 편하다. 2분기에 오겠다는 날의 마지막 날까지 달려온 셈이니 3개월 내내 평가받는 심정이었다
사소한 사건도 긴장이 되시는지 원장님 기분이 자주 오르락내리락하셨다. 매번 누군가 깨지고. 원이 아주 시끄러웠다.
전에 근무했던 곳은 그래도 십몇 년 됐던 곳이고, 어렵다는 명의변경도 하고, 또 현지조사까지 받고, 환수도 수억 받아봤던 곳이라 점수를 잘 받겠다는 마음은 내려놓은 곳이었다. 나름 산전수전을 겪어본 경력 있는 시설이다 보니
'차라리 날짜예고 없이 그냥 들어오세요. 평가점수는 겸허히 받아들일게요.'라는 마음가짐.
대신 밀리는 일이 절대로 없던 곳이었다.
지금 있는 근무하는 시설은 평가는 두 번째지만 처음 점수가 워낙 낮아서 이번엔 점수 좀 따봐야한다는 의욕도 넘치고, 무엇보다 상황상 점수가 간절한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작은 일도 밀리고 밀려 3년 치가 고스란히 밀려있었다.
밀린일을 처리하면 의욕적인 원장님이 불을 켜고 '다시' '다시'하는 통에 끝나지 않는.
처음 곳은 모든 면에서 힘을 빼. 긴장하지 마. 괜찮아. 이런 시설.(사실... 말만 그렇고 직원들이 알아서 해주길 바랐을 수도...)
지금 근무하는 곳은 2025년 평가받아야 해라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3년 치 쓰레기를 줍깅하면서 다리로는 전속력으로 마라톤 하는 기분이랄까.
날짜를 통보받은 날 어쩌니 속이 시원하던지.
드디어 전속력 마라톤 눈앞에 50m쯤 남았나, 이제 끝이 나는구나 싶었다.
평가는 끝났다.
평가단 피드백이 끝난 후 사무실 직원 모두 박수를 쳤다.
박수까지 치고 나니 괜히 울컥했다.
등급은 B.
3점이 모자라 B가 됐다.
1점 1점 소중한 한 점이 모여서 87점이 됐다.
원장님의 가장 고상하고 우아한 얼굴을 평가하는 날 보게 되었다. 야근을 밥먹듯이 하고 피골이 상접했지만 제일 예쁘게 원피스 착장을 하고 나오실 줄은.
아침에 평가단이 들어올 때 원장님의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를 들었다면서 직원들이 수근수근했다.
점수 한 점 한 점에 원장님이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하시니
평가도 긴장이지만 원장님을 뒷 감당할 마음에 속이 탔다.
'제발 살려주세요' 곡소리가 절로 나왔다
자유 해방감에 퇴근 후에 안 하던 산책까지 하고 뻐근한 허리를 펴며 흥얼흥얼 콧노래가 나왔다.
너 그동안 스트레스받았었구나.
하늘에 있는 구름이 달달하게 솜사탕기계에 말려들어가는 설탕 실타래처럼 보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마라톤도 좀 웃으면서 할 수 있었을 텐데...
다시, 내일은 시원하게 어르신들께 인사해 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