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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dame Byun Sep 30. 2022

사춘기 아이에게 하지 말아야 할

사춘기 아이를 둔 부모들에게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양육 지침서와 청소년 대상 강연들에 이미 전문가 뺨치는 지식의 엄마 아빠들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머리로 아는 것 vs 실전 사이에는 차이가 존재하는 법. 육아 고난도의 사춘기 중2 딸과 피 터지게 싸워가며 현장에서 얻게 된, 몇 가지 흥미롭고 사사로운 금기사항을 여기 소개한다        


1. 금기어는 끝까지 금기

- '공부 포기하고 기술 배워!'

- '학원 접고 다 때려쳐!'


욕설, 비하,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말만 금기어가 아니다. 모두가 아는 것은 제외하고, 이 시기 아이들에게 하지 말아야 하는 특정한 금기어가 따로 있다.    

'공부하지 마!' '학원 끊어' '니 맘대로 해!' 등이 대표적인 그것이다. 필자는 아이와 대화 중 분에 못 이겨 '학원 다 끊어!'라는 말을 입 밖으로 뱉었다가 큰 봉변을 당했다. 마음에도 없는 반어법 멘트 때문에 실제로 의도치 않게 학원 두 개를 중단했고, 그중 하나는 지금까지 원상복구를 못하고 있다.

엄마의 '공부 접' '니 맘대로 해' 란 말에 대부분의 아이들은 '내 맘대로 해? 이게 웬 떡!' 쾌재를 외칠 뿐. 위기의식을 느끼고 학업에 정진할 아이는 세상천지 어느 곳에도 없다.


2. 승부욕 발동

- '지금, 그 태도는 뭐야?'

- '한번 해보자는 거지?'


단순한 입씨름에 괜한 승부욕이 발동할 때가 있다. '네가 감히 나를 이기려 들어?'라는 생각이 들면 그때부터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이 휘몰아치고 결국 부모의 권위 앞에 아이를 굴복시키고 싶을 때가 있다.

이렇게 시작한 줄다리기는 결국 내용은 없고 감정의 상처만 남을 뿐이다. 더구나 부모는 자녀 앞에 성숙하지 못한 감정의 민낯을 드러낸 후 자괴감에 휩싸인다. 부모도 감정의 동물이므로 이성을 잃고 필터링을 거치지 않은 말이 입 밖으로 던져질 때가 있지만, '막 말' 나아가 '육탄전' 등 넘지 말아야 할 선 앞에선 반드시 멈추어 서야 한다. 그리고 그 주체는 부모여야 한다. 어쨌거나 이 애물단지를 세상 밖으로 내놓은 것은 '나' 아닌가. 서로 거칠게 주고받은 말들과 행위들은 평생 상처로 남아 지워지지 않을 수 있다. 부모 자식 간 싸움엔 승자도 패자도 없다.


3. 폭력

- 야! #$%%#^#$%#%#

- 이!! 삐리리리리*!!!!!!!


끓는점 앞에서 멈추지 못했을 때 그다음 수순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일이 폭력이다.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우리 모두 한 번쯤은 등짝 스매싱을 맞아본 적이 있고 날려본 적도 있을 것이다. 체벌은 어떤 명목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라 오박사 님이 말씀하셨지만 순간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는 단 몇 초의 시간을 견디는 일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뒤돌아서면 더 큰 후회와 자책이 물밀듯 밀려올 것이란 것 또한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타인에겐 내뱉지 못하는 말과 행동도 자식 앞에선 서슴없다. 그것은 어쩌면 나의 이런 행위에도 관계는 지속될 것이고 아이는 여전히 나를 바라봐 줄 것이라는 비합리적인 믿음이 있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폭력은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특히 누가 슬쩍 건드리기만 해도 오소소 소름이 돋는 예민한 사춘기 아이에게 폭력행위는 절대적 금기사항이다. 아이를 밀치거나, 때리는 행위 말고도 물건을 때리거나 던지는 행위에도 아이의 분노 버튼은 눌러진다. 끓고 있는 기름에 성냥불을 던지는 셈으로 자칫 난타전, 쌍방폭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 흔한 일이 아닐 것 같지만 남 부끄러운 일이라 쉬쉬 할 뿐 비슷한 일로 상담을 받는 경우를 드물지 않게 보았다.   


4. 해 줘 or 말어?

 * 할래 VS 안 할래의 예시

 - 친구 만날래 쇼핑할래 염색할래 여행 갈래 밤마실 갈래 폰 바꿀래 남친 사귈래 코로나 걸릴래......    
- 공부 안 할래 학원 안 갈래 숙제 안 할래 학교 결석할래 밥 안 먹을래......   

 

요구사항이 많아지는 사춘기다. 내용만 바뀔 뿐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과제를 들이민다. 대부분 부모의 마음엔 탐탁지 않은 것들이 부모가 바라는 방향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부모 뜻대로 행동하기만을 강요하는 것도 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방해하기에 아이의 요구사항과 내가 원하는 방향 사이의 건설적인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 물론 아이는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이 과정이 길어질수록 억지나 과장, 때론 비교까지 해가며 엄마를 피곤하게 만든다.

"다른 아이들은 다 되는데 왜 나만? 우리 집이 제일 보수적이고 간섭적이야."

이런 식의 표현들은 대부분 과장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부모가 정해놓은 제약의 기준에 만족하는 아이들은 없다. 아이들은 해도 되는 것은 이미 안중에 없고 하면 안 된다는 것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그때 아이를 구슬리거나 타이른다고 해서 내 의견에 동의할 리 없다. 말이 길어질수록 슬슬 부모의 인내에도 한계가 찾아온다. 그때부터는 감정싸움이다. 아이는 부모의 의견에 따르는 것을 굴복당한다 생각해 끝까지 덤벼들고 부모는 아이의 불손한 태도에 대해 뚜껑이 열리기 시작한다. 따라서 허락할 만한 일들은 가타부타하지 말고 오케이 하고, 허락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해선 '아무리 그래 봤자 No!'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줘야 한다. 아이의 끈질긴 요구에 나가떨어져 허락해주는 모양새도 좋지 않다. 심사숙고한 후 결정하고, 결정에 대해서 짧고 굵게 마무리 지어야 한다.    


5. 불신의 늪

- '너 독서실 간 거 맞아?'

- '아까 누구랑 있었어?'

- '숙제 답 보고 베꼈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믿었던 아이였건만 '거짓말' '억지' '뻔뻔' 등 지금껏 본 적 없는 행동들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한다. 설마 그럴 리 없겠지 했던 것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엄마의 마음은 배신감과 분노로 문드러져간다. 더구나 사실이 발각되어도 아이는 '죄책감'이나 '반성' 대신 '그럴 수도 있지' '다른 애들도 다 그래' 따위의 반응을 보이며 2차 당혹이 찾아온다. 그들이 반복되면 아이에 대한 불신은 깊어가고 사소한 행동 하나도 의심이 가기 시작한다.

아이는 부모를 속이면서도 자신을 믿어주지 못하는 부모에게 실망하고 좌절한다. 그리고 결국 '내가 어떻게 행동하든 엄마는 나를 안 믿어준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논리에 다다다. 사춘기라는 것은 이렇듯 즉흥적이고 감정적이라 자신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자신이 받은 상처에 대해서만 골몰한다. 의심은 서로를 힘들게 하고 불신의 늪에 빠지면 헤어 나오기 어렵다. 차라리 속을 걸 예상하면서도 믿어줘야 이 시기를 버틴다. 정말 믿지 못하겠다면 믿는 척이라도 하자. 자신이 어떤 모습을 보이든 믿어주었던 부모를 아이는 진심으로 신뢰하게 될 것이다.

   


6. 기대는 금물!

- 세상에 둘도 없는 아이

- 누구보다 똑똑하고 특별하다고 믿었던 아이


가끔 남편과 예전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때 잠깐  키웠던 걔는, 지 친부모 찾아 떠나고 없지."라는 엉뚱하고 서글픈 농담을 주고받는다. 정말 그렇다. 야무지고 영민하고 사려 깊던 그 아이는, 우리에게 큰 기쁨을 주었던 그 꼬마는 이제 없다. 엄마를 세상에서 젤 '사랑해' 했던 아이는 '난 엄마 같은 부모는 절대 안 될 거야.'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내뱉고, 누구보다 성실했던 아이는 학원 땡땡이에 목숨을 걸고, 정성스러운 손편지와 선물의 서프라이즈는 이제 엄마를 위한 것이 아니 친구를 위한 것이 되었다. 우리 집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누구나 내 아이는 특별하다 여기고 키우지만 실은 내가 만들어 낸 허상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나아가 본인의 미래상에 대해 설계하는 진취적인 사춘기 역시 이상에 불과하다. 인격적 성숙을 기대하면 기대만큼의 쓴 맛을 본다. 네 살 아이 다루듯 어르고 달래며 그때보다 더 포용적인 시선으로 아이를 봐주어야 한다. 애초에 내 DNA로 만들어진 아이에게 내가 못해낸 걸 하길 바라는 건 과욕이 아닐까.



실은 이 글을 쓰면서도 나에게 자격이 있는지 의문스럽다.

'금기어, 승부욕, 우유부단함, 불신, 기대.'

폭력을 제외하고 금기시해야 한다고 주장한 항목 모두 내가 저지르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세상사, 대부분의 옳다는 일들은 언제나 하기 어렵고, 하면 안 된다는 일들은 자꾸 하게 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평생 가는 사춘기는 없듯 나도 평생 사춘기 엄마가 아니다. 미친 중2병이라고들 하지만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생각이 들수록 속 편해지는 게 아니라 뭔가 아쉽고 불편해진다. 나는 아이의 사춘기에 좋은 영향을 미친 엄마였을까? 내가 못했던 것들을 만회할 시간이 아직은 주어져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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