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내가 앵무새 같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의 말을 잘 기억해두었다가 똑같이 따라하는 앵무새 말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내가 말을 할 때, 다른 사람이 했던 말을 거의 그대로 옮기는 경우가 수도 없이 많기 때문이다. 나는 심지어 이것을 하루종일도 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인간 앵무새라고도 할 수 있겠다. 아니면 앵무새 인간이라고 해야 할까..
오늘도 평소처럼 유튜브에 전시되어 있는 숱한 전문가들을 뒤적거리며 그들의 말들을 주워담는데, 문득 어떤 기시감과 함께 익숙한 냄새가 나는 것이다.
그렇다. 소위 전문가로 불리는 이 사람도 다른 전문가를 앵무하고 있었다.
사람을 따라하는 앵무새를 따라하는 앵무새를 따라하는 앵무새를 따라하는…
어쩌면 이런 식으로 우리의 대화는, 사회는, 세계는, 가계도처럼 죽 이어지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혹은
파란 앵무새를 따라하는 노란 앵무새를 따라하는 빨간앵무새를 따라하는 파란 앵무새를 따라하는…
어쩌면 이런 식으로 우리의 대화는, 사회는, 세계는, 지구본처럼 빙 돌아가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물론 창조는 편집이라는 말처럼 무한 앵무 고리 속에서 유레카를 외칠수도 있겠지만 남의 생각을 내 생각인 양 떠들어대고 있으면, 특히 출처를 남기지 않은 경우에는 (물론 매번 출처를 언급하는 것은 너무나 번거롭고 흐름이 끊기는 일이다. 지금 이 주석처럼 말이다.) 어떤 부채감에 시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덕지덕지 붙어있는 앵무새의 깃털들을 떼어내고 발가벗은 인간의 모습으로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인간의 맨살은 껍질을 갓벗은 갑각류의 것과 같아서 자칫 드러내면 죽을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깃털 하나를 다시 주워 색을 칠하고, 말 대신 글로써 속살을 감추고 사각사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