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를 죽일 이유가 없다

by 오마롱


나는 겁이 많다.

보통 많은 게 아니다.

물불 가리지 않고 무서운 게 너무 많아서 나열하기도 벅찰 정도다.

귀신, 벌레, 사고, 낯선 사람, 낯선 길, 운전,

깊은 물, 깊은 밤...

심지어 내 앞에 갑자기 나타나는 내 남편까지.


어느 날은 식기세척기에도 놀란다.

돌려두고 잊은 채 조용한 집 안에 앉아 있는데,

문 열리는 소리가 '딱' 하고 울려 퍼졌다.

나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를 뻔했고, 심장은 요동을 쳤다.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다 뒤를 도는 순간,

물 마시러 온 남편과 눈이 마주치면

나는 거의 "으악!" 하고 몸을 떨며 놀라고,

남편은 그런 나를 보며 어이없어한다.


그래도 요즘엔 알아서 기척을 내며 다가온다.

헛기침을 하거나, 내 별명을 부르며 돌아다닌다.

집 안에서 이러고 다녀야 하냐며 툴툴거리면서도.

물론 가끔은, 일부러 소리 없이 다가와

나를 놀라게 하는 쓸데없는 취미도 생겼다.


얼마 전 남편은 일 나가고 혼자 있는 오후였다.

수건을 가지러 안방에 들어갔다가 거실로 나오는데,

검은 형체가 떡하니 서 있는 거다.


"으악!"

나는 너무 놀라 바닥에 주저앉았고

눈물까지 찔끔 났다.


그 형체는 당연히 남편이었다.

일찍 퇴근해 소지품을 정리하고 있던 중이었다.


남편은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너 이러다 진짜 심장마비 걸리겠다.

퇴근해서 집에 왔는데, 아내가 날 보고 놀라 죽었어요—이 말을 누가 믿겠냐고."


그 말이 좀 웃겼다.

왜냐하면 나도 비슷한 상상을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어! 나도 그런 생각한 적 있어.

오빠 잘 때 가끔 숨 안 쉴 때 있잖아.

내가 건드려줘야 다시 숨 쉬고.

진짜 자고 일어났는데, 남편이 숨을 안 쉬어요—

이 말도 누가 믿어주겠냐고."


우리 둘 다

서로가 언제, 어떻게 죽어 있을까 걱정하며 살고 있었다.


"나중에 누가 먼저 가더라도 서로 의심받지 않게 이 내용은 미리 써두자."

고 말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아니 근데... 우리가 서로를 죽일 이유가 전혀 없잖아? 이걸 왜 걱정하고 있는 거야?"


정작 서로를 죽일 이유는 없다는 걸 확인하고

우리는 마주 보며 한참을 웃었다.


살아 있다는 게

서로 무섭고, 웃기고, 억울하고,

이렇게나 다정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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