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장점 5가지
이웃님의 추천으로 나의 장점 릴레이에 참여했다.
며칠을 미루고 미루다 이제서야 글을 쓴다. 그동안 나의 장점이 무엇인지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더욱 글을 쓰기 어려웠다. 나의 장점을 안다는 것은 나를 깊이 바라볼 줄 안다는 뜻이다. 나를 깊이 바라볼 줄 안다는 것은 나의 단점도 인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나의 단점을 인정할 수 있다면, 그 단점을 고치는 데 이미 절반은 해낸 셈이다. 그래서 나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는 데 시간이 충분히 할애했다.
12년간 함께한 아내는 자주 이런 말을 했다.
"사실, 얼굴 보고 결혼한 거 아니지. 가진 돈도 없었잖아. 그래도 사람이 바지런하고 성실한 거 하나 보고 결혼했지."
아내는 나의 성실한 모습을 보고 결혼했다고 여러 번 이야기했다. 서두에 "얼굴 보고 결혼한 거 아니지"라는 말을 꼭 덧붙인다.
성실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모두가 자신의 삶에서, 일터에서, 가정에서 성실하게 살아간다. 그럼에도 아내가 나의 성실함을 장점으로 봐준 것이 고맙다.
사실 내 성실함은 생존이었다. 스무 살을 갓 넘기고 어머니를 떠나보낸 후, 어디에도 의지할 곳이 없었다. 홀로 살아남기 위해 대학 생활 내내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했다. 배달을 하고, 골프장 잔디를 깎고, 피를 뽑아 팔고, 때로는 고액 임상 알바를 했다.
그건 근면함이 아니었다. 그저 생존의 문제였다. 생존이라 쓰고 성실함이라 읽었나 보다. 어쨌든 고맙게도 아내는 내 바지런한 모습을 좋게 봐주었다.
최근 아내는 나에게 실행력이 좋다고 한다. 무언가 할 일이 생기면 바로 한다고 했다. 나는 '내가 그렇게 실행력이 좋은 사람이었나?' 하고 곰곰이 생각해봤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었다.
난 돈과 관련된 일이라면 망설이지 않고 실행력이 좋은 편이다. 그곳에 배움이 필요하다면 망설이지 않고 배우려고 한다. 배움에 돈이 필요하다면 금전적으로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망설이지 않는다. 그런 실행력이 있었기에 두 번의 이직을 했고, 쇼핑몰도 시작했다.
내 실행력은 '지금에 만족하지 말자'는 마음에서 온다. 오늘이 주어지고, 먹을 것이 있음에 감사함을 잊지 않지만, 오늘에 안주하지는 말자는 의미다. 그리하여 계속해서 무엇인가를 시도하고, 실패하고, 성취하는 계기가 생긴다.
세 번째 장점은 시간 절약이다. 내 삶에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시간을 들이지 않는 편이다. 난 외모를 가꾸는 데 전혀 관심이 없다. 옷을 사거나 할 때도 이곳저곳 둘러보거나 가격을 비교하지 않는다.
그런 일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다. 샴푸 하나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깨끗하게 씻을 수 있다. (남자들은 모두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최근에 알았다.)
또한 나는 항상 동선을 고려하며 움직인다. 회사에서 식사를 갈 때도 미리 칫솔을 챙겨서 화장실 앞에 두고 식당으로 향한다. 사무실로 돌아오는 짧은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다.
1분이 채 되지 않는 시간이라도 아끼며 산다. 시간 절약이 장점이 아니라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게 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을 아끼는 사람은 인생을 아끼는 사람이다.
책을 자주 읽는다. 자주 읽다 보니 많이 읽게 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많이 읽는 것보다는 자주 읽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건 습관과도 연결된다. 그런 내 모습은 아이들에게 자주 보여진다.
"아빠는 왜 이렇게 책을 많이 읽어?"
"재미있으니까. 얼마나 재미있는데."
아이들에게 바람이 하나 있다면, 공부를 못하더라도 책은 항상 가까이 두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책 읽는 아빠의 모습이 아이들에게 등대가 되어주길 바란다.
마지막 장점은 자상함이다. 사실 자상함은 장점이라기보다는 내 희망 사항이다. 언제나 자상함을 품고 살고 싶다. 자상함은 여유에서 나온다. 내가 여유가 없으면 절대 자상함을 낼 수 없다.
여유는 단순히 금전적인 여유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시간적 여유와 건강상의 여유도 필요하다. 시간이 있고 돈이 있지만 건강이 없다면 자상함이 나오지 않는다.
내 삶의 모든 부분에서 여유가 있어야 진정한 여유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런 여유를 가지고 언제나 자상함이 묻어나오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