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에 가다
아내의 우울증은 겨울을 닮아 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불면 그녀의 마음도 얼어붙었고, 잠시 햇볕이 내리쬐면 잠시 녹아내렸다. 삼한사온처럼, 조금 나아지는가 싶다가도 다시 깊은 골짜기로 가라앉았다.
나중에야 알게 됐다. 우울증은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을. 햇빛이 부족하면 마음도 어두워지고, 겨울밤이 길어질수록 우울증은 더욱 깊어졌다. 아내의 마음속 겨울은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불쑥 말했다.
"우리 동남아로 몇 달 떠나볼까?"
따뜻한 햇살 아래 지내다 보면 조금이라도 숨을 돌릴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아내는 대답하지 않았다. 떠날 힘조차 없는 상태였다.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움직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보였다.
더 이상 항우울제 약만으로는 부족함을 느꼈다. 기분을 바꾸려면 몸을 움직이고, 걸어 다니고, 햇볕을 쬐어야 한다고들 했다. 하지만 아내는 침대에서 일어날 힘조차 없었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육체가 정신을 잠식한 듯했다.
"우리, 교회라도 가볼래?"
무심코 뱉은 말이었다. 나는 신앙이 깊지 않았다. 오히려 한때 신을 원망하며 등을 돌렸었다. 대학 시절, 유일한 가족이던 어머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을 때, 나는 학교 뒤편 작은 교회에서 마음을 달래곤 했다.
당시 하나님을 붙잡으며 겨우 살아남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종교도 나를 구원하지 못한다는 걸 깨닫고는 등을 돌렸다. 적대감마저 생겨버렸다.
그래서 교회 대신 와이프에게 성당을 제안했다. 거제 옥포의 작은 성당. 우리가 찾아간 날은 예배가 없는 날이었지만, 사람들이 꽤 모여 있었다. 낯선 우리 부부를 꽤나 친근하게 맞아주었다.
"성당은 다녀보셨나요?"
"아니요, 저희 둘 다 처음입니다."
나는 조심스럽게 아내의 상태를 이야기했다. 혹시라도 작은 위로나 도움이 될까 싶어서. 뜻밖에도 성당 사람들은 무척 친절했다. 마치 오래전부터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했다.
특히나 아내를 애처로운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아내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 모든 온기를 밀어냈다. 하지만 와이프는 그 눈빛들이 꽤나 불편했다고 훗날 이야기 했다.
아내는 한 번도 웃지 않았다. 아니, 웃는 듯 보였을 뿐이었다. 입꼬리를 살짝 올렸지만, 그 미소에는 온기가 없었다. 차가운 유리창에 비친 그림자처럼 어색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내가 말했다.
"성당… 별로 가고 싶지 않네."
"그래? 혹시 모르니까 한 번만 더 가보는 건 어때?"
"아니, 가기 싫어."
그게 끝이었다. 우리는 그 뒤로 다시 성당에 가지 않았다. 아내는 다시 이불속으로, 어둠 속으로 숨었다. 나는 매일 그녀를 꺼내려 애썼지만, 어둠은 쉽게 갈라지지 않았다. 그럴수록 나도 점점 지쳐갔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도, 우울한 걸까?' 겁이 나기 시작했다. 아내를 돌보는 동안 나 자신도 조금씩 잠식되고 있었다. 인생이 무너지는 듯한 감각. 나까지 무너지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피로감이 온몸을 잠식해 갔다.
하지만 정신을 붙잡았다. '내가 비틀거리면, 정말 끝장이다.' 그렇게 다시 힘을 내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든든한 지원군을 얻었다.
(다음 이야기: 빨리 봄이 왔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