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간 병원만 다섯 군데

정신의학과

by 오분레터

우리 부부가 거쳐 간 정신의학과의 수를 손꼽아 본 적은 없지만, 대략 다섯 곳,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많았을 것이다. 처음에는 증상을 가볍게 여겨 가까운 정신의학과를 찾았다. 그곳에서는 깊은 대화 없이 처방전만 손에 쥐여 주었다.



나는 정신의학과에서 따뜻한 위로와 다정한 상담을 기대했다. 텔레비전 속에서 보았던, 조용히 이야기를 들어주고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의사를 떠올렸다. 그러나 현실은 차가웠다.



"어떻게 오셨어요? 증상은 어떠시죠? 네, 네, 우울증이신 것 같네요. 약 처방해 드릴 테니 잘 챙겨 드세요."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가는데, 의사의 말은 가볍게 흩어지는 먼지처럼 허공에 흩날렸다. ‘제길, 그 정도는 나도 하겠다.’ 씁쓸한 마음을 삼키며 약을 받아 들고 병원을 나섰다.



하지만 항우울제는 아내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녀는 점점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차가운 겨울 강물에 몸을 맡기듯, 서서히 침잠해 가는 모습이 두려웠다.



‘더 이상 이대로 있을 수는 없다.’



우리는 마지막 희망을 붙잡듯 부산의 유명한 병원을 찾아 나섰다. 거제도에서 부산으로 가는 길. 해저터널을 지나며, 어둠을 뚫고 빛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하지만 병원에 도착했을 때 마주한 것은 길게 늘어선 환자들의 그림자였다.



그들은 자신만의 어둠 속에서 헤매고 있었다. 누군가는 허공을 응시한 채 눈조차 깜빡이지 않았고, 또 누군가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보이지 않는 존재와 대화하고 있었다.



"여보, 저 사람들… 많이 이상해 보여. 혹시 나도 그렇게 보일까?"

아내는 조심스레 물었다. 그녀의 눈빛엔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아니야, 그냥… 아무렇지도 않아 보여."

"그래… 다행이네."



나는 차마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며칠째 씻지 못한 머리카락, 흐려진 눈빛, 축 처진 어깨. 아내의 상태는 누구보다도 심각했다. 하지만 그녀를 더 불안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검사를 받았다. 뇌파 검사, 설문 조사, 전문적인 절차들이 이어졌지만 결국 처방은 달라지지 않았다. 정신의학과를 돌고 돌면서 깨달은 사실이 있다면, 그것은 병원마다 다른 약을 처방해 줄 뿐, 그 이상의 도움은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병원을 찾았다. 수많은 항우울제 중 단 하나, 아내에게 맞는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리고 어딘가에는, 정말 진심으로 환자를 위하는 의사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 때문이었다.



다행히, 마음으로 환자를 바라봐 주는 의사를 만났다. 그 병원은 우리가 꽤 오래 다녔다. 아내는 상담실의 작은 테이블 앞에서 마치 가슴속의 장마를 쏟아내듯 울었다.



"저 좀 살려주세요, 선생님… 제가 절 어떻게 할까 봐 너무 무서워요."



아내는 정말 살고 싶어 했다. 이전처럼 평범한 일상을 되찾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녀의 몸과 마음은 그 길을 허락하지 않았다. 거제도, 부산, 진주. 우리는 5년 동안 수많은 병원을 전전하며 길을 찾고 있었다.



겨울의 한가운데,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파고들 듯 절망이 아내를 감싸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걸었다. 언젠가 봄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서. 얼어붙은 땅 아래에서도 여전히 꽃씨는 숨 쉬고 있을 테니까.



(다음 이야기: 종교라도 믿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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