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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글공장

조급한 마음, 상냥함을 가로막다

by 오분레터

“화난 거 아니지?”

한번씩 이런 말을 듣는다. 나는 보통의 나로 대답한 것뿐인데, 상대는 괜히 눈치를 본다. 심지어 친한 형님조차도 말끝마다 덧붙인다.


“화내지 말고~”

내가 화를 냈던가. 아니, 그저 말을 했을 뿐인데, 왜 이런 오해를 사는 걸까. 처음엔 웃어넘기다가도 자꾸 반복되면 생각이 많아진다. 혹시 내가 모르는 내 안의 어떤 표정이나 기류가 그런 인상을 주는 건 아닐까.


나에게는 하나의 습관이 있다. 어쩌면 성향? 그것은 누군가 내가 어떤 일에 집중하고 있을 때 말을 걸면, 그 상황이 꽤나 큰 스트레스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책을 읽고 있을 때든, 업무 중이든, 단지 생각에 잠겨 있을 때든 마찬가지다. 그 순간의 침해는 내게 ‘훼방’처럼 느껴진다.


스트레스는 아주 작은 틈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것은 종종 나도 모르게 말투나 표정으로 튀어나온다. 조용히 불쾌해지고, 부드럽게 굳어진다. 상냥함은 그 틈새에서 가장 먼저 사라진다.


왜 그리 예민하게 반응하는 걸까. 그 물음 앞에 솔직해져 본다. 나는 조급한 사람이다. 여유를 가진 척하지만, 마음속에는 늘 ‘빨리 끝내야 한다’는 초조함이 웅크리고 있다. 오늘도 출장을 앞두고 아침부터 글을 쓰며 시간을 쪼개고 있다. 머릿속엔 시계바늘이 맴돌고 있었다. ‘이 글을 20분 안에 마치고, 씻고 나가야 해.’


그 와중에 아내는 이런저런 말을 걸어온다. 들었지만, 사실은 듣지 못했다.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은 이 글 안에만 머물러 있었다. 바쁘다는 이유로 내 앞의 사람을 무시하게 되는 순간,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졌다.


우리는 종종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불친절하다. 익숙함이라는 이름으로, 이해해주겠지 하는 안일함으로, 때로는 말 대신 침묵으로. 그리고 그런 태도는 무심히 스며들어 일상이 된다.


그러니까 가끔은 물어야 한다. “나는 지금 여유로운가.”
내가 여유롭지 않다면, 어떤 친절도 힘을 갖기 어렵다. 상냥함은 마음의 여백에서 피어난다. 스스로에게도, 타인에게도 관대해질 수 있는 틈.


잠깐 손을 놓아도 된다. 조금 늦게 출발해도 되고, 일은 내일 해도 된다. 늦은 퇴근, 한두 마디 잔소리쯤, 그게 인생의 전부는 아니니까.


오늘 아침처럼 정신없이 하루를 시작한 날, 스스로에게 다짐처럼 말해본다.

“여유를 가져보자. 말투 하나로 내가 더 나아질 수 있다면, 그건 결코 작은 변화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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