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제 주변에는 친구가 많지 않았습니다. 늘 조용한 아이로 기억되는 제가 사실 마냥 조용하기만 했던 것은 아닙니다. 마음을 연 몇몇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면 저 역시 활발하고 명랑한 아이였으니까요.
하지만 가끔씩 친구가 많은 아이들을 보면 가슴 한구석에 부러운 마음이 싹트곤 했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친구가 없을까?" "나도 좀 더 밝고 인기 많은 아이가 되고 싶다."
감성이 유난히 예민했던 사춘기 시절에는 이런 고민이 자주 저를 찾아와 괴롭혔습니다. 친구가 많아야만 행복하다는 강박, 성격을 바꿔야 한다는 착각, 문제는 나 자신에게 있다고 여기는 오해들이 저를 무겁게 짓눌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되어가며 그런 생각들은 자연스레 저에게서 멀어졌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절의 저는 아마도 혼자 남겨지는 일이 무척 두려웠던 것 같습니다. 친구들 속에서 혼자 덩그러니 남아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이 외롭고 불안한 일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관점을 조금만 바꿔 보니 이 문제는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없는 '혼자 있는 시간', 즉 '고독'을 기꺼이 즐길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다른 사람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특별한 능력이 아닐까요?
고독은 지적인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과도 같은 행위이다
-쇼펜하우어
지금 저는 고독을 자주 즐깁니다. 사랑하는 이들과의 시간도 물론 소중하지만, 때때로 찾아오는 혼자만의 시간이야말로 가장 편안하고 따스한, 제가 온전히 저를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