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와 예능 사이, 내 인생
입춘 지나니 마음에 벌써 바람이 든다. 싱숭생숭. 문득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보고 싶어 졌다. 그러다 드는 생각. 내가 다큐 만들 주제는 되나? 뭔가 장엄하고 묵직한 사회적 함의를 담은 세상에 도움이 되는 그러면서 많이 봐주는 그런 메시지가 있어야 하는 거 아냐?라는 생각에 덜컥 자신감이 멈춰 섰다. 살아온 인생이 그다지 드라마틱하지 않으니 드라마는 못 찍겠고. 내 걸어온 걸음이 묵직한 울림을 전하는 길을 만들지 못한 것 같으니 다큐도 어렵겠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 뭐래도 다큐가 꼭 찍고 싶어 졌다. 기획도 하고, 촬영도 하고, 편집도 하고, 트레일러도 만들고, 우리 집 거실에서라도 가족들 모셔놓고 시사회도 가져볼 생각이다. 요즘 가끔 듣는 소리가 있다. "그렇게 안 생겼는데..." 물구나무 못서게 생겼는데, 3개월 연습해서 섰다. 다큐 찍게 안 생긴 나는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직 무엇을 찍을지 알지 못한다. 무엇으로 찍을지는 알고 있다. 있는 거 가지고 근사하게 찍자. 저예산도 사치다. 무예산이다. 취미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 사놓은 것들이 오늘따라 든든하다. 나는 오늘부터 다큐를 준비한다. 이 글이 기획서이자 출사표가 될 것이다. 2019년 2월 8일 밤 11시 18분 -주말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