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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네소년 Jan 03. 2020

그녀, 가출 59일 전

집 나가는 딸에게 아빠가 부르는 응원가 #2


그녀가 가출을 결심한 날, 나는 이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녀와 헤어져야 하는 불가항력적 상황에 직면한 필자의 심적 변화를 예방 심리학적 관점에서 쓴 고백서이다. - 주말작가-


D-59




          어제는 새벽 3시 반에, 오늘은 5시에 눈이 떠졌다. 불면증 같은 걸로 고민할 나이는 아닌 듯싶은데, 새해 되면서 새벽 총기가 밝아진 느낌이다. 잠이 안 오는 걸 고민할 바에야, 쓰기로 한 글을 써보기로 했다. 오늘은 그녀가 집을 나가기로 한 날로부터 59일 전이다.




삼다녀


          그녀는 3가지가 많다. 그녀와 함께 살면서 늘 감사하게 생각했던 것들이다. '말'과 '기운', '웃음'. 어릴 때부터 그랬다. 어른들은 그녀와 이야기하는 것이 참 즐겁다고들 말하곤 했다. 쉴 새 없이 말을 하지만, 눈을 마주 보며 대화를 나누는 재미가 좋았을 거다.



입을 안 쉰다


          10여 년 전 아내가 일본 교토에서 홀로 유학하던 시절.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 타지 생활을 해야 하는 아내를 보기 위해 필자는 '그녀'와 함께 아내를 보러 교토로 여행을 자주 가곤 했다. 내가 살고 있는 청주에서 리무진을 타고 인천공항까지 갔다가, 비행기를 타고 일본 오사카로, 거기서 다시 신칸센을 타고 교토로 이동하는데만 무려 8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입을  쉰다. 8시간 쉬지 않고  이야기가 어디서 나오는지  도리가 없다. 그녀의 수다는 유아기 귀여움이 절정을 이룰 즈음 함께 꽃을 피웠다.    



'파' 텐션이 좋다


          요즘 '저세상 텐션'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더라. 순간 기운이 뻗혀 잠시 엄청난 텐션(기운)을 보여줄 수 있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모를까 경쾌한 '솔' 텐션을 하루 종일 유지하는 건 불가능한 일. 그만큼 텐션을 유지하기 위해 기운을 많이 써야 하니까. 그녀의 텐션은 도레미 음계로 치면 '파' 정도의 텐션을 늘 유지하는 것 같다. 나와 마주 앉아 그녀가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하면 '파'음계의 텐션이 대화 중에 흘러넘친다. 혼자 보내는 시간을 무척 즐기는 이유가 여기 있나 싶기도 하다. 충전이 필요하니까.



뭐 좋은 일 있니?


          싱글! 생글! 뭐 좋은 일 있니? 묻고 싶다. 어쩜 그렇게 잘 웃니. 물론 아닐 때도 있지만, 그녀가 깨어 있는 시간 입가에는 늘 웃음기가 번져 있다. 가끔씩 보이는 보조개를 동반한 웃음은 앞에 있는 사람을 절로 즐겁게 한다. 신나게 말하다가, 싱글 생글 웃음 짓다가, 가끔 둠칫! 둠칫! 율동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게 참 중독성이 있다. 필자의 지적? 인 입술의 양쪽 끝을 빼닮은 그녀는 지붕 처마 올라가듯(표현이 너무 올드한가? 아파트에 많이 사는 요즘 아이들은 이해 못할 표현이기도 하겠다.) 웃을 때 입꼬리가 경쾌한 상승 곡선을 그린다.     




          이렇게 그녀는 세 가지가 많다. 얼마 후면 이 좋은 것들을 자주 보기 어렵게 될 것이다. 집 안 곳곳에 배어 있는, 그녀가 자연스레 만들어 놓았던 소리들이 음소거된 듯 적막해질 것이다. 막상 현실로 직면하면 어떻게 감당해야 하나 벌써부터 걱정만 될 뿐이다. 새벽 동트기 1시간 28분 전. 다행히 그녀는 아직 집에 있다.  





- 주말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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