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가는 딸에게 아빠가 부르는 응원가 #3
그녀가 가출을 결심한 날, 나는 이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녀와 헤어져야 하는 불가항력적 상황에 직면한 필자의 심적 변화를 예방 심리학적 관점에서 쓴 고백서이다. - 주말작가-
가족이라서 닮는 걸까? 닮아서 가족인 걸까? 우리 집안에 내려오는 오랜 이 논란에 대해, 오늘은 종지부를 찍으려 한다. 논란의 중심, '그녀' 오늘은 그녀가 집을 나가기로 한 날로부터 58일 전이다.
넌 누굴 닮았니?
한동안 '그녀'가 누구를 닮았는지가 친척들 사이에서 논란? 이 된 적이 있었다. 그녀의 유아시절, 처가 집안 행사에 가면, "네 엄마 어릴 때가 더 예뻤다." "그래도 엄마 쪽을 더 닮았네!" "이서방도 얼굴에 있는데!" 친가 행사에 가서도 이런 상황은 데칼코마니처럼 똑같이 반복되었다. 이렇게 누구를 닮았는지 확인함으로써 우리는 한가족이라는 걸 다시금 깨닫는 과정이 반복되었고, 그때는 이런 논란이 이렇게 오래갈 줄은 꿈에도 몰랐다.
판. 단. 불. 가.
그녀는 자라면서 얼굴이 여러 번 바뀌었다. 처음 태어났을 때는 도무지 누굴 닮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심지어 뒤통수가 지나치게 많이 튀어나와서 아주 잠깐이었지만 'ET'(지금의 그녀라면 이해해 줄 거라고 굳게 믿고 망설이다 이 표현을 쓴다.)처럼 보였던 적도 있었다. 막 태어났을 때이니 얼굴도 빨갛고 주름도 있어서 더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겠다. 아무튼 갓 태어났을 때는 '그녀'가 누굴 닮았는지 판단 불가였던 건 사실이다.
첫 돌, 논란의 시작
첫 돌을 맞던 즈음, 그녀의 뒤태가 우주의 영양분을 가득 담은 듯 보였던 시절이었다. 골격은 있으나 그 골격이 영양분 집합체 깊숙한 곳에 숨겨진 상태였다. 첫 돌잔치라서 많은 친인척들이 한자리에 모였고, 주인공 '그녀'에게 모든 관심과 시선이 집중되는 날이었다. 어김없이 '누굴 닮았나?'가 화두가 될 수밖에 없는 완벽한 조건이었다. 서로 묻고 되묻는다. "누굴 닮았지~?" 대충 봐도, 자세히 봐도, 멀리서 봐도, 가까이 봐도 알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그녀는 논란의 중심에서 의연히 차곡차곡 커나갔다.
역변의 시기
10대가 되기까지 해마다 허물을 벗듯 새롭게 태어나는 '그녀'를 자연의 신비를 보듯 지켜볼 수 있었다. 처음엔 엄마를 많이 닮았었다. 그러다 아빠 얼굴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다시 엄마로, 아니 다시 아빠로, 그러다 또 외할머니로, 다시 아빠로 참 변화무쌍하게 바뀌는 '그녀'. 정작 본인은 별 신경 안 쓰는 듯했지만... 역변? 의 과정을 거치며 감사하게도 그녀는 건강하고 예쁘게 잘 커주고 있다.
그녀는 쿨 톤!
의지가 참 강한 '그녀'이다. 마음먹고 무언가를 하기 시작하면 곁눈질 없이 해낸다. 10대 청소년이 된 그녀는 '메이크업'에 마음을 두었다. 부모가 본의 아니게 물려준 얼굴의 장단점을 철저히 분석하고 메이크업을 통해 완벽에 가깝게 균형과 대칭을 만들어 낸다. 참 신기하고 놀랍다. 분명 손기술은 회화를 전공한 엄마를 닮았나 보다. 용돈이 생기면 화장품을 사모으고, 본인에게 맞는 '쿨 톤', '웜 톤'을 가려, 내 눈에는 똑같아 보이는 10대 청소년의 메이크업을 학교 교칙 경계선 위에서 교묘하게 완성해 나간다.
너의 눈. 코. 입.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 '그녀'는 누구를 닮았나? 이제 그 진실을 밝히고 싶다. 얼굴형부터 시작하자. 전체적으로 엄마를 닮았다. 하지만 턱 쪽으로 내오면서 아빠 느낌이 보인다. 요즘 그녀는 이 부분을 걱정하는 눈치다. 미안~. 다음은 눈이다. 약간의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 살짝 이국적인 눈 모양은 전체적으로 아빠를 닮았다. 안 쪽은 엄마를 눈꼬리 쪽은 아빠를 닮았다. 다음은 입술. 요즘 대세인 복스러운 입술은 딱 엄마를 닮았다. 아빠 입술은 절대 아니다. (그녀는 다행으로 여기지만) 지적인 얇은 입술을 못 물려준 게 못내 아쉽기는 하다. 뭐가 더 남았을까? 아! 중요한 코가 남았군. 코는 적당히 앙증맞은 크기로 두 눈과 입술 사이 최적의 위치에 있다. 콧날은 아빠를 닮았고, 콧볼은 엄마를, 콧등이 시작되는 부분은 엄마를 닮았다. 짙은 눈썹은 정말 다행으로 엄마를 닮아 마치 그린 듯 무성하다. 내가 오랜 기간 자세히 그리고 면밀히 살펴본 바로는 그렇다.
필자는 그녀가 누구를 닮았든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물론 그녀 생각은 다를 수 있다.) 그래 봐야 부모가 다 물려준 것들이고, 어떻게 배치되고 분포되었는지만 다를 뿐이다. 다만 그녀가 부모와는 다른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 부모의 삶이 비루해서가 아니라, 그녀만의 스토리를 담은 멋진 삶을 근성 있게 건강하게 살아가면 더 바랄 게 없다. 내일이면 그녀가 집을 나가기 57일 전이 된다. 그녀는 아직 집에 있다.
- 주말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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