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3 : 바쁜 것이 게으른 것이다
나무는 끝이 시작이다. 언제나 끝에서 시작한다. 실뿌리에서 잔가지 우듬지. 새순에서 꽃 열매에 이르기까지. 나무는 전부 끝이 시작이다.... 지금 여기 내가 정면이다.(이문재 시인 '지금 여기가 맨 앞' 가운데)
여행을 막 시작할 때 감성은 '툭' 건드리면 '팡' 솟구치는 간헐천 같다. 그러다가도 시간이 흐르고 시공간이 익숙해질 때쯤 되면 우리 동네 같고, 우리 집 같고, 우리 이웃 같고 하는 지경이 이르러, 여행 에세이의 소위 글빨이 무뎌지기 시작한다. 지금이 그럴 때인가?
하루하루가 기가 막히다. 둘째 날 급격한 기온 하락과 눈보라에 면역력이 떨어졌는지 감기 기운이 확 돌았다. 편의점과 드럭 스토어를 찾아 목감기, 코감기, 몸살감기 약을 시리즈로 구비했다. 모처럼 여행 왔는데 몸이 아픈 게 말이 되는가? 다행히 오늘은 컨디션이 올라왔다.
일본 학교들은 보통 4월에 학기를 시작하다 보니, 등굣길 학생들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인구 5만이 안 되는 도시라서 그런지 출근길 러시도 없다. 오늘 아침엔 쉬엄쉬엄 '동네 백수' 마냥 숙소에 비치된 검은색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슬금슬금 돌아다녀보다가 아침 6시 30분에 문을 여는 (이미 1916년 개업한) 'Taiyo Bakery'에 들러 '고등어 샌드위치'를 커피와 함께 주문해 한 번에 먹어 치웠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곳이 '고등어샌드위치'로 유명하단다.
<괴물> 제작 관계자가 정리해 놓은 로케이션 촬영 포인트
#SCENE ⑦ : 가미스와역 앞 보도교(호리 선생님과 히로나가 화재를 보던 곳)
(주소 : Kamisuwa Sta., 1-chōme-6 Suwa, Nagano 392-0004)
영화 <괴물>의 도입부에서 풀 숲을 맨발로 뛰노는 아이 2명이 있다. 이어지는 화재 현장의 모습. 당연히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했겠지만 그럴듯했다. 예로부터 불구경과 싸움구경이 제일 재미있다고 하더니, 그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면 떠오르던 튀지 않는 담담한 구성을 버리고 조금 작극적인 장면들이 여러 등장한다. 그중 하나가 화재 현쟁이다.
#SCENE ② : 미나토 엄마가 일하는 세탁소
미나토 엄마가 이 세탁소에서 일하면서, 호리 선생님이 걸스바에 다닌다는 소문을 들었다.
#SCENE ⑱ : (오카야 식품관)
(주소 : 〒394-0027 나가노현 오카야시 주오마치 1가 11-1)
마트에서 교장선생님이 뛰어다니는 한 소녀의 발을 걸어 넘어 뜨리는 장면을 목격한 미나토 어머니의 표정
SCENE ㉑ : 부구 수문
(주소 : 〒394-0044 나가노현 오카야시 미나토 1가 10-5)
미나토, 요리, 후시미 교장이 지나는 스와호에 걸리는 수문교이다. 영화 <괴물>에서 미나토와 요리가 지나고, 교장선생님이 요리를 만나고, 웅장한 물소리가 귀를 압도하는 장면들에서 시시때때로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던 장소이다.
스와호(SUWA LAKE)는 일본 나가노 현에 위치한 아름다운 호수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신사 중 하나인 Suwa Taisha는 스와호와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깊이 연결되어 있다. 겨울에 스와호가 얼어붙으면 신비로운 패턴의 갈라지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를 신과의 교감이라고도 말한다. 봄이면 벚꽃으로, 여름(8월 15일)이면 불꽃축제가 7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도시가 스와시이다. (우리가 머물던 3월까지는 하루 1만 엔 정도에 머물 수 있지만, 여름 시즌까지 50만 엔 이상까지 올라가고 이마저도 오픈하자마자 바로 예약이 끝난다고 한다.
스와호(SUWA LAKE)는 16Km의 둘레길이 잘 조성되어 있다. 매년 가을이면 스와호 마라톤대회가 열려 전국의 마라토너들을 불러 모은다고 한다. 올여름에 다시 이곳을 와야겠다!
주오선 열차를 타고 가미스와 역에서 20분 정도 달려 후지미 역에 도착했다. 영화 속에서 미나토와 요리가 터널을 지나는 장면, 폐 기차 아지트에서 있던 장면, 미나토 엄마와 호리 선생님이 폭우 속에서 아이들을 찾아 나서던 장면, 현실과 판타지를 연결하던 통로 같은 곳이다.
영화 <괴물>은 2023 년 5월 17일 76번째 칸 영화제에서 초연되었다. 2023년 6월 2일 일본에서 발표되고, 곧이어 한국에서 개봉되면서 영화 덕후들 사이에서 '괴물'은 입소문을 제대로 탔다. 이미 네이버 블로그에 로케이션 촬영지를 다녀간 후기가 여럿 올라와 있고, 우리도 이 글들을 참조해 어렵게 길을 찾아다녔다.
SCENE ① : 구세자와 타카미치~구 다테바가와 교량터(미나토와 요리 2명밖에 모르는 폐전차가 있던 장소)
(주소 : 오치아이 〒399-0214 나가노현 Suwa District, 후지미마치)
요리 따라서 미나토가 둘만의 비밀 공간 폐 기차로 향하는 장면
영화를 촬영하던 시점은 봄부터 늦여름까지라서, 지금의 풍경과는 느낌이 사뭇 다르지만, 오히려 우거진 수풀이 없어 길을 찾기는 더 쉬웠던 것 같다.
지금은 폐 기차는 없다. 영화 세트로 가져다 놓은 것인데, 기차 안 분위기는 '간헐천 센터' 2층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시회에서 찾아볼 수 있다.
터널 입구를 찾았다. 망설임도 잠시 바로 터널 안으로 그리고 관통, 반대편으로 나오는 과정의 영상이다. 혼자서는 절대 하지 않았을 것. 이곳에서 요리는 미나토에게 "어두운 걸 무서워 하는 남자는 인기 없어" 라고 말을 했다.
그리고 오늘 남겨진 사진들...
오늘도 여행이 만들어내는 훌륭한 스토리를 포착하는데 집중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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