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MBC 총파업에 대한 기록 -1 day
바람의 맛이 제법 칼칼해졌습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겪는 일종의 감각적 충격이지만, 매번 "아! 이제 가을 인가 보네" 감성이 먼저 놀라움을 터뜨립니다. 하늘이 높아서 인지, 내 마음이 가라앉아서 인지 시리게 파란 하늘이 오늘따라 '시큼한 레몬'처럼 눈가를 시큰하게 만듭니다.
변화는 '단절'아닌 '중첩'
어제 한 낮엔 분위기 파악 못한 매미 울음소리가 다시 들리더군요. 변화는 '단절'이 아니라 '중첩'임을 자연이 우리에게 때늦은 매미 울음으로 일깨워 주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단절'은 무엇이고, 또 '중첩'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흔히 '사람은 맺고 끊음이 확실해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제가 보는 '단절'은 일종의 '손실'(Loss)입니다. 관계를 끊거나, 연락을 끊거나, 음식을 끊거나, 목숨을 끊거나 하는 모든 행위들은 결국 단호하고 결연하지만 버릴 수밖에 없는, 잃을 수밖에 없는 '손실'을 필연적으로 동반합니다. 살다 보면 이런 '단절'이 반드시 필요할 때가 있지만, 이로 인한 '손실'을 감내하는 것 또한 우리 몫입니다. 그러니 '중첩'을 아는 자연은 참 현명합니다.
자연의 변화는 '중첩'을 통합니다.
계절이 바뀌고 우리 몸이 그 변화에 적응하는 시기인 '환절기'도 '중첩'입니다. 누구에게는 힘겨운 몸살처럼 다가오기도 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사춘기 가슴앓이처럼 자연스레 스쳐가는 그런 '중첩'입니다. 자연에서 보이는 많은 변화는 이런 그러데이션 Gradation으로 표현되고 그래서 부드럽고 자연스럽습니다. 자연에서 보이는 것들을 '자연스럽다'라고 표현하니 이상하기도 하지만, 우리의 삶과 우리가 꾸려가는 이 사회가 이런 '자연스러움'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공교롭게도 어제는 '이상한 일상'을 끊어내는 첫날이었습니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일상'은 제각각 다르게 흘러가지만, 평범함 속에 비범함을 담아내려는 끊임없는 노력의 연속이어야 합니다. 일상의 힘은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힘 있는 일상'이 되는 것이죠. 우리는 '이상한 일상'을 스스로 힘껏 끊어내려고 합니다. 언론을 욕보이고 하찮게 느끼도록 만들어온 이런 '이상한 일상'의 단절! 마지막으로 일상을 끊어냈던 때로부터 다섯 해가 흘러가도록 우리는 무엇을 했던 것일까? 수많은 자문과 반문 속에서 오래전부터 예정되었던 일이었습니다.
자연스럽지도 부드럽지도 않을 겁니다.
오한 같기도 한 떨림과 밤을 지새울 것 같은 각성을 오랜만에 느껴봅니다. 오늘을 위해 꽉 다문 어금니가 뻐근하도록 맷집을 키워왔습니다. 어렵게 다시 시작했고, 이번만큼은 절대 질 수 없는 이유는 이것 말고도 수 백가지가 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