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중요한 것 중에 가장 중요한 것에 대해
'결정적인 무엇'은 마지막 자리를 노린다
며칠 전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 애플 캠퍼스에서 열린 '애플 이벤트'에 전 세계가 집중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작고한 '스티브잡스'가 애플을 설립한 지 10년이 되는 해라는 시기적 변곡점에서 말 그대로 '기념비적인 작품'이 소개될 거라는 생각을 애플 마니아라면 누구나 하고 있었을 겁니다.
아이폰이 필요 없는 '애플워치', 아이폰7s를 건너뛴 '아이폰8'가 소개되었고, 언제나 그러했듯이 이번 애플 이벤트에서도 하이라이트를 소개할 때 사용되는 "One more thing..."이라는 표현으로 시작되는 '아이폰 X'(Ten)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애플이 그동안 세상에 보여온 '혁신'과 '자신감', '탁월한 감성'을 통해 한껏 기대치가 올려진 상태에서 치러지는 애플 이벤트는 소개되는 하나하나가 대중의 놀라움과 논란을 동시에 일으킵니다.
"One more thing..." 지금까지의 것들은 잊어도 좋습니다.
'이제 주인공이 소개될 차례이니 모두 집중해 주세요'라는 메시지의 가장 애플 Apple다운 표현입니다. 이제 우리에게 이 표현을 대입해 보고 싶어 졌습니다. 하루하루 일상은 비슷한 듯, 매번 다른 고민과 어려움을 동반합니다. 다들 공감하실 아주 일반적인 공식입니다. '공영방송 정상화'와 '문화방송 재건'을 위한 MBC 총파업이 2주를 채워가고 있습니다. 첫 주보다는 사뭇 안정감을 찾은 상태로 일상이 되어버린 투쟁일정을 소화해 내고 있습니다.
원래 지금 제가 쓰고 있는 글은 '파업일기'형식으로 매일매일 그날의 기록을 담아내는 것이었습니다. 벌써 3일째 이 글을 붙들고 있네요. 어제는 춘천MBC에 전국의 MBC조합원이 함께 모여 '강변파업제'를 진행했습니다. 춘천MBC 조합원의 따뜻한 환대 속에서 진행된 집회는 오랜 기간 '낙하산사장'과 싸워왔던 춘천MBC조합원들의 노하우가 담겨 "정말 체계적으로 잘 준비했구나!" 감탄이 절로 나오게 하더군요. 춘천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있죠? 닭갈비, 막국수, 나미섬, 의암호, 마임축제, DMZ. 정말로 '춘천닭갈비협회'가 있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17년 전, 2001년 MBC에 입사한 전국의 동기들이 MBC문화동산연수원(양주)에서 일주일 동안 함께 연수를 받았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입사했던 MBC 계열사의 모든 직종이 함께 하는 연수였죠. 아나운서, PD, 기자, CG, 엔지니어, 행정 직종, 모두 함께 교육받을 수 있었던, 지금 생각해 보면 쉽지 않은 기회가 우리 동기들에게는 주어졌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려 17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이름은 가물거리지만 얼굴은 정확히 기억나는 동기들과 가끔씩 소식을 전하는 동기들까지, 춘천MBC 앞마당에 둘러앉아 춘천의 닭갈비와 각 지부에서 가져온 지역의 특산물?(진주 막걸리, 충주 사과, 목포 갓김치 등)을 나눠 먹었습니다. 약간은 비현실적인 시공간이라고 느꼈습니다. 18년 전 입사 시험 보러 잠시 들렀던 춘천MBC와 지금의 모습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정말 많이 변했더군요. 의암호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 위치한 덕분일까요? 사옥 바로 옆에는 멋지게 조성된 'KT&G 상상마당' 공연장이 있고, 수많은 관광객과 주민들이 춘천MBC를 밤낮으로 에워쌉니다. 그 의암호는 북한강 자전거길이 또 둘써 지나갑니다.
바로 이거였군요!
이번 에세이의 하이라이트 'One more thing...'은 바로 이거였군요. 제가 본의 아니게 '파업일기'를 3일에 걸쳐 써 내려간 이유는 춘천MBC에서 느꼈던 '비현실적인 시공간'이었습니다. 17년 세월을 넘너 뛰고, 의암호의 풍광에 취할 무렵 진행된 '강변파업제'의 뭔가 끈끈한 동지애, 김밥 한 조각을 나누며, 막걸리 한 사발을 건네며, 서로의 세월의 흔적을 바라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라는 동질감을 경험했던 것. 이것이 바로 'One more thing'이었습니다.
'경춘가도'와 '경춘선'
다음날 아침 전날의 음주와 피곤함을 둘러업고 숙소가 있는 '강촌'을 달렸습니다. 저만의 '호사스러움'을 누리는 시간이라고나 할까요? 20대 초반 운전병으로 군입대를 하면서 '야전 수송 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아마 강촌 인근이었던 것 같습니다. '현리'가 있고 '경춘가도'와 '경춘선'이 있던 곳. 당시의 '경춘가도'는 지금은 강 반대쪽으로 넘어왔고, 경춘선 '강촌역'도 새로운 선로를 따라 인근 새집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많은 것들이 바뀌고, 시간은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합니다. 예전엔 '출렁다리'로 강을 건넜다고 하는데 지금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서울 지역 대학생들의 MT 장소였던 곳, 강촌이 지금은 새로운 이야기를 쓰고 있는 듯했습니다.
3일 동안의 이야기가 시간 순서대로 자연스레 드러눕습니다. 오늘은 기어코 이 글을 마무리 지어야겠다고 마음먹었으니, 마무리를 어찌 하나 고민을 해야겠습니다. 저는 우리 각자의 인생에서 '기대하는 무언가'를 꼭 매일의 일상에서 찾았으면 합니다. 그 '기대하는 무언가'를 통해 '의지를 담은 하루'가 우리에게 선물처럼 주어질 거라고 믿습니다.
마침내,
- 주말작가 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