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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네소년 Nov 19. 2017

락PD의 '뉴미디어' 파도타기

지상파 앞에 놓인  뉴미디어 콘텐츠세상 <1>



관심의 시작



학교에 가기 싫었던 적이 있습니다. '무스'라고 불렸던 헤어 스타일링 제품이 처음 나왔을 때쯤, 영화배우 '주윤발'을 따라 하며 일명'올빽? 스타일'로 치장하고 야자(야간자율학습)탈출을 감행했던 기억을 떠올립니다. 버스로 50분을 달려, 대전 시내 극장가로 향했던 기억은 지금 떠올려도 시골학생이 누리는 짜릿하고도 나름 과감한 일탈이었습니다. 저녁 무렵 시작하는 영화를 보고 나면 헐레벌떡 막차를 타고서야 집에 돌아올 수 있었으니, 10대 고등학생은 제법 늦은 사춘기를 즐기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 아이는 다시 일상으로 스며듭니다. 



돌아갈 곳이 없다



방송쟁이로 17년을 살아오면서 일상이 되어버린 방송은 30년 전 고등학생의 '일탈'을 떠올릴 만큼 여유롭지도 만만하지도 않습니다. 5년 만에 어렵게 다시 시작했던 두 달 남짓의 파업이 막을 내리고, 승리감에 도취될 여유도 없습니다. 돌아왔지만, 제대로 돌아왔는지 스스로에게 자꾸 되묻고 있습니다. 50년 가까이 탄탄하게 자리 잡아왔던 지상파가 지금부터 걸어가야 할 길은 지난 반세기와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직감합니다. 지금부터 이 ‘불안한 느낌'의 속살을 들춰내 보려고 합니다. 



지상파는 뉴미디어 콘텐츠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두 달만에 방송 현장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오랜만에 마이크를 잡고, 카메라를 들고, 연출석에 앉으려니 다소 어색할 수는 있겠지만, 마음은 가볍기 그지없어야 맞습니다. 그런데, 무겁습니다. 아마도 수십 년째 이어지는 '공정언론 지키기'의  무거운 책임감에서 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조금은 결이 다른 '무거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뉴미디어'라는 가파른 파도를 바라보면서



남녀노소, 지위고하, 빈부격차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공평 무상한 '전파'를 통해 이 사회의 이로움을 위해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언론노동자'들은 지금까지 겪어 보지 못한 새로운 미디어 환경(뉴미디어 저널리즘)의 파도를 맞닥뜨리고 있습니다. 눈이 휘둥그레지고 굉음과 무서운 속도를 동반한 뉴미디어의 파도는 지금의 지상파뿐만 아니라 모든 레거시 미디어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미지의 '행성'과도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그 길을 반드시 가야 하니, 마음이 무겁고 심지어 두렵기까지 한 겁니다. 그런데, 제가 보는 더 큰 두려움은 이런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거나, 과거의 영광?에 기대어 외면하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우리의 미래를 걱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One Message, Multi Format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라는 표현이 유행했던 걸 기억하실 겁니다. 이 표현을 뜯어보면, 하나의 물건을 만들어 다양한 곳에 잘 사용하고 싶어 하는 지극히 '생산자'(공급자)의 욕구에서 나온 것입니다. 어떤 특정 목적으로 만든 물건을 다른 용도로 여러 곳에서 사용할 수 있다니? 생산자 입장에선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같은 돈을 들여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일종의 '눈이 번쩍 뜨이는' 느낌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새로운 세대(우리는 이들을 '밀레니얼 세대', '디지털 세대'라고 부릅니다)가 탄생했습니다. '4차산업혁명'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급변하는 산업구조'와 더불어 사라지는 '일자리'에 대한 고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미디어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미디어 환경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소비하는 국민들도 바뀌었습니다. 그냥 '바뀌었다'라고 하기에는 한참 부족한 느낌이 들 정도니까 '혁명적으로'라는 표현을 쓰고 싶습니다. 적어도 지상파 방송국에 근무하는 제 입장에서는 그렇게 느껴집니다. 



우리가 잘 아는 어떤 새로운 세대!



밀레니얼 세대가 인공지능 AI 스피커를 샀다고 생각해 볼까요? 저는 어떤 제품이 좋을지 웹서핑을 통해 다양한 리뷰를 읽어 보고, 어떤 게 나에게 딱 맞는 제품일지 꼼꼼하게 따져서 구매할 겁니다. 가능한 한 합리적으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물건을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일 것 같습니다. 밀레니얼 세대라면 어떨까요? 단편적일 수 있지만, 추측컨데, '워너원고'(남자 아이돌 그룹 워너원이 나오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최근에 좋아하게 된 '강다니엘'이 잠깐 사용했던(PPL) '그가 잠깐 만졌던', '깜찍하고', '귀엽고', '예쁘게' 생긴 '인공지능 AI 스피커'를 사기 위해 고민 없이 용돈 지갑을 활짝 열겁니다. 기성세대는 이런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를 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장면은 우리의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보입니다.     



드디어, 그! 물건, 인공지능 AI 스피커가 택배로 도착했군요. 


필자(디지털 이미그랜트Digital Immigrant: 디지털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지만, 디지털에 익숙해지고 잘 사용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해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배우려는 사람)는 포장상자에 함께 들어 있는 사용 매뉴얼을 꼼꼼하게 3번 정도 정독하고 '인공지능 AI 스피커'의 전원 버튼을 켤 겁니다(적어도 전 '슬로 어뎁터'라는 말을 듣는 사람이었으니까요). 밀레니얼 세대는 간단합니다.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YouTube에서 평소에 관심 있어 구독해 보는 유명 '유튜버'(YouTube Creator)의 관련 동영상을 보면서 배웁니다. 덤으로 '재미'까지 얻는군요. 



"여자의 리뷰, 당신의 취향"



다른 방법을 사용하는 분도 있군요. 요즘 한창 뜨고 있는 리뷰 전문 미디어 스타트업 '디 에이트'The Edit(2명의 여자 에디터들이 정말 안사고는 못 배기게 리뷰를 써줍니다)에 소개된 디지털 콘텐츠를 검색한 후, 구매에서부터 사용방법 꿀팁까지 챙기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홈페이지 첫화면에 "여자의 리뷰, 당신의 취향"이라고 쓰여져 있군요.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분명하군요. 



우리가 포기해야 할 것들



또 하나 분명한 사실이 있습니다. '포기하기 않고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익숙한 것들을 버리지 않고서는 가능성 넘치는 새로운 것들을 우리 안에 들일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한 현실입니다. '왜 포기하고 버려야 하는가?'라고 물어보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분들에게는 거꾸로 물어보고 싶습니다. '소중한 무언가를 빼앗겨 본 적이 있는가?' 빼앗기거나 어쩔 수 없이 내어 주는데 좋을 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포기하고 버리는 것'에는 '생각의 이동'과 '가치의 변화', '의지의 표출'이 담겨 있습니다. 



어렵게 생각하실 것 없습니다. 



'포기할 때', '버려야 할 때' 그 '대상'과 '타이밍'을 명확히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적어도 또 다른 가능성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를 얻고 싶다면 말이죠. 우리가 지금 얻기 위해, 포기하고 버려야 할 것은 무엇일까? 그 고민부터 시작하는 겁니다.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쉽지가 않네요. 지상파에 종사하는 언론노동자로써, 제 자신을 '콘텐츠 디자이너'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물론 공식 직함은 아닙니다. 제가 MBC충북에서 현재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뉴미디어' 세계에서는 서로의 업무를 가르고 힘겨루기 할 여유는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그 만큼 빠르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미디어 정글' 같은 곳입니다. 


이 글을 포함해 제가 앞으로 들려드릴 이야기는 지상파에 종사하는 <락PD의 뉴미디어 파도타기>라는 제목으로 연재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제 공부와 고민의 생생한 기록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주말작가 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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