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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네소년 Dec 03. 2017

50은 20에 가깝다?

40대 후반 중년남의 일상



아침에 딸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최근에 새로 산 무선.전동.빙글빙글.물걸레.청소기를 휘익 돌렸습니다.

백화점에 싸게 나왔다길래 장모님께 부탁해 들여온 신통방통 물건입니다.



요즘 저는 “청소가 재밌네!”하며 하루에 너댓번씩 바람난 벌처럼 집안을 윙윙거리며 돌아다닙니다.

아내가 정신 사나우니 어서 출근하라는 핀잔을 줍니다. 그래도 윙~윙~ 아직까지는 청소가 재밌습니다.

얼마나 갈지 모를 잔잔한 재미이지만, 뭐든지 즐겁다는 건 말그대로 ‘즐거운’ 것이라고 생각하고

내일 아침 일어나 윙윙거릴 생각을 하며, 빙긋이 미소를 짓다가 아내한테 딱 걸렸습니다. ㅎㅎ



“무슨 생각해?”
“아니오~ 난 아무 생각도 아니하였소오~” 하고 대충 얼버무립니다.



이제는 얼굴 표정만 봐도 다 안다는 눈치입니다. 이럴 때 그냥 아내가 ‘무섭다’ 싶네요.

돗자리라도 슬쩍 내밀어야겠습니다.





인간을 가사부담에서 벗어나게 해준 첫번째 공신은 ‘세탁기’라고 하면,

그 다음은 바로 요놈, ‘무선.전동.빙글빙글.물걸레.청소기라고 하고 싶습니다.

여자의 가사노동만이 아니겠죠. 요즘은 집안일 하는 남자들도 많으니 그 혜택은 (저를 포함해서) 범인류에 미칩니다.




 

효리네 민박집에서 제주라이프의 일부였던 물걸레 청소기의 편리함을 말하려고 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그냥 오늘 아침 그랬다는 것입니다.


청소하다말고 혼잣말 비슷하게 이렇게 아내에게 말을 겁니다.

 

“이제 50이 얼마 안 남았네! 그래도 난 50이 기대돼.”
“50대가 마치 20대 같은 느낌이 들어.”
“설레!”



아내는 몇 차원은 다른 대답으로 제게 ‘어퍼컷’을 훅 날립니다.


“니체가 그랬던가?”
“인간은 낙타에서 사자로 어린아이로 바뀐다고?”
“???”


전 그 유명한 ‘프리드리히 니체’옹께서 쓰신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어본 적은 없습니다.  

급식체는 아는데 니체는 잘 몰랐습니다.(ㅎㅎ)

저의 무식함은 이미 들통나 버렸고, 이런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는 ‘순발력’이 필요하다는 걸 알기에, 검색창에 ‘니체’, ‘낙타’ 라고 칩니다.





“세가지 변신” 너 자신이 되어라!는 ‘프리드리히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머릿글입니다.

나는 이제 너희들에게 정신의 세 단계 변화에 대해 이야기 하려한다.

정신이 어떻게 낙타가 되고, 낙타가 사자가 되고, 사자가 마침내 어린아이가 되는가를.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가운데 1883~1885


‘니체’로 한 대 얻어 맞으니, 생각이 자꾸 산으로 치닫습니다. 산으로 간 생각은 이렇습니다.


사회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30대는 ‘낙타’

조직사회의 말단에서 수 많은 업무부담과 남은 인생의 새로운 시작점에 서서 ‘외로움’과 ‘두려움’에 짓눌리는 나이가 우리의 30대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세상에 싸움을 걸오보고싶은 40대는 ‘사자’

거친 세상을 해쳐나갈 만큼의 노련미와 경험치가 쌓이는 40대는 겁없는 왕성한 포식자의 모습일 겁니다.


다음을 준비해야 할 것 같은 노련한 50대는 ‘어린아이’

어린아이에게 ‘노련하다’는 표현은 언뜻 어울려 보이지 않지만, 그 동안 일궈 놓은 자신감과 새로운 시작의 두려움이 공존하는

그래서 ‘설레는’ 20대와 닮은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20대와 50대는 완벽히 다릅니다. 같다는 게 억지스러워 보일지도 모릅니다.



아침마다 10분씩 이곳에 서서 종아리 스트레칭을 하면서 책을 읽습니다



하.지.만.


저는 진심으로 50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왠지 ‘새로운 승부’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뒤도 안돌아보고 새로운 싸움을 걸어 보고 싶거든요.

40은 아직은 아닙니다. 지금 싸움판이 아직 안 끝난 느낌인거죠.


‘니체’가 말한 정신의 세 단계 변신 가운데, 저는 ‘어린아이’ 단계가 궁금합니다.

심오한 철학적 고찰은 전혀 없고, 저 나름의 말도 안되는 해석을 붙여본 것이니,

그 해석이 이 해석이 아니어도 전 뭐~ 괜찮습니다.

니체에게 슬쩍 묻어가는 방법이 좋겠군요.





서울행 KTX. 도착 3분 전. 급하게 글을 마무리 해야 합니다.

“50은 20에 가깝다?"

‘40대 후반 중년남의 일상은 이렇게 별 생각 다 하며 지나갑니다.



- 주말작가 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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