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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네소년 Jan 25. 2018

저 ‘물구나무서기’ 했어요!

47년 만에 성공한 인생 첫 ‘물구나무서기’


물구나무서기(Handstand):
물구나무서기는 손을 바닥에 놓고 다리를 위로하여 일반 기립 상태와는 반대로 서는 행위이다.



저는 아파트 4층에 살고 있습니다.

평소 걸음걸이가 ‘쿵쿵’ 걷는 경우가 많아서, 

아랫집에서 꽃바구니와 메모로 ‘층간소음’ 민원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그 이후로 제가 집에서 걷는 모양새는 흡사 동계올림픽 빙상선수를 연상케 합니다.

층간소음의 당사자가 되어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으니, 내심 신경이 많이 쓰였습니다.



“쿵!” “쿵!" “구릉!”



요가를 시작하고 석 달째가 되었네요.

이제 ‘아사나(요가 자세)의 왕’이라고 불리는 ‘시르샤사나 Sirshasana’(물구나무서기)에 

도전할 때가 되었음을 직감했습니다.  


시골에서 청둥 벌거숭이로 막~ 자란 ‘귀하지 않은’ 몸이지만,

여태까지 ‘물구나무서기’를 해본 적이 없네요.

시골 아이의 놀이라는 게 산으로 들로 쏘다니며 몸으로 부대끼는 것이 대부분일 텐데,

전 참 겁이 많은 아이였던 것 같습니다.



아침저녁으로 ‘시르샤사나’(물구나무서기)
수련을 시작합니다


먼저, 머릿속으로 제가 하늘을 향해 곧게 물구나무서 있는 모습을 그립니다.

‘A’ 자 형태로 든든하게 받쳐주는 팔꿈치와 어깨 위로 골반과 몸통의 근육이 

환상의 하모니를 보여주며 ‘1’ 자로 쭉 뻗어 있네요.


5분 정도 지나니, 몸속 내장에서부터 열기가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한파경보 속 바깥 기온은 ‘영하 16도’로 얼어붙었지만,

제 몸속은 '아열대'로 여행을 떠나고 있습니다.


8분을 넘어서면서 ‘흔들흔들’ 몸이 요동을 시작합니다.

몸이 힘든 것인지, 마음이 힘든 것인지

아니면 둘 다 힘든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겠다고 생각합니다.



몸이 한 번 뒤집어집니다



몸속에 차곡차곡 답답하게 눌려있던 ‘장기’들이 이제 저마다의 공간을 찾아 숨을 쉽니다.

헤모글로빈과 산소를 가득 머금은 선홍색 혈액은 심장의 부담을 덜어주듯

매끈하고 자연스럽게 몸속 말초까지 흘러듭니다.


참! 신기한 사실을 발견하며 스스로 뿌듯해하는 제 모습이 보이네요.

평상시 똑바로 서 있을 때보다, 

‘시르샤사나 Sirshasana’(물구나무서기)하는 동안 시간이 훨씬 빠르게 흘러갑니다.


'몰입'의 시간이어서 일까요?

아니면 내 몸과 우주의 흐름이 변화를 시작한 것일까요?

아직은 그 해답의 ‘작은 단서’조차 찾을 수 없는 미약한 수준이니,

‘인생요가’를 정진하다 인생 마무리하는 순간에 깨닫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렇.
게.



머릿속으로 ‘시르샤사나 Sirshasana’(물구나무서기)하는 제 모습을 그려봅니다.

이제 ‘무서움’은 사라지고, 제법 ‘자신감’이 생긴 듯합니다.


손은 깍지를 끼고 팔꿈치를 바닥에 내려놓습니다.

깍지 낀 손 안쪽에 머리를 정수리가 바닥을 향하게 대고

살짝 둔해? 보이는 엉덩이를 하늘로 서서히 밀어 올립니다.


이제부터가 정말 긴장되는 순간입니다.

한쪽 다리를 접어들고, 다른 쪽 다리를 ‘살짝’ 정말 ‘아주 살짝’

‘톡’하고 차듯이 두 다리를 바닥에서 띄어 올립니다.



“쿵!”
“쿵!”
“구릉!”



잠시 꿈에서 깨어나듯 ‘쿵’

100번은 넘게 ‘층간소음’을 유발하는 심야의 낙법 수련은 계속되었습니다.

처참하게 방바닥을 나뒹굴지 않도록, 층간소음 유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배워본 적도 없는 ‘연착륙 낙법’까지 몸소 깨우쳤습니다.  



그.
렇.
게.



3주가 흘러갔습니다.

그동안 얻은 것은 ‘근육통’과 ‘조바심’뿐이네요.



그.
런.
데.



오늘 드. 디. 어. 제가 그 ‘시르샤사나 Sirshasana’(물구나무서기)를 해버렸습니다.

그냥 해버린 겁니다. 

저도 모르게...

 




이 기쁨은 마치 100일 지난 아기가 첫걸음마를 떼는 순간과 비교해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엄청난 ‘성취감’을 충분히 만끽합니다.



“자! 다음은 뭐지?”


‘물구나무서기’ 자세로 <오래 버티기>

저의 요가마스터는 ‘20분’ 동안 하셨다네요.

헉!

전 고작 ‘20초’ ㅠㅠ







- 주말작가 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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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_이유를_찾아서

#나만의_가치를_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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