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네소년 Mar 14. 2018

나로 말할 것 같으면
(feat. 마마무)

마흔일곱 중년남의 자기소개서 쓰기 <2편>



이 글쓰기는 마흔일곱 나이에 ‘자기소개서’를 써보겠다고 마음먹은 어느 중년 남성의 내적 고민의 여정을 담은 것입니다. 그 과정을 따라 몇 편의 글을 연재할 생각입니다. 한 번쯤 뒤를 돌아보고 앞날을 기약하고 싶은 분들이 함께 공감하고 읽어주신다면 더 없는 즐거움으로 삼겠습니다.






마음 심란하고 머리 복잡한 글쓰기를 해야 하니 뮤직비디오 하나 보고 시작하겠습니다. ‘비글돌’이라고 불리는 ‘마마무’의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노래 제목에서 느껴지는 당당하고 거침없음이 오늘 자기소개서 쓰기의 큰 힘이 되어줄 것 같습니다. 잠시 ‘비글미’ 감상!



출처: 유튜브






<중년남의 자기소개서 전체 목차>


1. 자기소개서를 다시 쓰려고 하는 이유?

2. 무엇을 써야 할까?

3. 무엇에 쓰려할까?

4. 달라진 것과 변하지 않은 것들

5. 이제 써보려고 하는 자기소개서

6. 명품일까? 고재일까?

7. 나의 실패는 무엇인가?

8.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독자의 눈높이 맞춰 윤색하자

9. 이제 47년 숙성된 자기소개서를 써볼까요?






2. 무엇을 써야 할까?



참으로 막막해지는 순간입니다.



‘무엇’에 해당하는 것들은 깃털처럼 가볍지 않으며 인생의 어느 시기 나 자신을 힘들게 했던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무엇’을 써야 할까? 에 대한 고민은 그 힘든 기억들을 다시 꺼내어 ‘객관성’이라는 촘촘한 채로 걸러 살펴봐야 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내 삶이 이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 왔으니 알아봐 주시오’ 하는 건 웃음거리가 되기 쉽습니다. 누군가 타인의 삶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써야 할 ‘무엇’에는 앞으로 어떤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더 많이 담겨야 합니다. 그리고 그 ‘무엇’은 때때로 ‘누구’로 치환되기도 합니다.  



동기부여는 스스로 하자!



한 번은 스타트업 창업을 지원하는 인큐베이팅 단체에서 ‘자문위원’을 요청한 적이 있었습니다. 방송사에서 ‘아나운서’와 ‘라디오 PD’로 지내온 경력을 보셨던 것 같습니다. 사정이 있어 함께 할 수는 없었지만, 제 나름의 포트폴리오를 정리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처음 간단한 이력이 담긴 내용을 보내달라는 요청이 왔고 보통의 이력서 양식을 노트북 화면에 띄웠습니다. “정말 진부하다". 형식과 디자인을 바꿔보고 싶었고,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재취업을 위한 이력서도 아니니 좀 더 과감해도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군가에게 나의 정체성과 커리어, 브랜드, 비전까지 함께 전하면 최선이겠다 싶었습니다.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내가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것입니다. 대부분 동의하실 겁니다. 커리어와 비전을 ‘현재의 나’를 기준으로 ‘현재 이전’과 ‘현재 이후’로 나누어 보여주면 쉽게 풀어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제가 해온 일들을 나열하고 성격별로 그룹으로 묶었습니다. 그랬더니 그동안 지역 지상파 방송사에서 언론인으로 살아온 제 자신이 어렴풋하게 보이더군요. 몇 개의 키워드로 정리해 낱말카드처럼 한편에 모았습니다. 모아진 몇 개의 키워드를 하나의 문장으로 정리해 보고 싶었습니다. 마치 기업의 ‘표어’나 ‘슬로건’ 같이.



진짜로 말하고 싶은 게 무엇이죠?
당신은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나요?



한 기업이 대중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나 ‘가치’를 한 문장으로 정리한 것을 기업 표어(슬로건)라고 부릅니다. 유명 브랜드의 슬로건을 보면 그들이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이를 통해 사회와 대중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지 알 수 있습니다.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제 이름 앞에는 어떤 ‘슬로건’이 어울릴까? 단지 어울리는 멋있는 문장이 아니라, 그 말에 책임을 지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하는 개인에게 가장 무거운 ‘꾸밈’이 슬로건인 것이죠.



매일 한 문장씩 써보기로 했습니다. 



나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하는 슬로건 문장을 찾기 위해 매일 한 문장씩 적어 보기로 한 거죠. 두 달가량을 매일 한 문장씩 적어 내려갔지만, 이거다 싶은 한 문장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생각만큼 쉽지 않더군요. 일단 멈췄습니다. 아직 준비가 안되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몇 달의 고민을 담아 ‘요약형’ 자기소개서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텍스트가 많아서 읽기 힘든 ‘서술형’ 자기소개서를 피하고 키워드와 이미지를 최대한 활용했습니다. 아래에 소개하는 자기소개서는 지난 2017년 여름 즈음 작성한 것입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수정하고 싶은 부분도 있고 추가하거나 더 강조하고 싶은 부분도 보이네요. 한 개인의 복잡한 커리어와 생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건 결코 만만한 작업이 아닙니다.



인포그래픽을 더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이제 다음은
‘현재 이후의 나’에 대한
고민입니다.



조직뿐만 아니라 개인에게도 비전이 있습니다. 쉽게 ‘앞으로 하고 싶고, 되고 싶은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업무적 한계와 불만족, 성취하지 못함의 씨앗들이 ‘현재 이후의 나’ 영역에 키워드로 나열되기 시작합니다. 비전은 현실 위에 단단히 딛고 들어 올려야 하는 이상과 같습니다. 허무맹랑해서도 안되고, 꿈꾸듯 그려내서도 안될 겁니다. 인생 후반전 제 ‘일’이고 ‘성취’이며 ‘행복’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자기소개서 첫 페이지는 이런 내용을 담은 간단한 인포그래픽으로 채워지면 좋겠네요.



그래서,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건가요?



그동안의 실적을 음원사이트의 노래 검색창 UI처럼 ‘정확도’, ‘인기순’, ‘최신순’으로 정리해 볼 수도 있습니다.



먼저 ‘정확도’에 맞춰 명확한 업무실적(경험사례)을 정리합니다.
정리된 업무실적(경험사례)을 '최신순'으로 다시 나열합니다.
이후에 부록처럼 '인기순'으로 업무실적(경험사례)으로 상위 5개 정도만 다시 보여줍니다. 



괜찮은 방법 같습니다. 마흔일곱에 다시 쓰는 자기소개서는 ‘무엇을 어떻게 다르게 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40대의 자기소개서가 20대의 자기소개서와 다른 점은 지금까지의 어떤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어떤 문제들을 남들과 다르게 풀어낼 수 있는가를 구체적으로 기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확도’에 맞춰 정리한 업무실적


<아나운서>

다수의 선거방송토론 진행(2017 더불어민주당 경선후보토론회 등)

뉴스데스크 충북 앵커

충북시사토론 창 사회자

다양한 TV매거진 프로그램 진행

대통령 참석 행사 진행

세계양궁선수권대회 개막식 사회 등.


<라디오 PD>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임규호의 특급작전' 연출

특집 다큐멘터리 '우울, 누구나 아는 비밀에 대하여' 연출

음악FM 팝송 전문 '음악스케치' 제작/진행

보는 라디오 [라뷰] 기획/론칭 및 [리뷰] 관련 특집 프로그램 제작

다양한 공연기획(보컬가왕, 청원생명축제 폐막공연, 증평북패스티벌 등 다수)


<뉴미디어 CD>

뉴미디어 플랫폼 [라뷰] 베타 버전 실험

라뷰특집_”청음을 넘어서”(Beyond Listening)_청각장애인과 함께 하는 보는 라디오 방송.

라디오와 보는 라디오, 소셜미디어 등을 활용한 융합 실험방송.

팟캐스트 오디오 콘텐츠 '특급청년회', '조혜선 아나운서의 엄마의 책 읽기' 기획/제작

실험 + 실험 = 아직은 실패가 많음.



이렇게 정리한 경험사례들은 ‘최신순’과 ‘인기순’으로 다시 정리해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신순’으로 정리된 경험사례는 필자의 관심과 호기심이 어느 방향으로 이동했는지 보여줄 수 있을 거고요. ‘인기순’으로 정리된 경험사례를 통해서는 ‘업무성과’를 임팩트 있게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협업을 통한 ‘성취감’은 최고!



매일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업무들에서 성취감을 느끼며 만족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성취감을 얻기 위해 치열하게 임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새롭고 실험적인 작업 가능하다고 여기니까요. 18년 방송일을 하면서 '성취'라는 측면에서 '현재 이전'을 돌이켜 보니, 스스로에게 민망하게 느껴집니다. 인정받을 만한 큰 상을 받은 적도 없으니, 내세울 게 그리 많지 않습니다. 


스스로에게는 성실했지만 저 혼자만의 만족으로 그치는 것도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열린 마음으로 누구와도 함께 일할 자세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 있으니 가능성을 여전히 남아 있는 거겠죠? 적어도 저는 '골방'에서 혼자 이룬 성공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협업하며 일궈낸 '성취'에 더 큰 가치가 있다고 믿습니다. 이 생각은 변하지 않을 겁니다. 



일상의 힘을 믿는다면,



일상의 작은 실험들을 끊임없이 이어갔고, 지치지 않기 위해 부단히 애써왔던 과정의 연속이었습니다. 작은 실패의 연속이었던 일상에 대항하는 실험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지 지금은 가늠이 안됩니다. ‘이러다 대박 하나 나겠지.’하는 막연한 기대는 무책임합니다. 적어도 40대 자기소개서에 쓸 내용은 아닌 것 같습니다. 대신 꼭 써야 할 것은 따로 있습니다. 누구와 어떻게 협업을 해서 어떤 성과를 만들었는가?, 얼마나 다양한 경험을 했고, 실패했으며 무엇을 배웠는가?, 이런 경험치를 언제 어떻게 적용해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 냈는가? 이런 것들이 중년의 자기소개서에는 담겨야 할 겁니다. 개인의 삶이 얼마나 행복했고, 의미 있는가는 논외로 하겠습니다.  



Take it all the way, Go all the way.
끝까지 해보세요. 끝까지 가보세요.



오늘은 40대 중년남의 자기소개서에는 무엇을 담아야 할까에 대한 고민의 여정을 글에 담아보았습니다. 뻔한 이야기로 들으신 분도 계실 겁니다. 무엇보다 이런 고민을 글로 정리하면서 제 삶과 맞짱? 뜨는 느낌으로 써 내려갔습니다. 아직도 모르겠는 것은 이 글쓰기의 끝에 '번듯한 자기소개서'가 있을까?입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주말작가 씀 -




#시도하지_않으면_확률은_0% 이다

#나만의_이유를_찾아서

#나만의_가치를_찾아서


브런치 블로그(https://brunch.co.kr/@5more-seconds)

인스타그램(https://www.instagram.com/young_rak/)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5moreseconds)

유튜브(https://www.youtube.com/user/3young1)

e-mail(3young@gmail.com)










매거진의 이전글 '팟캐스트' 초보 탈출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