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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네소년 Jan 13. 2019

미국 동부 자동차 관통기

20년 전 기억으로 쓴 자동차 여행기



이 여행기는 26살 필자의 미국 동부 자동차 여행을 기록한 것입니다. 20여 년 전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써 내려간 여행이니 '기억 여행'이기도 합니다. 20년도 더 된 너무 오래된 일 같지만, 여행의 흔적을 만질 때마다 떠오르는 기억들은 놀랍도록 생생해 제 자신도 놀라웠습니다. 시간이 흘러 기억이 선명하지 않은 부분은 필자의 감각과 취향에 맡겨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필자가 여행할 때 사용했던 지도책입니다. 지도에 기록된 메모를 단서로 여행기를 작성했습니다.



시계 알람 소리에 눈을 떴을 때
오늘이 그 날이라는 걸 떠올렸다. 



1997년 덥고 습한 어느 봄날 아침


밤 새 돌아가고 있는 에어컨 덕분에 잠자리는 이불속 온기에 더 머물고 싶을 정도로 쾌적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먼저 TV를 켜고 위성사진으로 전하는 날씨부터 살폈다. 허리케인이 잦은 지역이지만, 6월의 마이애미는 안전하다. 평균 기온 26~29도(섭씨)로 한국의 초여름 날씨 정도로 보면 된다. 물론 습도는 훨씬 높다. 룸메이트 김장철(이름 때문에 생긴 별명과 이름이 같다)은 TV 소리에 이불 밖으로 얼굴만 내밀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나를 무심히 올려다보고 있다. 귓가에선 Ray Charles의 'Hit the Road Jack'이 ASMR버전으로 들리는 듯하다. 



사진 출처: Google
직접 찍은 유일한 마이애미 해변 사진. 틈날 때마다 자주 찾던 곳으로, 피어 끝에서 낚시를 즐기고는 했다.


새벽에 내린 비로 젖은 도로와 대조적으로 하늘은 육감적인 구름이 호위하는 파란 하늘. 습도는 늘 그렇듯 70% 이상. 덥고 습하고 자동차 여행하기 좋은 날씨다. 평소 같으면 학교에 가지 않는 날에는 차를 몰아 해변으로 달렸을 것이다. 마이애미는 해변이 일품이니까. 요즘에는 '인라인 롤러'라고 부르는 바퀴 달린 신발을 처음 만들었던 '롤러블레이드'가 한창 인기를 끌던 시기였다. 비키니 입은 금발의 여인들이 '롤러블레이드'를 신고 해변가 도로와 카페, 바 사이를 멋지게 오가는 모습이 마이애미에서는 일상이었고 풍경이 되었다. 


참고로, 마이애미는 롤러블레이드를 타는 사람들을 위해, ATM(Automated Teller Machine: 현금 자동인출기)를 거리에 설치한 도시이기도 하다. 





전날 미리 챙겨 놓은 짐을 들고 반년째 머물고 있는 레지던스 1층으로 내려가며 룸메이트 김장철에게 결연한? 눈빛으로 무사귀환을 약속했다. 만약 20대 겁 없는 필자를 다시 만난다면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꼭 다시 만나고 싶은 그대, Clark(당시 필자의 영어 이름). 


클락 Clark: 뿔테 안경 쓴 모습이 얼핏 슈퍼맨의 '클락 캔트'를 닮았다고 외국 친구가 붙여준 처음 가져본 영어 이름이다. 영화 주인공을 닮았다니 싫지 않았고 필자의 이름에도 '락'이 들어가니 익숙했던 것 같기도 하다.



해드램프가 윙~ 올라가는
영화 속 드림카



Toyota Celica 5세대(1990~1993 생산) : 나의 여행 파트너가 되어준 든든한 녀석입니다.



미국 마이애미 Miami는 대중교통이 쾌적하지 않다. 빠듯한 자금 사정에도 차량 구매는 필수였고 덕분에 이번 여행을 맘 편하게 계획할 수 있었다. 6년 정도 된 Toyota Celica를 구입해 학교와 쇼핑, 낚시, 여행 등 원 없이 다닐 수 있었던 건 다 부모님 덕분이다. 이 차는 나중에 한국으로 돌아와야 하는 시기를 앞두고 팔아 한 달 남짓의 미국 기차 여행의 자금으로 유용하게 활용되었다.  



마이애미 친구들



여행을 떠나기 전에, 마이애미에서 함께 했던 친구들을 잠깐 소개하고 싶다. 나의 또 다른 여행과 모험에 함께 했던 친구들이기도 하다. 기회가 된다면, 기억이 더 지워지기 전에 이들과의 여행기도 써보고 싶다. 


왼쪽부터 아시아나 비행기 조종사 손홍규와 금융 쪽에서 일하다가 지금은 뉴질랜드에서 물리치료를 공부하고 있는 임경우, 그리고 일본 친구 아쯔시.


왼쪽부터 손홍규, 임경우, 아쯔시(일본 친구)



아래의 석 장의 사진들.

왼쪽부터 마이애미에서 모델 직업을 얻고 싶어 했던 프랑스 친구 '로홍'(발음이 늘 어색했다), 미국 남부 재즈 Jazz의 고장 뉴올리언스 New Orleans를 함께 했던 한국 친구 '안효철', 오른쪽 끝은 플로리다 남부 국립공원 '에버글레이즈' Everglase 카약킹을 함께 했던 '브루노'(늘 자연친화적인 친구였고, 착했으며, 프랑스 국립공원에서 일하고 싶어 했다.)



로홍, 안효철, 브루노



마이애미의 날씨는 점점 더워지고 있다



겨울 시즌에는 미국 북부지역을 자동차로 여행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이 오늘 여행을 시작하는 간단한 이유이다. 이번 미국 동부 자동차 관통기의 루트를 살펴보기 위해 아래 지도를 잠시 보자. 오른쪽 제일 아래에 반년 동안 머물던 출발지 마이애미 Miami가 있고, 이번 미국 동부 자동차 관통기의 종착점 보스턴 Boston은 오른쪽 위쪽에 위치해 있다. 



I-95: 미국 동부를 관통하는 남북으로 쭉 뻗은 고속도로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긴 시간을 보내게 될 도로 I-95가 지도 위에 세로로 길게 걸쳐 있다. 비자 Visa만 된다면 캐나다 Canada까지 올라가 보고 싶어 질지 모르겠다. 자동차가 고장 나 멈추는 악몽을 여러 날 반복하며 이번 여행, 미국 '동부 자동차 관통기'가 드디어 시작되었다. 







1997년 6월 3일(화) 08:04 출발


더플백 하나로 꾸린 단출한 짐을 뒷 좌석에 싣고 방향을 북으로 잡았다. 내비게이션이 없던 시절, 두툼한 책 한 권으로 정리된 지도책 Atlas는 꼭 챙겨야 할 여행 필수품이다. 메모하기 좋아했던 나는 지도책에 간단하게나마 여행의 타임코드를 입혀나가기 시작했다. 





마이애미에서 보스턴까지 거리는 편도 2,400km(1,491 mile).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왕복 4,800km의 장거리 자동차 여행이라는 부담감은 내 마음에 휘발유를 부었고, 엑셀레이터를 밟은 발에는 힘을 실었다. 첫날 최대한 멀리 가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I-95 고속도로 상에서 플로리다 Florida를 벗어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잭슨빌 Jacksonville에 잠시 들러 맥도널드에서 햄버거로 한 끼를 해결했다. 가난한 여행자에게 맥모닝은 여행경비를 줄여주는 아침 메뉴이다.  곧바로 다시 출발.





고속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달리며 조지아주 George 사바나 Savannah를 지날 때쯤 왼쪽 차창으로 해가 넘어가기 시작했다. 여행자에게 낯선 곳에서의 어둠은 어쩌면 가장 공포스러운 상황으로 여겨질 것이다. 마음이 더 조급해졌다. 다음 만나는 도시에서 하룻밤을 보내야겠다. 






1997년 6월 3일(화) 21:35 찰스톤 도착


해가 지고 한참이 지난밤 9시 35분 사우스 캐롤라이나 South Crolina 찰스톤 Charleston에 도착했다. 작은 도시라서 마땅한 여행자 숙소를 찾기 힘들 거라고 생각했다. 어렵지 않게 홀리데이인 Holiday Inn(모텔급 숙소)을 찾았고, 여행 첫날 혹사한 오른쪽 무릎을 쉬게 해 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다음날 아침 눈부신 햇살에 저절로 눈을 떴다. 잠시 시선이 천장 이곳저곳을 헤매다가 오늘이 여행 둘째 날이라는 걸 깨닫고는 침대에서 벌떡 몸을 일으켜 커튼을 열었다. 아~ 파란 하늘! 숙소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에 잠시 넋을 잃고 있다가 배고픔을 느끼며 현실로 돌아온다.  


가로수의 느낌이 마이애미와 조금씩 차이가 나기 시작한다. 잎은 넓어지고, 초록에 갈색이 점점 번져간다고 해야 할까? 과거 석탄을 실어 나르던 배들이 드나들던 노스캐롤라이나의 항구 도시, 찰스턴 Charleston이다. 


* 이 지역의 백인 노동자들을 '레드넥' Redneck이라고 부른다. 미국의 인종, 민족 비하 단어 가운데 하나로, 미국 남부의 보수적 성향을 보이는 가난하고 교육 수준이 낮은 백인 농부, 노동자를 비하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붉은 목'은 하루 종일 햇볕 아래에서 일해야 하는 노동자들은 뒷목이 빨갛게 익어 있기 일쑤였고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1997년 6월 4일(수) 찰스톤 출발


다음 경유 도시는 채플힐 Chapell Hill이다. 마이애미에서 함께 공부했던 친구가 이사 간 곳이기도 했고 하루 정도 신세를 져도 좋다는 소리에 고민 없이 경유지로 정했다. 



I-95 N => I-40 West => Raleigh => Chapel Hill => 273 Exit





1980년대 ~ 2000년대까지 활약한  농구 스타 '마이클 조던' Michael Jeffrey Jordan의 모교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가 있는 롤리 Raleigh를 지나, 인구 6만의 오래된 소도시 채플 힐 Chapel Hill에 도착했다. 사실 마이클 조던은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채플 힐 문화지리학과에 입학했으니, 농구 마니아들이 마이클 조던을 기리는 성지 가운데 한 곳으로 채플 힐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FIU(Florida International University) 플로리다 국제학교의 티셔츠를 입고, 마이클 조던의 모교도 찾아가 인증숏도 찍었다. ㅎㅎ 이때는 대학교 티셔츠가 최애 기념품이었던 시절이다. 





이후의 기록은 지도에서 부쩍 줄어든다. 여행에 취해서인지 아니면 오랜 운전의 피로감 때문인지 지도에 메모하는 걸 잊었던 듯하다.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메모하는 습관은 지금도 내 생활 속에서 공기처럼 함께 하고 있다. 메모나 자료들을 정리하는 어플들은 휴대전화와 맥북에 제일 많이 사용되는 프로그램들이다. 기록의 가치는 기억을 통한 스토리텔링에서 빛을 발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된다. 


지금부터는 경유지 위주로 사진과 짧은 설명으로 이어가려고 한다. 





1997년 6월 어느 날 워싱턴 D.C. 도착


워싱턴 D.C.와 뉴욕에서는 다른 도시에 비해 더 긴 시간을 보냈다. 백악관 White House를 포함해 스미소니언 박물관 등 볼 게 차고 넘치는 곳이 세계 정치의 중심 도시, 워싱턴 D.C.에 도착해 여행자들의 숙소 '유스호스텔'을 먼저 찾았다. 


대도시의 유스호스텔은 관광하기 좋은 위치와 저렴한 숙박비 때문에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숙박이 어려웠다. 워싱턴 D.C.와 뉴욕, 보스턴에서의 숙소는 가난한 젊은 여행자에게는 선택의 고민 없이 유스호스텔이면 된다. 


유스호스텔 Youth Hostel은 입지와 숙박비를 제외하고도 혼자 여행하는 사람에게는 장점들이 많다. 필자의 예를 들어보자. 유스호스텔에 도착하면 먼저 예약해 둔 다인실 방으로 들어가 짐을 푼다. 여러 사람이 한 방에서 함께 생활하는 구조가 많다 보니, 귀중품 관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종종 소지품을 분실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잃어버리고 하소연해도 별 소용이 없다. 자물쇠를 활용해 짐을 보호한다거나 혹은 호스텔 귀중품 보관함에 맞기는 것이 좋다. 짐을 풀었으면 이제는 열린 마음으로 낯선 여행 친구들을 만나러 가자.



워싱턴 D.C. 하루 여행을 함께 하기로 했던 유스호스텔에서 만난 여행자들



여행자들이 유스호스텔을 많이 애용하다 보니, 전 세계에서 모이는 여행자를 만나고 여행 정보를 모으려는 사람들로 1층 로비는 늘 혼잡하다. '만남의 광장'을 떠올려도 좋을 것이다. 낯선 곳에 처음 보는 외국인들과 함께 있는 것이 어색하더라도 주저하지 말고 빈자리를 찾아 앉아 주위 여행자들과 눈인사부터 나누자. 신기하게도 자연스럽게 지금 막 도착한 도시의 여행 계획이 낯선 이들과의 대화 속에서 하나 둘 짜이게 된다. 



링컨기념관, 리플렉팅 풀


배우 '톰 행크스'가 주연으로 나온 영화 '프레스트 검프' Forrest Gump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오른쪽 군인 재복을 입은 뒷모습의 남자가 톰 행스크이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한 장면




미국 의회의사당(United States Capitol)


미국 의회의사당(United States Capitol)은 미국 연방 정부의 입법부인 미국 의회가 있는 건물이다. 자동차로 도시 사이를 이동하고, 도시 안에서는 무조건 걸었다. 두 다리는 검게 그을렸고 단단해 보이는 검은 종아리를 내려다보며 훈장처럼 뿌듯해했다. 까맣게 그을린 두 다리로 세계를 누비는 여행자를 볼 때면 다시 역마살이 꿈틀대는 걸 느낀다. 여행에서 배운다는 말은 헛말이 결코 아니다. 위험한 상황에 스스로를 방치하지 않는다면, 여행은 언제나 인생의 진리라고 생각한다. 



검게 그을린 피부가 훈장처럼 느껴진다



스미소니언 박물관(Smithsonian Museum)


'스미소니언 박물관' Smithsonian Museum은 '박물관 단지' (일종의 뮤지엄 콤플렉스)이다. 영국의 과학자 제임스 스미손(James Smithson)의 기부금으로 1846년 설립되어, 총 19개의 박물관이 워싱턴 National Mall과 D.C. Metro Area, New York city에 나뉘어 위치해 있다. 대부분의 스미소니언 박물관들은 '워싱턴 내셔널 몰'에 위치해 있다. 


왼쪽 사진은 '워싱턴 내셔널 몰'에 위치한 한 박물관 입구에서 '피카소'의 초기 작품 전시회를 알리는 대형 포스터 앞에서 찍은 것이다. 오른쪽은 스미소니언 과학박물관 아폴로 달 탐사선 앞에서 찍은 사진이다. 





백악관(White House)


백안관에는 관광객을 위한 투어 프로그램이 있다. 사전 정보 없이 도착했던 워싱턴 D.C. 에서 유스호스텔 여행자들 덕분에 사전에 신청해 참여할 수 있었다. 





1997년 6월, 필라델피아, 뉴욕, 보스턴으로 이어지는 여행





필라델피아(Philadelphia)


영화배우 '톰 행크스'를 좋아했다. 미국 도시 여행을 되짚어보며 떠올리는 영화들 가운데 그가 출연한 영화가 많다. 한 때 미국을 대표하던 배우 '톰'의 전성기와 필자의 황금기가 일치하는 것 같아 왠지 모를 동질감이 느껴진다.  



내게 '필라델피아'(Philadelphia)는 영화를 통해 먼저 익숙해졌다. 1993년 미국에서 제작된 법정 영화이다. 톰 행크스와 덴젤 워싱턴이 주연이었고,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무명 시절 조연으로 나온다. 제66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과 주제가상을 수상하고, 각본상 후보작이었던 당시 잘 나갔던 영화, 바로 필라델피아(Philadelphia)이다. 



여행을 두리번거리다



필라델피아 유스호스텔을 나와 필라델피아 미술관을 향해 걸었다. 날씨는 쾌청했고 거친 붓칠을 한 듯 구름이 하늘에 번져 있었다. 여행자의 걸음은 목적지가 정해지면 더욱 힘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주위를 살피며 걷다가 로뎅 박물관(Rodin Museum)에 호기심으로 기웃거리다가 정면으로 보이는 미술관 계단에 시선이 다았다. 여행의 중반으로 넘어서면서 체력의 한계가 온 탓도 있겠지만, 걷다가 종종 길가에 걸터앉아 쉬다 보면 그동안 몰랐던 풍경들이 들어온다. 



필라델피아 미술관




필라델피아 미술관 정면 계단을 별생각 없이 올랐다. 계단을 다 오르면 앉아 쉴 생각뿐이었다. 계단 끝에서 미술관을 한 번 올려다보고 문득 돌아본 도시의 풍경은 지금선 선명하게 기억된다. 좌우로 끝없이 펼쳐진 파노라마 풍경 위에 하늘과 구름, 건물, 공원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었다. 



필라델피아 로뎅 뮤지엄 앞에서 '생각하는 사람'처럼




필라델피아를 떠나 뉴욕(New York City)으로


이제 뉴욕과 보스턴만 남겨두고 있다. 마이애미에서 출발한 자동차 여행은 2,000km를 넘어가고 있었다. 마이애미의 야자수 가로수를 보면서 출발해 지금은 잎이 넓은 나무들이 가득한 공원 사이를 달리고 있다. 자유의 여신상과 타임스퀘어로 기억되던 도시, 드디어 뉴욕(New York City)이다. 




센트럴파크 서북쪽 끝에 위치했던 유스호스텔은 브로드웨이를 따라 남쪽으로 걸어 내려오며 뉴욕을 즐기기에 적당한 위치에 있었다. 다른 도시에서처럼 맨해튼을 두 다리로 열심히 걸었다. 남쪽 끝 자유의 여신상으로 가는 배를 타는 곳까지 매일 이 거리를 걸었던 것 같다. 


날씨는 흐렸지만 그래서 더 진한 색감의 뉴욕을 만날 수 있었다. 타임스퀘어에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티켓을 반값에 살 수 있는 곳이 있었고 늘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나도 이곳에서 '미스 사이공' 뮤지컬 티켓을 구매해서 봤다. 뉴욕에 왔다면 뮤지컬 극장은 성지 순례 같은 곳이라고 여기기도 했던 것 같다.  



여행 중에 필자가 직접 찍은 사진들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앞 계단에는 수많은 관광객과 여행자들이 지친 다리를 쉬면서 앉아있다. 






다음은 마지막 도시, 보스턴(Boston)


이번 여행의 마지막 도시, 유럽의 청교도들이 처음 정착했던 곳, 보스턴이다. 하버드 대학교와 보스턴 레드삭스 야구팀으로 알려진 곳이지만, 도시의 첫 느낌은 자존심 강한 유럽 귀족 같았다. 


미국의 대학들은 캠퍼스와 인근 지역의 경계가 따로 없는 것 같았다. 운전하며 지나치는 도시는 학교 건물과 주민들의 거주공간이 한 데 어우러져 있는 듯해서 도시의 이미지를 더 학구적?으로 보이게 했다. 하버드 대학교를 둘러보면서 내 딸이 나중에 이곳에서 공부할 수 있기를 기대했던 것도 같다.ㅎㅎ 






에필로그


1997년 6월 어느 날 아침, 미국 동남부 플로리다 마이애미를 출발해 동북부 끝 보스턴까지의 자동차 여행은 이렇게 무사히 마무리될 수 있었다. 이제 출발했던 곳 마이매미까지 2,400km를 운전해 돌아가야 하는 과정이 남아 있지만 이 또한 20대 청춘이 누릴 수 있는 값진 시간이 될 것이다. 


'미국 동부 자동차 관통기'는 오래된 앨범을 정리하다 우연히 발견한 사진에서 시작되었다. 봉인 해제되듯 풀린 이야기로 이 글을 쓸 수 있었던 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어떤 순간은 눈물 나고 솜털이 솟는 생생함을 느끼기도 했다. 


끝으로, 20여 년 전 기억으로 쓴 탓에 중간 중간 허전함이 가득한 글을 끝까지 읽어 주신 독자께 깊은 감사를 전한다. 



- 주말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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