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현실주의 관점)
전쟁의 결과는 언제나 참혹하다. 정치지도자들이 전쟁을 결정하지만, 항상 무고한 국민들이 재산과 목숨을 잃고 많은 고초를 겪는다.
최근 뉴스를 보고 있으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다양한 관점을 가지고 다양한 해석들을 하고 있다. 민주주의에서 다양성은 가장 중요한 가치인 동시에 꼭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간혹 우크라이나 전쟁을 너무 감정적으로 해석하는 뉴스들을 보게 되면, 조금 걱정이 앞선다. 사리판단을 분명히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관점을 제공함으로써 지식의 자양분이 될 수는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지식의 편향을 가지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정치는 언제나 현실주의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 이번 전쟁에서도 봤듯이, 모든 국가들은 자국의 국가이익만을 수호하기 위한 방향으로 정책 결정을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참으로 냉점함으로 가득 차 있다.
먼저, 미국을 살펴보자. 우크라이나 전쟁의 최대 수혜자이다. 이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는 국력을 소모하게 된다. 러시아 경제제재를 통해 러시아 경제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또한 유럽의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이 이를 대신함으로써 경제적 이익도 취할 수 있게 된다. 궁극적으로 중국, 러시아와 대결 국면에서 유리해질 수 있다. 다만, 러시아의 동진은 서유럽에 위협이 되기 때문에 어떻게든 사수해야 한다. 직접적인 참전을 피하고 확전 하지 않는 게 미국에 최대 이익인 것이 분명하며, 계속 그렇게 행동할 것이다(대리전).
러시아는 역사적으로 유럽의 동진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유럽은 자원이 풍부한 러시아의 영토를 항상 갈망했다. 소련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동유럽 국가들을 공산화시킴으로써 완충지대로 삼았다. 그리고 소련 붕괴 이후에는 소련연방국가들을 독립시켰지만, 이들 국가가 서방측에 서지 않고 완충지대로 남게 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추진함으로써 전략적 균형이 깨졌다. 자신의 목에 칼을 겨누게 된 것이다. 그래서 전쟁을 결정했다. 러시아는 이번 전쟁을 통해 국제사회에 동유럽 완충지대를 사수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남겼다. 그리고 흑해로 가는 대문을 활짝 열게 되었다. 유럽으로의 에너지 수출은 당분간 감소하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땐, 우크라이나 전쟁이 국익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유럽은 러시아의 서진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맥킨더의 심장지대 이론처럼 대표적인 대륙국가인 러시아는 자원이 넘쳐흐르고 끊임없이 세력 확장을 꾀하며 언젠가는 서유럽을 점령하고 대서양으로 뻗어나갈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완충지대인 동유럽을 방패 삼아 러시아의 서진을 필사적으로 막으려고 한다.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로부터 수입되는 에너지 수급 불안으로 당분간은 힘들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동유럽을 나토에 가입시키고 방패막이로 삼는 게 국익에 더 큰 이익이다.
중국 역시 미국과 함께 최대 수혜자이다. 복이 넝쿨채 굴러 들어오고 있다. 1990년대 말, 미국은 세력균형을 위해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을 잡기로 했다. 그러나 911 테러로 인해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하는 동안, 중국의 국력은 엄청하게 성장했다. 미국은 본격적인 대결을 통해 중국의 힘을 빼려고 하고 있는데, 러시아가 갑자기 튀어나왔다. 또다시 중국에게 집중할 수 없게 되었다. 중국은 웃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는 미국에 이익이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확전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중국은 가만히 앉아서 미국의 국력 쇠퇴를 바라볼 수 있다. 미국이 유럽으로 관심이 기울어지면, 대만을 쉽게 점령할 수도 있고 태평양으로의 세력 확장도 용이해진다. 여기에다 저렴한 러시아 에너지의 수입은 덤이다.
우크라이나는 이 전쟁의 최대 피해자이자 희생양이다. 현실주의 국제정치의 냉혹함을 직접 경험하고 있다. 국민들이 친미와 나토 가입을 주장했던 대통령을 뽑았다. 그게 국익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 국익을 수호하기 위해 이 전쟁을 하고 있다.
미지막으로 우리나라를 보자. 러시아 눈치 보고 우리나라가 경제제재에 늦게 참여했다고 비판하는 뉴스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필자의 관점에서 봤을 때, 그 기사는 의도성을 가지고 감정에 치우친 것처럼 보인다. 개인적으로서 한 인간으로서는 러시아를 비난하고 우크라이나를 돕는 게 맞다. 그러나 국가의 정책결정은 감정에 절대 치우치면 안 된다. 감정에 치우친 결정은 국가의 운명을 뒤바꿀 수 있다. 분명한 사실은 국제정치를 현실주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철저히 분석한 다음, 어느 것이 우리의 국익에 최대인지를 계산해보고 결정해야 한다. 그것이 지혜이고 우리가 생존과 번영할 수 있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