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페퍼민트 티
베트남은 뗏(Tet) 연휴라고 하는 음력설 연휴가 유일한 장기 휴일이다. 이번 뗏 연휴는 2월 10일부터 16일까지. 일주일이었다.
주로 이 기간에 여행을 가는데 우리 가정은 남편이 특별근무를 해야 하기도 하고 올해는 2월 초부터 심각해진 코로나 상황으로 얌전히 집에 머물기로 했다.
집에서 창 밖을 내다보면 바로 호수공원이 보인다. 학교도 가까우면 지각하고 헬스장이 건물 내에 있어도 가기 싫으면 잘 안 가게 되는 것처럼 호수공원에 조깅하러 가는 것도 늘 마음속에서만 하던 일이었다. 그런데 연휴 둘째 날, 생각했던 일들을 모두 끝내갈 무렵 너무 활동량이 적었다는 생각이 들어 호수공원으로 혼자 산책을 나갔다.
3km 정도의 공원 두 바퀴. 30분가량의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었다. 욕조에 물을 받고 입욕제를 하나 넣고 반신욕을 했다. 적당히 뜨거운 온도의 물이 몸을 데워 땀이 나기 시작했다. 10분쯤 지나고 나서 갑자기 시원한 페퍼민트 티가 마시고 싶어 졌다. 5분만 더 있다가 씻고 나가서 차를 마셔야지. 마침 씻어둔 딸기도 있으니 딸기도 먹어야지.
개운하게 샤워를 마치고 물을 끓여 페퍼민트 티백을 우려내고 냉수를 붓고 얼음을 띄웠다. 씻어둔 딸기까지 챙겨 들고 내가 좋아하는 나의 공간에 앉아 시원한 차를 한 모금 마시는데 순간 ‘아, 행복이 이런 건가. 응 이런 게 행복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페퍼민트 티가 마시고 싶었는데, 집에 마침 페퍼민트 티가 있었고. 시원하게 얼음 동동 띄워 마시고 싶었는데 마침 얼려둔 얼음도 있었다. 거기에 달콤한 딸기까지. 모든 게 생각한 대로 막힘없이 흘러간 작은 순간이었다. 만약 페퍼민트 티가 없었고, 얼려둔 얼음이 없었다면 오히려 짜증이 났을 것 같은데 사소한 것들이 모두 박자가 맞아떨어졌고 나는 그게 행복으로 느껴졌다.
그 순간 느낀 행복의 감정을 꼭 기억하고 싶어서 글로 남기는 이 순간도 행복하다. 정말 사소하지만, 꽤 오랜 여운을 남긴 행복의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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