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함을 들키지않고 싶은마음
2020년 상반기는 코로나로 뒤덮이긴 했어도 나름 장밋빛이었다. 서른이 되기 전에 모두 상환하고 싶었던 학자금 대출을 2020년 2월부로 모두 상환했고, 서글픈 외노자 신세이긴 해도 우리 부부의 첫 집을 분양받아 새로운 목표를 설정했다. 그런데, 갑자기 내가 백수가 되었다.
맞벌이를 기준으로 맞춰놓은 자금 운용 계획이 무너졌고 퇴사의 과정도 부당하고 불합리해서 한동안 불편한 마음이 가득했다. 갑자기 출퇴근할 곳은 사라졌으나 만날 사람들은 많아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문제가 없었지만 점차 다가오는 중도금 납입 일정이 압박으로 다가왔다. 때마침 흥미 있고 해보고 싶던 직군에 자리가 생겨 지원했고, 나이를 믿고 패기로 까불다가 다른 분이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대놓고 한 순간에 다가오지는 않았지만 슬금슬금 무기력함과 우울함과 패배감이 나를 짓눌렀고 겉으로는 문제없어 보여도 마음은 아무런 의욕이 생기지 않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한국으로 도망이라도 치고 싶은데 하늘길이 막혀 오고 갈 수 없는 것도 원망스럽고 무엇보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마음이 정말 컸다. 만약 한국에 살고 있었다면 우울증 치료에 대해 고민해봤을지도 모르겠다. 스스로 슬럼프에 빠졌다고 생각했지만 탈출하고 싶은 마음조차 들지 않았다. 그런 무기력함에 시간제한을 두지 않으면 전혀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아서 남은 '2020년까지만 슬럼프라고 치자. 1월이 되면 탈출해보려고 노력이라도 하자.'라고 마음을 먹었다.
신기하게도 1월이 되면서 지원할만한 일자리도 생기고, 여러 지인들이 추천을 해주기도 하며 자소서를 쓰느라 바쁜 날들을 지나 두 곳의 면접 일정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참 마음이 소란스럽다. 간절하고 꼭 합격하고 싶은데, 예전처럼 자신감이 넘쳐흐르지 않는다.(예전에는 그냥 무조건 '나 합격할 것 같은데?'라는 상상만 했었다) '합격할 거야. 될 거야. 나는 잘할 수 있어'하는 생각보다 '될까? 안되면 어떡하지? 이제는 정말 일을 시작해야만 하는데'하는 불안감이 더 크게 다가온다.
오랜만에 하고 싶다고 생각이 드는 직군에 지원했고, 한국에 있을 때부터 가고 싶던 회사이기도 해서 그런 건지, '꼭 합격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커서인지 혹은 다시는 패배감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 인지. 도통 마음이 소란스러워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집중이 되지 않는다.
어떤 질문에는 어떤 대답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정리가 되지 않고, 상상하는 것을 좋아하는 ENFP 성향인데 시뮬레이션도 잘 되지 않는다. 이 소란스러운 마음을 다스려보려고 키보드를 두들겨 보았는데도 큰 효과가 없는 듯하다. 결국은 스스로 다시 마음을 다잡고 나에게 질문을 던져보아야겠다.
부디, 두 곳의 면접을 무사히 마치고 정리된 마음으로 그리고 한결 편안해진 마음으로 다음 글을 쓸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