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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생 Dec 05. 2021

제 사진은 찍기 싫습니다

똥손과 산다는 것


 날씨가 좋아 나들이를 갔다. 요즘 하노이에서 떠오르는 핫플레이스다. 카페인 줄 알고 갔는데 알고 보니 그냥 카페가 아니라 공원 안에 있는 곳이었다.


 입장료 약 2500원을 내고 들어가니 생각보다 다양한 종류의 꽃밭이 펼쳐져 있었다. 사진 찍기 좋아하는 베트남 사람들이 여기저기 예쁜 옷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아오자이 빌려주는 곳도 있고 미니 화관도 팔고 찍은 사진을 바로 출력해주는 곳도 있었다.




 다행히 대기 없이 자리에 앉아 코코넛을 마시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빈백을 가득 펼쳐놓은 넓은 곳이라 가족 단위로 나들이 나온 사람도 많았다. 이곳에서도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남기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노자 씨가 우리도 셀카라도 남기자며 카메라를 켰다. 그런데 말입니다. 구도가 영 아니잖아요..


 노자 씨는 똥손이다. 똥손 중에 똥손이라고 감히 단언할 수 있다. 같은 곳에서 구도를 이렇게 잡아달라고 손에 쥐어주고 찍어봐도 아, 야속한 그대여. 내가 180cm 장신으로 만들어주면 노자 씨는 나를 150cm 단신으로 줄여버린다.


 안 그래도 살쪄서 사진 속의 현실을 마주하고 싶지 않은데 더 짧고 통통하게 만들어버리면 어쩐답니까..


 생각보다 사진 찍을만한 곳이 잘 되어있는 꽃 정원을 걸으며 왜 같이 안 찍냐며 툴툴대는 남편. 1000장을 찍어도 마음에 쏙 드는 사진(8등신쯤 비율로 나오는 그런 사진=사기 사진) 안 나올 것 같아서 안 찍는다고는 말 못 하고 더워서 그렇노라 핑계를 대었다.


 노자 씨, 요즘은 유튜브나 여기저기에 사진 찍는 기술 강의가 많던데 똥손 탈출을 위해 조금 노력해보는 것이 어떻겠소? 아, 일단 나도 사진 찍을 자신감을 찾기 위해 다이어트를 좀 해보겠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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