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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생 Dec 06. 2021

베트남에 살지만 패딩이 필요합니다

하노이의 겨울은 춥다


 2018년 12월 하노이에서 처음 겨울을 맞이했을 때, 아니 어떻게 동남아인데 이렇게 추울 수 있지?라고 의문을 가졌다.


 집 안에 난방시설이 없어 그런 것도 있지만 실제로 날씨가 춥다! 물론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거나 그런 겨울은 아니지만 하노이 겨울의 평균 기온은 10도~20도 사이다. 한여름에 30도~ 40도 인걸 감안하면 온도가 뚝 떨어지는 셈이다.


 한국의 추위가 살을 에는 듯한 칼추위라면 하노이의 겨울은 습도가 높아서 뼈가 시린 추위다. 이렇게 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노이가 추워봤자 얼마나 춥겠어 라고 생각하겠지만, 춥다는 나의 경고를 무시하고 12월에 슬리퍼를 신고 놀러 왔던 동생이 수면양말을 빌려 신고, 목도리로 꽁꽁 싸매고 우리가 가진 가장 두꺼운 옷을 빌려 입었다면 설명이 될까.


 오토바이가 없던 시절, 차 안에서 왜 사람들이 패딩이며 코트며 꽁꽁 싸매는지 이해가 안 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노자 씨와 오토바이를 타고 여기저기 다니기 시작하고, 겨울을 맞이하고 보니 오토바이 라이더들에게 하노이의 바람은 그야말로 뼈에 스며드는 바람이었다. 그래서 겨울엔 패딩과 양말은 필수 아이템이다.


 첫해의 겨울엔 추운 날씨가 있는 하노이가 신기하기도 하고 적응도 안되고 동남아인데 왜 이래 이랬었다. 더군다나 예쁜 가게나 카페도 호찌민에 많아서 호찌민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요즘은 몇 년 정 붙이고 살았다고 느리지만 조금씩 발전하고 있는 하노이가 좋고, 나름의 4계절이 있어서 겨울옷 입는 재미가 있는 하노이가 좋다.


 올해는 아직 크게 춥지 않아서 두꺼운 외투를 꺼내지 않았는데, 곧 추워지면 패딩 입고 오토바이 타고 호숫가로 마실 나가서 1만동(500원) 짜리 군옥수수도 사 먹고 하노이의 겨울을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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