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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생 Dec 08. 2021

베트남 박장에 가다

화장실의 중요성


 지금 회사는 회사에서 점심을 제공한다. 베트남 아주머니의 솜씨가 좋아서 그럴싸한 한식이 나온다. 가끔 향신료 맛이 강한 음식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김치도 직접 만드시는 분이니, 솜씨가 좋으신 편이다.


 점심을 먹고 나면 주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쇼핑몰에 스타벅스를 가곤 한다. 오늘도 커피를 사러 가볼까 하며 신발을 갈아 신고 잠시 앉아있는데 사장님이 부르셨다.


 사장님은 78세의 노장이신데, 스마트폰 사용에도 익숙하신 편이고 컴퓨터를 다루시는 것도 꽤 잘하신다. 매일 출근을 하시는 것부터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오후 업무가 많냐며, 같이 나가자고 하신다. 단기 2개월 알바라 일손이 필요한 업무만 거들뿐 맡고 있는 주 업무가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갑작스레 외근이라니..


 그렇게 나선 길, 점심 먹은 후 얼마 되지 않은 터라 졸음이 밀려왔다. 다행히 앞자리에 앉아서 티 나지 않게 졸 수 있었다. 한 시간 정도를 달려 박장이라는 도시에 도착했다.


 하노이에 거주하는 사람들 중 60% 이상은 하노이 근교의 소도시로 출퇴근을 한다. 주로 제조 관련업 종사자들이 그렇다. 남편의 근무지가 하노이이기도 하고 해당 지역 공단 근무자가 아닌 이상 갈 일이 없는 곳이라 말로만 듣던 박닌, 박장을 가보게 된 것이다.


 갑작스러운 외근의 목적은 공장 답사였다. 한국 소재 기업이 베트남에 투자 목적으로 공장을 임대할 계획인 듯하다. 앞 뒤 자세한 상황은 모르지만 공단 내에 공장 여러 곳을 둘러보았다.


 예전 봉제회사에서 일할 때, 가봤던 봉제공장과는 또 달랐다. 그때는 화장실이 있는지 없는지 볼 정신도 없이 베트남 직원 따라다니기 바빴는데, 천천히 둘러보니 공장 내부에 화장실이 없었다. 외부에 있는 화장실 환경도 굉장히 열악했다.


 모든 공장이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한국 기업이 진출해있는 베트남 북부 공장들의 일부는 이런 환경일 거라 예상됐다. 그 어딘가에서 관리자로 근무하고 있을 분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내가 다녔던 봉제회사의 사무실도 외관은 멀쩡했지만 화장실에서 대왕 바퀴벌레가 종종 출몰하곤 했다. 처음에는 그래도 화장실이 안에 있는 게 어디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바퀴벌레를 본 후로는 그것도 손가락 두 개만 한 크기의 바퀴벌레는... 공포 그 자체였다. 매일 제발 제발 마주치지 않기를 바라며 화장실에 갔다.


 하지만 오늘 본 공장의 환경처럼 외부에 있는 재래식 화장실이라면 바퀴벌레가 문제가 아니라 쥐랑 눈을 마주칠지도 모를 일이다(베트남은 아직 길에서 종종 쥐를 만나기도 한다).


 사장님이 이것저것 배워두면 좋다고 데려간 답사인 듯한데 여러모로 느낀 점이 많다. 첫 번째로는 업무로써 공장 답사를 할 때 체크해야 할 부분이 어떤 것들인지 알 수 있었다. 두 번째로는 누군가는 경제적 목표를 위해, 누군가는 가정의 행복을 위해 주어진 환경에서 버티고 있겠구나 싶었다.


 오늘도 이렇게 하루를 버텨낸 우리 모두에게 박수와 위로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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