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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생 Dec 09. 2021

사장님은 왜

김칫국은 안 좋아합니다만

 어제 사장님과 박장에 다녀온 후로 또 새로운 업무가 추가되었다. 나는 분명 2개월짜리 단기 용역인데 자꾸 새로운 일을 주신다. 이 자리를 소개해주고 떠난 지인이 온라인으로 참여하는 회의시간에는 종종 나를 칭찬하기도 한다. 오늘도 일을 꼼꼼히 잘한다며 칭찬하시기도 하고, 여기서 일하는 동안 뭐 하나라도 배워가면 좋으니 여러 일을 시켜보는 거라고 한다.


 새로운 일을 하고 경험을 하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다만 기한이 정해져 있고 떠날 마음을 늘 간직하고 있는 때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새로운 업무를 받아서 제대로 끝내지 못하고 기간이 끝나게 되면 어떡하지부터 꽤 중요한 일인데, 이런 일을 왜 나한테 맡기는 거지라는 생각도 든다. 


 첫날, 회사를 경험하는 동안 마음이 불편해진 순간이 몇 있었다. 그런 상황을 만든 당사자는 아마 내가 그런 말을 했었나 라고 생각할 것 같지만, 나는 그 순간이 꽤나 불편했고 불쾌했다. 일종의 기 누르기 인가 싶은데 굳이 정직원인 그가 단기용역인 나의 기를 눌러 무엇하랴. 지금도 내가 첫 출근했던 그날 그가 내게 보였어야 하는 모습은 누가 들어도 물음표가 백만 개쯤 뜰 질문을 할 게 아니라 정확한 업무내용 전달이었다고 생각한다. 

 

 말을 친절하고 착하게 한다고 모두가 착하고 친절한 사람은 아니다. 업무에 있어서 만큼은 미사여구 없이 조금 나쁘게 들리더라도 목적이나 의사 전달이 확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구절절 이러쿵저러쿵 수식어가 길어질수록 전달받는 입장에서는 집중력이 떨어지고 결론이 뭔지 말하려는 바가 뭔지 알 수 없어 오래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전히 첫날의 안 좋았던 첫인상이 남아 있는 그가 속한 이 회사는 내가 더 다녀 달라고 해도 다니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막상 또 마무리할 날이 다가오고 사장님이 자꾸 새로운 일을 줄수록 '왜 이러시는 거지'라는 생각이 든다. 


 김칫국 마시는 취미는 없지만 요즘 따라 내가 관심 있는 분야나 지원할 만한 일자리도 없는터라 만약, 정말 만약에 사장님이 계속 같이 일하자고 하면 어떡해야 하나 싶다. 떡 줄 사람이 생각도 없을 때 마시는 김칫국은 나중에 속만 쓰린데 이게 다, 사장님이 답사도 데리고 가고 자꾸 일을 줘서 그런 거다. 


 오늘 하루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아 얼마 전에 쓴 글이 다음 메인에 올라갔다. 처음 경험해보는 조회수에 하루 종일 마음이 들떠 있었다. 한국보다 두 시간 느린 나라에 살고 있으니 기뻐할 시간이 두 시간 늘어난 기분이다. 


 오늘 하루, 초보 작가 지망생의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이 평안한 밤을 보내길 바라며, 덕분에 새로운 경험에 많이 들뜨고 설레고 행복했다. 나도 오늘은 막걸리 한 잔 걸친 술기운에 취해 좋은 꿈 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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