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은 수육 먹는 날
11월부터 오늘까지 이 회사에서 맞는 6번째 금요일이다. 그리고 또 수육이 나왔다. 아무래도 금요일은 식사도우미 아주머니께서 정한 '스페셜 수육 데이' 인가보다.
처음 점심 메뉴로 수육을 본 날, 회사에서 수육을 점심으로 준다니 신선한 충격이었다. 쌈까지 푸짐하니 완벽한 수육 정식 아닌가.
점심식사는 별일 없으면 사장님과 베트남 직원들 모두 모여 다 같이 먹는다. 대체로 식사만 하는 조용한 분위기지만 가끔 음식 관련 얘기를 할 때는 그 침묵이 깨진다.
수육 데이처럼 쌈이 나오는 날은 베트남 야채들, 향채나 고수 같은 것도 먹을 줄 알아야 한다라는 얘기를 하기도 하고, 후식으로 챙겨주는 과일도 꼭 챙겨 먹으라고 잔소리도 하신다.
오늘은 사장님 쪽 야채 접시에 상추가 바닥이 나서 상추 리필 좀 해줘 라고 말씀하신 데서 시작됐다. 한국 직원 중에 베트남어를 어느 정도 하시는 분이 아주머니께 '꼬 어이, 꼬 살랏 느어 콩?' 이라고 물었다.
* 틈새 베트남어 1
cô ơi, có salat nữa không?
= 아주머니, 상추 더 있어요?
여기서 사장님이 상추를 살랏이라고 말한 것에 베트남 사람 다 됐다고 하시며 껄껄 웃으셨다. 한국 회사긴 해도 베트남 직원들이 더 많고, 공용어도 영어지만 음식은 주로 한식 위주로 나오기에 '살랏'보다는 '상추'가 더 익숙한 표현이다. 베트남어로 말할 때도 콕 집어 '살랏'이라고 하기보단 '자우(rau)=야채'라고 많이 하는데 상추도 자우도 아닌 살랏이라니.
* 틈새 베트남어 2
볶음으로 유명한 모닝글로리는 rau muống(자우 무엉)이다
나는 여태 샐러드를 살랏이라고 하는 줄만 알았는데 샐러드에 들어가는 상추가 살랏이었던 것이다. 공부를 해서 알게 된 단어나 이렇게 우연히 알게 되는 단어들 모두 실생활에서 써먹으려고 하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가끔 한국어도 영어도 베트남어도 안 되는 0개 국어일 때가 있다. 언젠가는 자신 있게 3개 국어 합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