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한 번 연말맞이
한국에서 카페 아르바이트를 오래 했던 나는 네일아트와는 거리가 멀었다. 늘 짧고 정돈된 손톱을 유지했고 카페 일을 그만둔 후에도 손톱이 길면 답답하게 느껴졌다.
친구들이 종종 네일숍에 갈 때도 나는 가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네일아트의 천국이라 불리는 베트남에 온 뒤에도 네일숍에 갈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하노이살이를 시작하고 친구도 사귀고 어느 정도 적응을 한 후 친구가 넌 왜 네일숍을 안가?라고 물었다. 그냥 별생각 없기도 했고 손톱이 답답할 것 같아서 안 간다고 했더니 친구는 꼭 젤 네일을 하는 게 아니어도 케어 받는 것도 좋다고 추천해주었다.
결국 친구가 간다고 할 때 한 번 따라가서 케어를 받아봤는데 거스러미도 싹 없어지고 깔끔한 것이 신세계였다. 그 후 용기를 얻어(?) 네일 아트에도 도전을 해봤다. 친구들이 왜 손톱에 그림 그리며 기쁨을 느끼는지 알게 되었다. 조금 화나는 일이 있을 때 아기자기한 손톱을 보면 뭔가 화가 가라앉기도 했다.
무엇보다 베트남에서 네일아트는 가격이 합리적이라 더 매력적이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샵에 가도 한국 가격의 반값이면 되었고, 현지인이 운영하는 샵에 가면 거의 1/3 가격이었다. 보통 케어와 기본 컬러만 할 경우 한국돈으로 1만 원이 안 된다. 그래서 가끔 외국인 손님이라고 가격을 높여 받는 경우도 있지만 조금 덤터기를 써도 괜찮았다.
다만 친구들이 말해준 한국과 다른 점이라면 지속력을 오래 하기 위해 손톱 표면을 살짝 더 갈아낸다는 점(?)이다. 네일아트의 재미를 알고 난 뒤 연속으로 젤아트를 했더니 손톱이 약해지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몇 번 하다 보니 2-3주에 한 번씩 가서 한두 시간씩 앉아있는 것도 지루하기도 하고 새로운 디자인 찾는 것도 귀찮아졌다. 그래서 이제는 가끔 가서 케어만 받고 네일아트는 정말 기분을 내고 싶을 때만 받기로 했다.
그중 한 번이 연말이다. 크리스마스에 눈도 내리지 않고 휴일도 아닌 나라지만 크리스마스 기분을 내기엔 손톱 위의 그림이 제격이다.
올해도 심사숙고하여 고른 디자인으로 손톱 위의 크리스마스를 만나러 다녀왔다. 무려 두 시간 반을 투자해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체크 패턴을 올리고 귀여운 곰도 그렸다. 앞으로 한 이주일은 손톱만 봐도 기분이 몽글몽글해지겠지.
귀여운 네일과 이번 연말을 보내고 내년에는 합리적인 베트남 네일의 세계에 한국의 친구들을 초대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