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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생 Dec 12. 2021

서점에서 책을 사는 즐거움

베트남에 살면서 잊고 있던 재미


 책을 좋아한다. 읽는 것도 좋아하고 사는 것도 좋아한다. 다만, 베트남에 사느라 그 즐거움을 잊고 있었을 뿐이다. 베트남도 꽤 서점이 많다.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다니는 길에 본 헌책방도 있고 한국의 대형서점만큼 규모가 큰 서점도 있다. 그런 곳은 대개 한국과 비슷하게 문구류도 같이 판다. 하노이 롯데백화점이나 일본계 쇼핑몰인 이온몰 등에서도 서점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만, 언어가 베트남어일 뿐이다


 영어로 된 원서나 간혹 한국 책을 베트남어로 번역해서 나온 번역본 책들도 있기는 하다. 원서나 번역본이나 어쨌든 한국어로 된 책은 아니다. 그리고 베트남은 아직 저작권에 관해서 큰 제재가 없는 편이라 제본한 책도 서점에서 판매를 한다. 제본이다 보니 종이질이 그렇게 좋지는 않다. 책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한 장 한 장 넘기는 재미도 있는데 그런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물론 베트남어로 된 책을 읽을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이 안 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긴 하다.


 한국에서는 교보문고나 알라딘 중고서점이나 독립출판사 책을 파는 곳들이나 서점이라면 어디든 좋아했다. 꼭 굳이 책을 사는 것이 아니더라도 서점만의 분위기를 좋아한다. 특히 교보문고는 교보문고 향을 담은 디퓨저도 나왔을 만큼 서점을 단순히 책만 파는 곳이 아니라 어떤 복합적인 의미를 가지는 공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하노이에 살면서 종이책에 대한 욕구는 처음에 가져왔던 책들과 한인회 도서관에서 빌리는 책들로 채웠다. 하지만 올해는 긴 봉쇄기간과 코로나 감염에 대한 우려로 도서관이 꽤 긴 시간 휴관을 했다. 그래서 결국 밀리의 서재를 다시 신청했다.


 다른 어떤 것보다도 문화생활이나 여가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는 하노이다. 얼마 전에도 친구에게 교보문고 가고 싶다 얘기하기도 하고 필요한 책의 실사 탐방(?)을 부탁하기도 했다. 그런 하노이에 얼마 전에  '있으려나'라는 한국 책을 파는 서점이 생겼다.


 얼마 전까지는 한국어 교육기관의 일부 공간을 임대하여 문제집이나 교육용 서적을 주로 판매했던 것 같은데 최근에 한인타운 쪽으로 이사를 온 것 같다. 규모는 동네 서점 크기 정도의 작은 서점이다. 직접 가보기 전에 살펴본 인스타그램에서 너무 밝지 않은 조명을 사용한 내부와 몇몇 신간을 판매하고 있는 걸보고 드디어 하노이에도 책을 살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게 기뻤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방문한 서점에서 오랜만에 천천히 사고 싶은 책이 있나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한인회 도서관이 꽤 잘 되어 있어서 신간이나 각종 책들을 읽을 수는 있지만 그냥 '읽고 싶은 책'을 고르는 것과 '소장하고 싶은 책'을 고르는 것은 다른 느낌이다. 그래서 오랜만에 사고 싶은 책을 고르는 즐거움을 느꼈다.


 아쉽게도 내가 사야겠다고 마음먹고 간 책은 재고가 없어서 못 샀지만 남편이 사고 싶은 책이 있어서 한 권 구입했다. 한국에서 보통 온라인으로 구입하면 10% 할인이 되고, 포인트 적립도 되고 그런 점을 생각하면 가격이 비싼 편이긴 하다. 몇몇 책을 집어보니 대부분의 책이 도서에 적힌 정가에 한국 돈으로 1500원~2000원 정도가 추가된 금액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아무렴 어떠랴, 책을 살 수 있는 곳이 생겼는데.


 한인타운 내에 있긴 하지만 우리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는 아니라 자주자주 가기는 어렵겠지만 어쨌든 하노이에서 살아가는 데 가끔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 추가되어 기쁘다. 언젠가 10년 뒤쯤엔 교보문고도 생기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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