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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생 Dec 17. 2021

나는 왜 글을 쓰고 싶은가

부캐를 만들자


 아무래도 이번 주는 일과시간이 ! 하고 아이디어가  일이 딱히 없었나 보다. 오늘은 무슨 글을 쓰지 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유달리 길었다. 그럴 때, 생각하게 된다. 나는  글을 쓰고 싶은가.


 평범하게 직장을 다니지만 내는 소설마다 대박을 친 정은궐 작가처럼 되고 싶어서도 아니고 유명한 에세이 작가가 되고 싶어서도 아닌데 왜 나는 글을 쓰고 싶은가.


 지난주에  글이 다음 메인에 올라가고 유입이 늘어났을  처음 겪는 일이라  신기하고 좋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오래된 친구나 가족들에게는  메인에 떴다고 자랑하기가 부끄러웠다. 아무래도 '글'을 쓰는 나의 모습이 나의 본캐는 아니라서 그런가 싶다.


 부모님의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지만 조금 부족한 나의 본캐는 무뚝뚝한 경상도 K-장녀다. 누구나 겪었을 만한 잔소리를 거부하는 10대를 보냈다. 20대에 엄마의 갱년기를 겪으면서 조금씩 부모님께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여기저기 모임에 술자리에 늦는 엄빠에게 전화해서 일찍 오라고 잔소리도 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입 밖으로 내뱉지는 못하는 대신 엄빠가 필요하다는 게 있으면 오다 주웠다며 사갔다.


 미우나 고우나 부모님 품에서 같이 살던 시간은 이제 다시 안 올 텐데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사는지 글로 보여주는 건 생각만 해도 괜스레 몸이 배배 꼬인다.


 그래서 아마도 나는 본캐보다 조금 살가운 부캐를 만들고 싶어서 글을 쓰나 보다.


 언젠가 '작가'로써의 부캐를 들켜도 부끄럽지 않은 순간이 오면 엄빠에게 그리고 오래된 친구들에게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았었노라고 요즘 이렇게 살고 있다고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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