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걷다 보면
깊은 맛의 말차 라떼를
정성스레 내어주던 카페를 뒤로하고,
우리는 도쿄역을 향해 다시 걸음을 옮겼다.
숙소에서 도쿄역까지는
걷는 편을 택해도 좋을 만큼
적당히 부담없는 거리였다.
말차 라떼의 온기를 품은 채
천천히 걷게 되던,
어딘가 모르게 다정했던 길.
도쿄역 지하상가로 내려서자마자,
조금 전의 정적과는 전혀 다른
거대한 흐름이 밀려왔다.
정신없이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저마다의 목적지가
희미하게, 혹은 선명하게 엿보였다.
퇴근길의 고단함을 짊어진 사람,
설레는 미소로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
약속 장소를 찾는 듯
초조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사람과
곁을 살필 여유조차 없이
굳은 표정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는 사람까지.
그 찰나의 순간들이 모여,
도쿄역이라는
거대한 풍경을 완성하고 있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도쿄역은 그 이름에 걸맞게
충분히 붐비고 분주했다.
강남역 같기도,
혹은 고속터미널역 같기도 한
묘한 기시감.
어느 길목에서는
부평역 지하상가 같은 익숙함이
겹쳐 보이기도 했다.
그토록 복잡하고 낯선 곳에서
왜 이런 친근함이 느껴졌던 걸까.
어쩌면, 그 혼잡함마저도
도쿄라는 도시가 가진
가장 솔직한 일부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by. 5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