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걷다 보면
어디로 향할지
정해두지 않은 채,
스미다 강을 중심에 두고
그저 동네의 흐름을 따라 걷던 시간이었다.
그렇게 무심코 걷다 보니,
산책길 한켠에서
와인과 커피를 함께 품은
작은 공간 하나를 발견했다.
계획에 없던 마주침이었지만,
동네의 차분한 분위기와 묘하게 닮아있어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춰 세웠고,
살짝 가라앉은 기온 속을 걷던 터라
반가운 마음으로 문을 열고 들어섰다.
평소 좋아하던 말차 라떼를 주문하고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
그 짧은 기다림마저도
산책의 다정한 일부처럼 느껴졌다.
기다림 끝에
내 앞에 놓인 따스한 한잔의 라떼.
그곳에서 마주한 말차 라떼는
‘아, 이게 진짜 말차구나!’
감탄이 속수무책으로
터져 나올 만큼 인상적이었다.
달기보다는 깊었고,
부드럽기보다는 선명한 맛.
산책하며 차곡차곡 쌓아온 감정들을
차분하게 이어주는
단단한 한 잔이었다고 할까
유명한 관광지의
화려한 장소가 아니라,
고요한 공기 속에서
잠시 쉬어가는
느낌이 들었던 카페.
어쩌면 이름 모를 길 위에서 만난
이 우연한 온기 덕분에,
그날의 산책은
비로소 완성되었는지도 모르겠다
by. 5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