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걷다 보면
우리는 아사쿠사를 뒤로하고
다음 숙소로 걸음을 옮겼다.
호텔 빌라 폰테인 니혼바시 하코자키.
가성비 숙소로
흔히 추천되는 곳이지만,
직접 머물러보니
그 수식어만으로는 부족했다.
이곳은 숙소 그 자체보다,
아무런 목적 없이
주변을 걷고 싶은 사람에게
더 깊이 스며드는 곳으로 느껴졌다.
숙소 근처를 흐르는
스미다 강 때문이었을까
관광지를 향해
재촉하는 길이 아니라,
그저 동네의 흐름을 따라 걷다 보면
강줄기와 마주하게 되는데,
그 위로
천천히 호흡하며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여행지에서는
좀처럼 마주하기 힘든,
어쩌면 너무 일상적이라
더 낯선 풍경들이 그곳에 있었다.
어르신들이 모여 악기를 배우는 소리,
관광객 하나 없이
이 동네의 삶을 살아내는 사람들.
셔터를 눌러 기록하기보다
그저 눈과 마음에
꾹꾹 눌러 담게 되는 그런 풍경들.
아침의 공기는
내 발걸음 소리가 들릴 만큼
정적이 흘렀고,
그 속에서 나는
관광객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었다.
그저 이 동네에 원래 머물던 사람처럼
익숙하게 걷고 있다는 기분.
사실 이번 여행은
바쁜 나를 대신해
친구가 모든 동선을 세심하게 그려주었다.
차분하고
잔잔한 것을 좋아하는
나를 떠올리며
'여기는 산책하기 정말 좋아!'
친구의 목소리가 문득 귓가를 스쳤다.
그 다정한 권유를 떠올리며
걷던 시간들은,
그의 설명이 결코 과장이 아니었음을
자연스럽게 증명해 보이고 있었다.
첫날에 이어 이튿날까지,
친구를 향한 고마움이
강물처럼 조용히 쌓여가던 시간.
이곳은 화려하거나
인상적인 장소는 아닐지 모른다.
그럼에도 아침의 침묵을
천천히 누리고 싶은 이에겐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곳이 있을까
언젠가 다시
이 근처를 찾게 된다면,
오직 이 아침 산책을 위해서라도
이곳에 다시 머물 것 같다.
by. 5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