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걷다 보면
해가 저물어가던
하늘 아래에서
어느새 저녁이
조용히 스며들고 있었고,
다음 목적지인
신주쿠로 향하기 위해,
우리는 다시 도쿄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
천천히 모여들고 있었고,
탑승장은 이미
그 흐름으로 가득 차 있었다.
끝나가는 하루의 여운을
붙잡고 싶어서였을까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흩어지는 발걸음들 사이로
스쳐 지나가는 시선들이
잠깐씩 머물다 사라졌다 반복되며,
작게 부딪히고,
은은하게 번져가는 공기들.
그 묘하게 분주한 생기가
나쁘지 않았던 건,
나 역시 그 거대한 흐름의
일부였기 때문이었을까.
전철에 몸을 싣고
몇 정거장이나 흘러왔을까.
정신을 놓고 있다 보니
우리는 이미
신주쿠역에 도착해 있었고,
문이 열리는 순간,
사람들의 물결이
한 방향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빛나는 간판 아래로
수많은 발걸음들이
끊기지 않고 이어졌고,
좁은 골목마다
새어 나오는 웃음소리,
저 멀리 허공을 유영하는
이름 모를 선율,
지면을 타닥타닥 두드리는
구두 굽의 날카로운 소리까지.
그 모든 소리가
겹겹이 쌓이듯
거리에서 들려오는
모든 소리가
한순간에 귀로 밀려들어왔다.
우리는 그 리듬을 따라
자연스럽게
인파 속으로 스며들었고,
기타를 연주하던 버스커,
가게 앞에서 목소리를 높이던 상인.
그리고,
하루를 갈무리하듯
먼 곳을 바라보던 사람들까지
도시의 얼굴들이
숨 돌릴 틈 없이 곁을 스쳐 지나갔다.
복잡함 속에 숨겨진
묘하게 낯익은 기시감.
장면들이 연달아 새롭게 포개질 때마다,
마음은 기분 좋은 흥분과
어린아이 같은 호기심으로 채워졌다.
그 속에서 우리는
어쩌면,
조금은 들떠 있고,
조금은 가라앉아 있는
그 사이 어딘가에
머물러 있었던 걸까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른 채,
사소한 허기조차
기억 저편으로 밀어버린 채로.
그 거리 안에서
우리의 웃음은
은은하게 번지듯,
꽤 오래 머물러 있었던 것 같다
by. 5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