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걷다 보면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걷고,
또 걷다 보니
웃음이 가볍게 남아 있던
시간의 끝자락에서,
배고픔이 살며시 스며들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
먹는 것만큼은 결코 아끼지 말자던
우리의 다짐이
문득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래서였을까
우리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와규를 먹으러 가자는 말을
동시에 꺼냈다.
어디로 향할지
찰나의 망설임이 스치던 사이
신주쿠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무심코 지나쳤던 고기집 하나가
희미하게
기억 속에서 떠올랐다
그 순간부터
우리의 나침반은 이미
그곳을 향해 기울어 있었다.
배는 자꾸만
작게, 또 분명하게 신호를 보냈고
오래 길을 내어준 발끝도
이제는 쉬어가고 싶다는 듯
무거운 리듬으로 반응하고 있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는 건
생각보다 자연스러웠고
우리는 망설임 없이
고기를 주문했다.
불판 위에서 고기가
느릿하게 익어가는 동안,
그 짧은 기다림마저
아득하게 늘어지는 기분이었다.
이윽고
젓가락 끝에 걸린
첫 점의 고기를
입안으로 조심스레 밀어 넣던 순간,
말은 일제히 멎었고
눈빛만이
서로를 조용히 스쳐갔다.
이 여행이
어디를 향해 흘러왔는지,
조금은 선명하게
알 것 같았던 순간.
불 위에서 익어가던 고기처럼,
우리의 하루 역시
가장 알맞은 온도로
조용히 완성되어가고 있었다.
by. 5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