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게 말하는 편이 여러모로 좋다

겸손은 좋지만 후려치기는 사양합니다

by 오월

아주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온라인으로 맺어진 동료와의 관계는 대부분 컴퓨터가 ON 하면 켜지고, OFF 하면 종료된다. 하지만 슬프게도, OFF 상태에서도 그날의 잔상이 때로는 몇 날 며칠 내 머릿속에 머무른다.


Zoom 화면 속 나눈 몇 마디가, 겨우 주 2회 정도 주고받은 이메일 속에서의 메시지가 중요한 이유다. 입사와 함께 재택근무가 시작된 현 회사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관찰했다.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나의 작은 깨달음은 이렇다.


말은 예쁘게 하는 게 백번 낫다.




겸손은 좋지만, 후려치기는 사양합니다.

팀에 새로운 업무 프로세스를 도입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나는 이전에는 이용자로서만 사용했던 프로그램에 관리자 권한을 얻게 되었다. 팀원 중 해당 프로그램을 사용해본 경험이 있는 분이 있었지만, 신기할 정도로 프로그램에 대한 활용 역량이 낮았다. 내가 관리자 권한을 얻자마자 팀원은 이건 어떻게 하느냐 저건 어떻게 하느냐 질문을 쏟아냈다. 나도 살펴봐야 한다고 답했지만 그러면 다른 사람에게 물어봐 달라며 등을 떠밀었다.


나도 새로 접하는 시스템이기에 스스로 학습하는 것보다 짧은 시간 특강을 받는 게 여러모로 효율적이라 판단했다. 그래서 해당 프로그램의 담당자 A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위에 언급한 그 팀원을 포함해 온라인 미팅을 잡았다. 담당자 A가 친절하게 잘 설명해 준 덕분에 어려움 없이 프로그램 사용법을 익힐 수 있었고, 생각보다 짧은 시간 안에 미팅을 마쳤다. 문제는 미팅을 마무리하는 팀원의 인사였다.


"A 씨, 고마워요. 덕분에 명쾌하게 이해가 되었네요. 바쁜데 이렇게 불러내서 미안해요. 우리가 무식해서..."


아, 당신은 가만히 있었으면 좋았을 걸, 팀원의 한마디 말로 나까지 무식한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사실 난 우리 팀에서 팀원들이 겪는 다양한 업무 툴의 문제를 해결해주거나, 새로운 툴을 업무에 활용해 퍼포먼스를 높이는 역할을 종종 해왔다. 호기심이 많은 성격 덕분에 대학시절부터 다양한 활동을 했고, 웹 콘텐츠, 영상, 그래픽 등 전문적인 툴에 상대적으로 능숙했다. 내가 그동안 팀을 위해 이것저것 알아보고 알려주려 했던 내 노력이 '무식' 그 한 단어로 수포가 되는 느낌이었다.


팀원의 말은 꽤 오랫동안 여운이 남았다. 마음 한편으로는 꽁냥 한 생각이 들어 앞으로는 굳이 도움을 주고 싶지 않기도 했다. 온라인에서의 말과 행동의 인상은 면대면의 관계에서보다 분명하게 기억된다. Zoom 화면이 켜지며 시작되고, 꺼지면 끊기는 짧은 대화에 우리는 조금 더 정성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는 불변의 진리

업무를 하다 보면 어느새 다량의 문서와 이메일에 허우적 대게 된다. 그래서 때로는 동료의 '나 그것 좀 찾아서 다시 공유해줘'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닐 때가 있다. 이는 내가 누군가에게 자료를 요청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오해와 불편함이 때로는 예쁜 말 하나로 풀리기도 한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평소 협업할 기회가 많은 타 팀의 동료에게 내 업무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했다. 그 동료가 그 자료를 가지고 있는 줄 알고 있었고, 나 역시도 그의 요청이라면 바로 피드백을 해 줄 정도로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었기에 금방 회신이 올 걸 기대했다. 하지만 기다리라는 말뿐, 그 이상의 답변이 없었다. 처음에는 바쁘겠거니 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나도 마음이 조급해져 다시 한번 문의를 하고자 메신저 창을 열었다.


안타깝게도 그는 휴가를 가고 없었다. 업무 마감에 당장에 필요한 정보라 해당 동료의 팀 멤버에게도 연락을 해 보았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제가 담당자가 아니라서 잘 모릅니다."였다. 휴가를 간 걸 알면서도 그에게 이메일을 남겼고, 역시 회신이 없었다. 순간 서운한 마음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결국 나는 빠르게 판단을 내려 내 업무를 수정했고 잘 마무리 지었다. 사실 나는 알고 있었다. 그가 최근 대형 프로젝트를 마치고 많이 지친 상태라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 나 스스로를 특별하게 대해주길 기대했던 것 같다.


며칠이 흐르고, 그에게서 한 통의 이메일이 도착했다. 본인이 휴가를 다녀오는 바람에 업무에 불편함을 끼쳐 죄송하다는 메시지였다. 그러면서도 자신을 배려해 준 것에 대한 고마움의 인사까지 담았다.


그 메일 한통 덕분에 내 마음속 작은 서운함은 녹아 없어졌다.


나도 조급한 요청에 죄송했다는 메시지로 회신하며 상황은 일단락되었다. 그리고 2022년에도 잘 부탁드린다는 훈훈한 인사까지 하며 연말, 새해 인사도 한 번에 전했다.





온라인으로 맺어진 파트너십은 상대방의 온기를 느끼기엔 기회가 턱없이 부족하다. 내 실수를 만회할 기회, 그리고 내 부족한 점을 포용할 나만의 장점을 보여줄 기회는 더더욱 적다. 이런 삭막한 현실에 가장 가성비가 좋은 인간관계 팁은 '말을 예쁘게 하는 것'이다.


나도 사람인지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2022년에는 더 예쁜 말로 한 해를 채우고 싶다. 적어도 나를 떠올리면 기분 좋은 '예쁜 말'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면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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