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세상 속 우연들

30일 글쓰기 챌린지 Day 14 우연

by 꿈꾸는오월

우연이라는 단어가 주는 설렘, 혹은 스쳐가는 낯선 순간이지만, 그런 순간들이 모여서 특별한 경험이 되기도 한다. 일상의 소확행이 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 우연들을 엮어 운명을 만들어내기도 하니까.


우연을 가장 많이 마주치는 곳은 단연 여행지일 것이다.

일상과 다른 공간에서 벌어지는 예측하기 힘든 일들, 그리고 마주치는 이방인들. 낯선 공간에서 마주치는 모든 것들이 우연이 되는 순간. 여행에서의 시공간은 우연에 맡겨진다. 지도와 다르게 우연히 들어선 길, 혹은 공간. 그곳에서 마주한 인연들, 친절과 호의 같은 고마운 순간들. 물론 때론 불쾌함과 마주할 때도 있지만, 그런 일도 지나고 나면 에피소드가 되기 마련이다. 특히나 계획대로 되지 않는, 우연으로 점철된 여행들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여행지에서의 어떤 우연은 작은 순간을 넘어 마음에 남기도 한다.

우연히 경험해서 더 좋았던 기억

지난 2월, 동생과 홍콩으로 여행을 떠났다. 어느덧 일상에서는 점점 시간을 맞추기 힘든 직장인이 되었고, 둘만 떠나는 여행이 이번이 마지막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각자의 삶 속에서 시공간을 동시에 공유할 날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지막 둘만의 여행이 되지 않길 바라면서 떠난 여행이었다. 홍콩에서의 며칠 동안 일상에서 벗어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홍콩에 도착한 첫날, 조금 더 따뜻한 기온과 대기 중에 녹아든 홍콩의 냄새가 떠나온 일상을 지워주었다. 많이 걷다 지쳐 우연히 들어선 카페에서 정말 맛있는 커피를 마시기도 했는데, 그 작은 카페에서 마신 커피가 왜 그렇게 맛있었는지 모르겠다. 우연히 맛있는 딤섬집을 발견하기도 했다. 모든 것이 처음, 처음 가는 길, 처음 간 식당. 그 처음이 켜켜이 쌓여 만든 그 우연의 딤섬이 참 맛있었다. 번화가에서 마주한 풍경들, 바삐 걸어가는 사람들. 그 풍경 속에서 그냥 머무르기로 한 갑작스러운 마음. 그 모두가 섞여 계획한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경험을 했다.


홍콩 여행의 마지막 날, 새로운 유형의 '우연'을 경험했다.

우리는 호텔 근처 정류장에서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이상하게도 버스가 시간에 맞춰오지 않았다. 미리 찾아본 정보에 의하면 10-15분 정도의 배차시간이라고 했는데, 시간이 지나도록 버스가 나타나지 않았다. 조금씩 불안해지던 그때, 한 사람이 우리에게 다가와 말을 걸어왔다.

그 사람은 중국어로 "이곳이 공항행 버스 정류장이 맞냐"라고 물었습니다. 얕은 중국어로 알아듣고, 이곳이 맞다, 우리도 공항으로 가려고 한다고 대답했다. 그는 휴대폰 네트워크가 잘 되지 않아서, 우리에게 확인차 물어보았다고 했다. 우리는 그 사람에게 버스가 조금 늦는 것 같다고 말해주었다. 그는 우리가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서로 짧은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를 론칭한 중국의 디자이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말 놀랐다. 평범한 직장인이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로 활동하는 사람이라니!

그는 자신의 이름으로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었다.

이름으로 자신의 업을 설명할 수 있는 것.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의 이름으로 자신만의 것을 만든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 무엇보다 그에게 많은 용기와 자신감이 느껴졌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한걸음 나아가고 싶어졌다. 나의 이름으로 나의 삶을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한국에 대해서도 "한국 사람들은 스타일리시하다"라고 말하며, 서울을 패션도시라고 말했다. 한국에 대한 인상이 참 좋다는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버스가 도착하고, 짐을 옮길 때도 우리에게 도움을 주기도 했는데, 그 작은 친절에 참 고마웠다.

공항에 도착한 후, 우리는 다시 한번 인사를 했다. 그 사람은 언젠가 한국에서 만난다면 좋겠다고 하고, 우리는 언제든지 한국으로 오면 연락하라는 말과 함께 각자의 길로 떠났다.


어쩌면 다시 만날 일은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 순간은 정말 의미 있는 기억으로 남았다.

세상은 넓고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 우연한 만남으로 세상을 보는 시각이 한층 더 넓혀진 느낌이었다.

여행에서의 우연한 만남은 그렇게 내게 세상이 얼마나 넓고 다양한지,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가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모른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