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연마제

30일 글쓰기 챌린지 Day 15 꿈

by 꿈꾸는오월

어느 날, 유튜브에서 청동거울을 연마하는 영상을 봤다.


박물관에서 청동거울을 볼 때면 옛날 사람들이 어떻게 저것을 '거울'이라고 불렀는지 궁금할 때가 많았다.

호기심에 확인한 영상에서는, 한 유튜버가 5시간에 걸쳐 다양한 연마제와 사포로 청동거울을 연마해 진짜 '거울'처럼 만드는 과정이 있었다.

녹슨 청동유물이 거울이 되는 순간, 왜 이것이 '거울'인지 알게 됐다. 거울이 없던 그때 청동으로 만든 거울은 얼마나 신기했을까, 그리고 매일매일 그 광택과 기능을 위해 얼마나 연마했을까.


출처: https://www.insight.co.kr/news/309434



꿈은 너무 이상적이다. 적어도 지금 내겐 그렇다.

어느새 꿈보다 현실에 깨어있는 것이 생존에 유리한 나이가 되었다. 소설 어린 왕자에 나오는 어른들처럼, 꿈보다는 숫자에 밝은 내가 된 모습을 마주한다.

“ 남몰래 가진 꿈’은 무엇인가요?

남몰래 지닌 꿈.


유년시절을 떠올려봤다. 혼자 간직한 꿈들이 있었는지. 어렸을 땐 모두 다 앞다퉈 꿈을 이야기했던 것 같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기도 했던 꿈들.

지금 떠올려보면 세상의 그 많은 꿈들을 알고나 했던 말인지 모를 것들이 태반이기도 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꿈은 하나의 명사로, 직업으로 치환되기 시작했다.

점점 밥벌이에 눌려 꿈이란 단어는 바래졌다.

지금 내게 마치 꿈은, 박물관에 전시된 녹슨 청동 거울 같다. 한 때 무언가를 비출 수 있는 것이었으나, 지금은 녹슬어 봉인되어 있는 것.


내 안의 녹슨 꿈들이 뭔가 생각했다. 몇 년 전 유행처럼 썼던 버킷리스트가 생각나 예전 일기장을 꺼내 봤다. 단단한 사람 되기, 글로 밥벌이해 보기, 세계여행 가보기, 그리고 하고 싶은 일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꽤나 많은 것들.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내가 별반 다르지 않은 것에 사뭇 놀랐다. 여전히 추구하고 있는 것들, 좋아하는 것들이 그대로여서. 사람은 참 쉽게 변하지 않는구나.

그중 글로 밥벌이를 해보고 싶다는 것에 눈길이 갔다. 이건 정말 남몰래 간직한 꿈이다. 누구에게 알리지 않았다.

지금 내 연약한 글쓰기를 세상에 내놓기가 무서웠다. 아무도 읽지 않을 글을 쓰자 마음먹었지만 막상 읽히지 않을까 봐 두렵기도 했다.


그렇게 몇 년 이 흘렀다.

그 시간에 그냥 뭐라도 썼으면 하는 후회가 다시 올라온다. 내 글이 조금씩 나아질 그 시간을 줬어야 하는데, 나 스스로 나를 기다려주는 게 참 어려운 일이었다. 바라보는 목표는 너무 멀고 커 보이는데, 지금의 나는 참 작고 터무니없어 보여서 그랬달까.


그러다 남몰래 간직한, 이 녹슨 꿈에 브런치라는 연마제가 나타났다.

그리고 하나씩 세상 밖으로 무작정 썼다. 연마제 덕분에 녹을 닦아내고 있다. 녹을 닦아 내며 나를 기다려 주는 중이다. 대신 작게 꾸준히 ‘연마’하기로 했다. 언젠가 ‘남몰래’가 아닌, 모두 비추는 거울이 되는 순간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