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글쓰기 챌린지 Day 16 도시
나는 서울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방인이다.
이 도시를 사랑하지 않으면 내가 여기에서 살아야 할 이유는 희미해진다. 사랑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조건이었다.
연고 하나 없는 낯선 서울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는 이 도시를 사랑해야만 했다.
매일 아침 발 디딜 틈 없는 만원 지하철도, 퇴근길 올림픽대로의 끝없는 차량 행렬도, 때로 창문 밖으로 보이는 미세먼지로 탁한 공기도. 그래도 어느 순간 나는, 별이 잘 보이지 않는 서울 밤하늘에서도 별자리를 찾아내기 시작했다.
이곳에서는 나를 아는 사람도, 내가 자라난 기억도 없다. 부모님도, 유년시절의 친구들도, 모두 다른 곳에 있다. 나의 일 그리고 막연한 꿈을 안고 이 도시에 발 붙이려 했다. 그래서 나는 마음먹었다. 이 도시를 사랑하자고. 어쩌면 살아남기 위한 애정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고향을 떠나온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회색지대 인간이 되어갔다.
20년을 살았던 고향에서 나는 떠나간 사람, 서울에서는 떠나온 ‘이방인’이었으니까. 서울에서 살아온 날들이 고향에서의 시간의 2배가 된다 해도, 나는 ‘서울사람’이 되지 못하리란 것도 알고 있다.
소위 ‘지방러’로 서울에 터를 잡고 산다면, 평생을 디아스포라처럼 살아가야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두 사이를 부유하는 존재처럼.
나는 고향을 사랑하지만, 그곳이 점점 ‘가장’ 사랑하는 도시가 되기란 어려워진다.
그곳에서의 나의 일상은 없으니까. 일상이 아닌 곳의 변화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것이란 걸 알게 됐다.
서울에 살면서 떠나온 고향의 변화들은 알 수 없었고, 변화조차 알 수 없는 존재를 사랑하기란 어려운 일이었으니까. 한 번씩 내려간 고향에서 크게 바뀐 것조차 눈치채지 못했을 때, 여기를 항상 마음에 두지만, 우선순위가 되긴 어려울 것이란 걸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서울을 사랑하게 됐다.
내 밥벌이의 일터를 주었고, 홀로 있는 시간들을 견뎌내면서, 끊임없이 부딪히며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줬다. 때로 불 꺼진 자취방이 쓸쓸했고, 도시가 내게 냉정해도 나는 그 안에서 찬밥처럼 살아있다. 그리고 또 살아가고 있다. 이제는 매일의 출퇴근도 익숙하다. 미세먼지를 확인하고 마스크를 잘 챙겨 쓰는 것도 습관이 됐다.
어쩔 수 없이 떠나와야 했고, 여기에 터를 잡아야 했지만, 진심으로 서울을 사랑하게 됐다.
서울 예찬이라기보단, 이젠 그냥 내가 사는 도시가 되었다.
지금의 내 일상이 존재하는 곳, 그것만으로도 이곳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