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문장에서 시작된 꿈

브런치 10주년 작가의 꿈

by 꿈꾸는오월
아무도 안 보는 글이라면

브런치를 시작하게 된 건, 임홍택 작가님의 한 문장 덕분이었습니다.

작년 10월 성수동 브런치 팝업에서 마주한 이 문장은 작가 신청을 결심하게 만든 마중물이었으니까요. 아무도 읽지 않을 글을 쓰라는 이 문장은, 세상에 글을 내놓기가 두려웠던 부담감 대신 용기를 주었습니다. 그 작은 용기가 곧 “읽혔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번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음을 고백합니다.


그렇게 시작한 브런치는 단조로운 일상에 침습해 활자의 균열을 만들었습니다. 그 틈은 한 회사원의 쳇바퀴 같은 일상을, 무한히 뻗어가는 회전교차로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오랫동안 가슴속에 묻어둔 ‘글을 쓰고 싶다’는 작은 꿈은 브런치를 통해 세상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제가 브런치에서 이룬 성과는 아직은 거창하거나 대단한 숫자로 표현되지 않습니다. 수많은 구독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책을 출간한 작가도 아니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숫자 너머 많은 것들이 변화한 것은 분명합니다.


글을 쓰면서, 제 내면의 열등과 결핍을 마주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그 모든 부족함이 ‘오직 나만이 쓸 수 있는 것’으로 치환되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처럼 못난 부분이라 피하고 싶은 대상이 아니라, 관찰과 위로의 대상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쓸데없는 시간이라 생각해 자책해 왔던 지난날들도 어떤 날 글의 재료가 되는 것을 보면서, 그렇게 쓸모없지는 않았다는 생각도 하게 됐습니다.


부족함이 괜찮아지는 순간을 경험하면서, 세상을 보는 렌즈의 배율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더 많이 읽고, 배우고, 또 쓰고 싶어졌습니다. 출퇴근길 무심코 지나쳤던 노란 꽃의 이름이 궁금해졌고, 휴대폰 화면만을 보던 시선이 어느새 주변의 공간과 사람들에게 머무르기 시작했습니다. 일상의 작은 풍경도 글감이 되어 다가오는 순간, 삶이 조금 더 다채로워졌습니다. 글을 연재하면서 조회수 하나, 라이킷 하나가 원동력이 될 때도 있었고, 하루의 행복이었음은 물론입니다.


무엇보다 브런치는 제게 새로운 꿈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작가로서 더 많은 독자를 만나고 싶다는 당연한 바람을 넘어, 저의 문장이 누군가에게 마음을 건네고, 작은 용기와 변화의 씨앗이 되기를 꿈꾸게 되었습니다. 읽는 사람보다 쓰는 사람이 많은 이 시대에, 제가 글을 세상에 내보이는 이유는 누군가에게 마음이 닿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문장의 힘을 믿습니다. 문장은 제게 희망을, 때론 위로를, 그리고 웃음을 주었으니까요. 무채색의 출퇴근길, 브런치에서 만났던 글들이 시선의 채도를 높여주었던 경험도 꽤 많습니다. 지친 하루 끝에 위로의 문장을 만났던 날은 달빛도 그리 차갑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누군가의 글과 인생의 문장을 읽으며 나도 그처럼 역경이 경력이 되는 순간을 꿈꾸었던 것처럼, 저도 제 문장으로 누군가의 하루에 빛을 더하고 싶습니다.


‘한 문장’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처럼, 언젠가 저의 한 문장도 민들레 홀씨처럼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랍니다. 제가 브런치에서 길어 올린 문장들로부터 일상의 변주를 만들었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