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의 간조

by 꿈꾸는오월

파도는 달을 선망했다.

달이 뜨면, 바다 위를 스치는 은빛에 마음이 이끌려 어디로든 나가고 싶었다. 달을 따라, 가 본 적 없는 먼바다로 나아가는 상상을 했다. 그즈음 파도의 마루가 높아지고, 골은 더 깊어졌다. 조금 더 큰 바람을 만나면, 달빛을 따라 먼 바다로 나갈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에 차올랐다.


바다는 두려웠다.

달에 이끌리는 파도가 자신의 품을 떠날 것만 같았다. 변치 않는 물결 속, 품 안에서 머물러 주길 바랐다. 풍랑이 솟구치는 대양의 바다로 파도를 내보낼 수는 없었다. 파도는 풍랑에 깨지고, 쉬어갈 섬 하나 없는 망망대해의 바다에서 방황하지 않을 리 만무했으니까.


그때부터였다. 기대감과 두려움은 서로 다른 해수층을 만들어냈다. 서로 달랐던 온도와 염도는 물길을 꼬아 흐름을 막히고, 틈을 갈랐다. 파도가 지나가는 자리의 틈새에서 와류가 생기고, 순환이 멈춘 자리에는 예기치 못한 파동이 일어났다. 꼬여버린 물길은 소용돌이치며 바위틈을 깎고, 생명을 쫓아냈다.


그믐의 어느 날, 결국 파도는 바람을 타고 달에 이끌리듯 바다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다가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자연의 힘이자, 바다와 파도 모두에게도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달빛과 바람에 이끌려 새로운 바다로 흘러가는 파도는, 결국 바다 자신도 몰랐던 길로 나아갔다. 파도는 그 과정에서 자신을 다시 발견했다.


낯선 바다로 이끌리는 동안, 바람과 달빛, 이름 모를 섬들의 그림자와 갯바위에 부딪히며 새로운 결을 배우고, 물결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찾았다. 파도는 달빛 속에서 변화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고, 또 스스로 변화의 주체가 되었다. 넓은 바다에서 파도는 새로운 마루와 골을 만들어 파고를 높여 나아갔다.


달빛에 파도를 떠나보낸 바다에도, 간조의 시간은 쌓였다. 파도가 떠난 자리, 바다는 갯벌을 씻어내고, 생명의 안식처가 되었다. 그럼에도, 바다는 돌아올 파도를 기다렸다.


바다와 파도처럼, 엄마와 딸 사이에도 자연계의 일부로써 균열과 독립은 불가피했다. 그 균열은 필연이자 운명이었다.


서로 다른 생각과 기대, 말하지 못한 서운함과 이해되지 않는 마음들이 쌓이며, 보이지 않는 틈을 만들었다. 때로는 그 틈에서 뒤엉킨 감정들이 작은 폭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각자의 물결 속에 서로를 시험하고, 또 놓치고, 상처 주고 또 상처받으면서.


바다처럼 깊은 엄마의 마음과 스스로의 파도를 이해하려는 딸의 마음이 부딪히는 순간, 균열은 더 선명해지고, 와류는 급류가 되어 흘렀다.


하지만 그 틈을 지나야만 다시 흐를 수 있는 길이 생긴다는 것도 자연의 섭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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