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준 Sep 24. 2021

운동이 필요할까. 우울증: 마음의 감기

우울증의 기전과 운동이 어떻게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가에 대한 내용이다. 복잡하지만 우울증의 생리학적 기전과 운동의 효과에 대해 궁금한 부분이 있다면 읽어봤으면 한다.


1. 우울증: 마음의 감기

  우울증(Major Depressive Disorder, MDD)은 '마음의 감기'라고 한다. 감기처럼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지만 감기와는 다른 시선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편견을 갖고 거리를 두려 한다. 우울증으로 인해 나타나는 건강 문제와 사회적 문제들을 일일이 나열하진 않겠다. 증상이 확연하게 나타나기도 하며, 겉으로만 봤을 때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분명한 것은 개인과 가족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으로 심리적 압박감을 완화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심리요법과 약물요법은 우울증 완화를 위한 좋은 방법이지만 최근까지의 연구를 보면 기존 처치들의 효과적인 대안법으로 운동을 가장 많이 손꼽는다. 

  운동이 최선은 아니다. 하지만 우울증 개선을 위한 운동의 효과는 임상의들과 연구자들에서 충분히 인정을 받았다.


  우울증은 의사의 진단과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의사의 면담은 우울증 진단에 있어 꼭 필요한 과정이며,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진단기준(DSM-5)과 여러 설문지(HAM-D, PHQ-9 등)를 통해 우울증의 징후를 파악할 수 있다.

  인간관계, 현실과 미래의 불안정, 과거의 기억 등 심리적 문제의 원인은 설명하기 힘들다. 유전적, 개인적, 환경적 요인들이 개별적으로 또는 복합적으로 작용하기에 원인을 최대한 잘 파악하고 해결해야 한다. 유전적으로도 영향을 주는데, 산모가 주산기에 우울증을 앓았다면 자녀가 자라면서 우울증을 겪을 위험이 크게 증가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다른 의학적 질환을 갖고 있다면 2차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질환이 있는 것은 그 자체로 심리적 스트레스 요인이기 때문에 우울증을 동반한 질환자라면 예후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심근경색으로 입원하고 우울증을 동반한 222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처음 6개월 동안의 사망 위험이 3~4배 증가했고, 331명의 울혈성 심부전 환자들은 1년 안에 사망률과 다시 입원할 확률이 우울증이 없었던 환자보다 월등히 증가했다. 이외에도 우울증이 내과적 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들의 이환율과 사망률을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들은 많이 있으며, 그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약물에 의해서도 우울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2. 스트레스로부터 시작되는 몸의 변화

  우울증은 ‘외적, 내적 스트레스’로부터 시작된다.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뇌의 구조적, 기능적 변화를 야기한다. 대표적으로 뇌의 전전두엽(preforonal cortex), 대상피질(cingulate cortex), 해마(hippocampus), 편도(amygdala)에서 구조와 기능의 변화가 나타난다. 

  특히, 해마는 기억과 학습, 신경조직 발생(neurogenesis) 그리고 내분비계 신호전달을 조절하는 기관이다. 장기간 스트레스로 인해 신경계 항상성에 문제가 생기면 해마의 용적이 감소되고, 혈관-뇌-장벽(brain-blood barrier)을 형성하여 뇌에서 물질교환과 미세환경을 조절하는 ‘성상교세포(astrocyte)’가 감소한다. 인간의 사후 연구에서 해마에 있는 성상교세포의 밀도가 우울증이 없는 경우보다 우울증 겪었던 사람에게서 더 낮게 나타는 것이 확인되었다. 또한 염증반응 세포인 ‘미세아교세포(microglia)’가 증가하는데, 연구에 따르면 우울증이 있는 해마에서 미세아교세포의 활성도를 나타내는 단백질의 밀도가 상당히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과도하게 증가된 미세아교세포는 전염증성 사이토카인(pro-inflammatory cytokine)을 분비하여 면역체계를 무너뜨리고,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피질 축(HPA 축)의 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피질 축(HPA 축)

  HPA 축의 기능 조절 문제는 우울증의 고유한 특성이다. 스트레스로 인해 HPA 축은 과활성화되어 당질코르티코이드(glucocorticoid)의 분비가 증가하고 이는 전염증성 사이토카인의 증가와 해마에 신경독성으로 작용한다. 

  염증 수치의 증가는 ‘모노아민’이라 불리는 세로토닌, 노르아드레날린, 도파민 등 주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방해한다. 일반적으로 우울증의 생리학적 기전을 설명할 때 주요 기전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직은 가설로 불린다. 모노아민은 기분, 행동, 수면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물질이다. 우울증을 겪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노아민 계열의 신경전달물질의 농도가 감소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 대표적인 항우울제인 ①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 SSRI), ②트리사이클릭 항우울제(Tricyclic antidepressant, TCA), ③모노아민 산화효소 억제제(monoamine oxidase inhibitors, MAOI) 등은 모노아민의 재흡수를 막거나 분해하는 효소를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


  서두에서 말한 대로 우울증의 개선을 위해 약물과 더불어 행동요법(behaviour therapy), 인지요법(cognitive therapy), 대인관계심리요법(interpersonal psychotherapy)과 같은 심리요법이 병행된다. 만약 약물이나 심리요법이 효과적이지 않을 때 뇌를 직접 자극하는 치료법이 사용될 수 있다. 뇌에 전기 자극을 가하는 전기충격 요법(electroconvulsive therapy, ECT)은 마취를 시키고 근육 이완제를 주사하여 근골격계의 경련을 최소화한 상태로 진행하기 때문에 중증 우울증 환자에게 마지막 치료법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3. 효과적인 방법. 운동.

  약물과 심리요법은 우울증에 효과적이지만 운동이 또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운동은 우울증을 겪지 않는 사람도 심리적인 안정을 가져오며, 많은 연구에서 운동 프로그램을 마친 후 우울 증상이 크게 개선되었다고 보고한다. 그 효과를 최근 연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Home: 홈트, Sup: 달리기, Med:항우울제, Plac: 위약, Probability Remission: 치료율(관해율) /(Blumenthal et al., 2007)

  먼저 운동이 우울증에 효과적이라는 것은 운동과 약물의 독립적인 효과를 비교한 연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① 주 3회, 45분 유산소 달리기, ② 홈트레이닝, ③ SSRI(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④ 위약 이상 4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항우울제와 운동의 개별적인 효과를 확인한 연구에서 HAM-D 설문지를 통해 우울증의 징후를 나타내는 기준 점수보다 낮게 기록한 비율이 달리기 45%, 홈트 40%, 약물 47%, 위약 31%로 위약 그룹과 비교하여 운동 그룹과 항우울제 그룹에서 높은 치료율(관해율, remission rates)이 나타났으며, 운동 그룹과 항우울제 그룹 간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또한 운동과 심리요법을 비교한 연구에서 유산소 운동이 심리요법만큼 우울 증상을 감소시키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수개월의 추적관찰을 통해 살펴봐도 우울 증상이 감소가 지속되었으며, 심폐 체력의 지표로 활용되는 산소 섭취량이 중간 정도(15~30%) 또는 크게(>30%) 증가한 환자가 소폭 증가(<15%)한 참가자보다 더 큰 항우울 효과를 경험했다고 언급했다.


  우울증을 동반한 질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심장 및 폐 질환, 섬유근육통, 관절염 환자들은 운동 후 관련 질환과 우울 증상이 크게 개선되었고 수개월의 추적 관찰에서도 개선된 증상이 유지되었다. 이는 운동을 하는 것이 하지 않는 것보다 우울증 개선에 더 효과적이며 심리 요법 및 항우울제만큼 효과적임을 나타낸다.


  국내에서는 13,080명의 고용 불안정(계약직, 임시직, 일용직)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신체활동과 우울증의 관계를 확인한 연구가 있었다.

  불안정 고용의 부정적인 영향은 건강과 관련된 삶의 질 저하와 함께 우울증의 높은 유병률과 관련이 있다. 직장인들의 우울증은 직업적 기능을 손상될 뿐 아니라 수면 장애와 불안 증상이 나타나면서 생산성, 업무 능력, 심지어 조기 퇴직까지 초래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심리적 힘든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patient health questionnaire (PHQ-9)라는 설문지를 통해서 고용 불안정의 사람들에서 운동이 우울 증상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고되었으며, 수면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한 가지 유형 혹은 두 가지 유형의 운동을 조합하여 신체활동을 할 경우 우울 증상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규칙적인 운동과 여러 형태의 운동이 우울 증상을 감소시키고 우울증과 운동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했다.


4. 운동이 어떻게 작용해서 긍정적인 영향을 줄까?

  해당 내용은 앞서 말한 우울증의 생리학적 기전에서 운동의 작용을 설명하는 부분이다.     


  앞서 말한 대로 해마 미세아교세포와 염증 반응은 우울증 발병과 관련이 있다. 만성적인 스트레스(chronic unpredictable stress, CUS)를 가해 우울증을 유발한 쥐를 대상으로 ①스트레스+운동(CUS+RUN), ②스트레스+비운동(CUS+STD), ③정상(CON). 이상 3그룹으로 나누어 우울증에서 동반되는 염증 반응과 해마의 미세아교세포의 수와 활성도를 확인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운동은 6주 동안 주 5일, 20분 동안 중강도의 달리기 운동을 진행했다. 

(Xiao et al., 2021)

(오른쪽 그림에서 Y축의 lba1+는 미세아교세포를 식별하기 위한 단백질을 말하며, X축의 CA1, CA2/3, DG는 해마를 3개의 구획으로 나눴을때 각각의 명칭이다. 본 글에서는 설명 하지 않았다.) 

  운동 전에는 만성 스트레스에 노출된 그룹의 쥐가 정상 쥐보다 확연히 미세아교세포의 수가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운동 6주 후에는 CUS+RUN 그룹이 CUS+STD 그룹에 비해 해마의 미세아교세포의 수가 감소했으며, CUS+RUN 그룹의 쥐가 CUS+STD 그룹의 쥐보다 유의하게 더 높은 자당 선호도(sucrose preferance)를 보였다. 

  

(Xiao et al., 2021)

  ‘자당 선호도’가 의미하는 것을 간단히 말하자면 자당은 포도당(glucose)과 과당(fructose)이 합쳐진 이당류로 설탕과 같이 단 것을 생각하면 된다. 쥐와 같은 설치류들은 단 것을 굉장히 선호하는데 기분장애나 우울증세가 보이면 평소와 다르게 단 것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높은 자당 선호도를 보였다는 것은 우울증상이 회복했다는 것을 뜻하는데 운동을 한 그룹에서 증상이 개선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CUS+RUN 그룹의 쥐는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mRNA 발현과 단백질 농도 수준이 감소했다. 


  신경계의 신호는 흥분성 신호와 억제성 신호의 균형에 의해 이뤄진다. 우울증은 이 균형이 깨지고 억제성 신호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 흥분성 신호가 과하게 나타난다. 따라서 억제성 신호의 기능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조절하는 부위 중 하나가 해마에 있는 ‘PV+ 중간 뉴런(parvalbumin-positive interneurons)’이다. 동물 연구에서 우울증 동물은 PV+ 중간 뉴런의 수와 밀도가 감소되어 있었고, 불안정한 행동이 나타났지만 2주간의 달리기 운동을 통해 해마의 PV+ 중간 뉴런의 수와 밀도가 증가했고, 산화 대사를 촉진하는 물질로 알려진 PGC-1α(Peroxisome proliferator-activated receptor γ coactivator 1α)의 매개로 인해 PV+ 중간 뉴런이 조절된다는 것도 새롭게 밝혀졌다.


  추가적으로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쥐의 해마에서 성상교세포를 감소시켰고, 6주간의 달리기 운동이 스트레스를 받았던 쥐의 성상세포의 수를 증가시켰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인터루킨(IL)(IL-1, IL-2, IL-6) 및 종양 괴사 인자-α(TNF-α)와 같은 증가된 염증 물질들은 운동을 통해서 감소되고, mRNA 발현을 억제시켜 주요 신경전달물질인 모노아민(세로토닌, 노르아드레날린, 도파민)의 분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되었다.




참고자료

김용구. (2011). 주요우울증에서 스트레스, 염증반응, 신경조직발생. 생물정신의학, 18(4), 169-175.

Blumenthal et al. (2007). Exercise and pharmacotherapy in the treatment of major depressive disorder. Psychosomatic medicine, 69(7), 587.

Brosse et al. (2002). Exercise and the treatment of clinical depression in adults. Sports medicine, 32(12), 741-760.

Ignácio et al. (2019). Physical exercise and neuroinflammation in major depressive disorder. Molecular neurobiology, 56(12), 8323-8335.

Kok & Reynolds (2017). Management of depression in older adults: a review. Jama, 317(20), 2114-2122.

Li et al. (2021). The positive effects of running exercise on hippocampal astrocytes in a rat model of depression. Translational psychiatry, 11(1), 1-13.

Oh & Park (2021). Association between exercise variations and depressive symptoms among precarious employees in South Korea. Scientific Reports, 11(1), 1-11.

Tirumalaraju et al. (2020). Risk of depression in the adolescent and adult offspring of mothers with perinatal depression: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JAMA network open, 3(6), e208783-e208783.

Xiao et al. (2021). Beneficial effects of running exercise on hippocampal microglia and neuroinflammation in chronic unpredictable stress-induced depression model rats. Translational Psychiatry, 11(1), 1-12.

Wang et al. (2021). Hippocampal PGC-1α-mediated positive effects on parvalbumin interneurons are required for the antidepressant effects of running exercise. Translational psychiatry, 11(1), 1-11.

작가의 이전글 지금 하는 운동이 내 아이를 건강하게 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