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자식의 행동, 인성을 보고 그들의 가정환경과 부모에게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알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우리는 부모에게 많은 것들을 배우고 물려받는다. 비단 인성만의 부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외모, 체격, 체형, 운동능력 심지어 질병까지도 유전된다. 선택에 의한 대물림이 아니기 때문에 좋든 싫든 물려받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가게 된다. (외과적 수술은 제외)
‘유전’이라는 것은 부•모의 정자와 난자가 수정하여 생식 작용을 통해 DNA가 복제되고, 다음 세대에게 복제된 DNA가 전달되는 것이다. DNA에는 수많은 정보가 들어있고, 그 정보를 구성하는 염기서열을 갖는다. 일련의 염기서열은 우리의 유전정보이며, 고유한 유전적 특성이다. 염기서열을 분석하여 질병을 예측하기도 하며, 최근에는 염기서열을 재조합하여 DNA를 편집할 수 있는 유전자 가위 CRISPR/Cas9을 개발한 연구자들이 노벨 화학상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받은 대로 살아갈 것 같았는데 일생동안 다양한 환경에 노출되고 적응하면서 유전적 특성들에 변화가 나타난다. 변화된 특성들이 다음 세대에 그대로 전달될 수 있는데 이를 ‘후성 유전학적 변화(epigenetic alteration)’라고 하며, DNA 메틸화, 히스톤 변형, micro RNA의 조절 등을 통해 그 특성들이 변화된다.
쉽게 말하면 내적 혹은 외적 환경에 의해 DNA 염기서열의 변화 없이 특정 단백질들이 DNA에 달라붙어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시키기도, 활성시키기도 하여 정해진 운명(?)을 바꾸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환경에서 후성적인 변화가 나타나 자손에 전달될까?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연구 결과를 정리하여 작성했지만, 해당 내용에서 대부분의 연구는 쥐 연구를 바탕으로 한다. 실험실에서 쥐 연구는 복잡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인간에게 적용하기에 제한점이 있을 수 있지만 쥐는 세대가 짧고 사람과 거의 일치하는 유전적 특성을 갖는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과학자들이 쥐를 이용하여 실험하고, 사람에게 적용시킬 수 있는 추가적인 연구의 단서를 제공하기 때문에 충분히 가치가 있고, 신뢰할 수 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임신 전, 중, 후 부모의 건강은 모두 자손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부모의 식습관, 생활습관, 사회 경제적 요인, 행동 그리고 출생 후 자라는 환경 등 변화를 줄 수 있는 요인은 많지만 운동과학에서 주로 다루는 주제에 대해서만 말해보려고 한다.
운동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단연 운동이고, 메인 파트너가 식단이다. 운동과 식단을 포함한 올바른 생활습관은 건강관리를 위해 권장된다.
식습관, 생활습관은 정자와 난자를 포함한 생식세포의 후성적 변화를 가져오고 자손에게 직접적으로 전달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일정 기간 동안 고지방 식단을 섭취한 수컷 쥐의 새끼 암컷은 혈액 속의 당을 에너지로 처리하는 능력이 저하되었고,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의 β-세포의 기능도 저하되었다. 그리고 저단백질 고탄수화물 식단을 섭취한 수컷 쥐의 새끼 수컷은 지질 및 콜레스테롤 합성에 관여하는 유전자 발현을 증가시켰다.(그렇다고 저탄고지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관련 내용도 준비중입니다)
운동과 식단이 무너지면 흔하게 발생할 수 있는 것이 비만인데, 많은 사람들이 그 위험성을 느끼지 못한다. 이미 WHO에서는 비만을 하나의 질병으로 지정했고, 심혈관질환, 대사질환, 근골격계 질환, 일부 암을 포함한 수많은 만성질환을 발병시킬 수 있는 위험요인으로 간주된다. 고지방 식단으로 비만이 된 수컷 쥐는 정자의 수와 운동성 감소하고 DNA가 손상된다. 이는 새끼 암컷의 체중 불균형과 대사 능력을 저하시키 것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모계의 영향은 임신 중 태아와 유아, 성인기까지 영향을 미치며. 다음 세대뿐 아니라 그 다음 세대에게까지 전달되기도 한다. 임신 중 과도한 식이 섭취와 비만은 기형아 출산의 위험이 있으며, 성장기에 다른 아이들보다 높은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 BMI)와 허리둘레가 나타나고, 대사 질환을 갖게 될 위험성이 있다. 과도한 식이 제한도 문제가 된다. 몇몇 연구에서 임신 기간 동안 산모의 영양 섭취가 부족하면 오히려 자녀의 비만과 당뇨의 위험을 높인다고 보고되었다. 따라서 모계의 건강은 자궁 내 환경을 직접적으로 조절하고, 자손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운동과 체중 감소는 대사적 반응과 관련된 후성적인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대사질환에 미치는 운동의 영향을 밝히는 연구는 광범위하게 진행 중이며, 운동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는 입증되었다고 볼 수 있다. 운동은 부모 세대의 건강을 책임지고 그 영향이 다음 세대까지 전달된다.
모(母)계의 운동은 대사적 건강을 담당하는 유전자를 조절한다. 임신 전과 임신 중에 운동은 모계의 혈액 속 포도당을 에너지로 처리하는 능력을 증가시키고 그대로 자손에게 전달되어 자손의 성별에 상관없이 모두 혈당을 처리하는 능력을 증가시킨다. 태반에도 영향을 주는데, 태반은 모체와 물질교환을 통해 태아가 잘 발달할 수 있도록 하는 기관이다. 임신 중 적절한 유산소 운동은 태반의 성장 속도를 증가시키고, 태아에게 원활한 영양 전달이 이루어지도록 한다.
일반적으로 영아기까지의 아이들은 어머니의 모유를 먹고 자란다. 139명의 성인 여성을 대상으로 임신 기간 동안 신체활동이 모유 성분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한 결과를 보면 산모의 신체활동이 높을수록 모유에서 3’Sialyllactose(3’SL)라고 불리는 성분이 증가했고, BMI가 높을수록 3’SL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SL은 대사 기능과 심혈관 기능 개선에 영향을 주는 올리고당인데, 운동의 영향으로 수치가 증가하여 아이가 먹는 모유를 조금 더 건강하게 만들어 주게 되는 것이다.
부(父)계의 운동은 정자의 운동성을 증가시키고, DNA 손상을 감소시킨다. 부계의 식단과 운동은 정자 및 정액의 생리학적, 후성 유전학적으로 자손의 대사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확인된다.
운동은 영양 과잉에 의해 나타나는 대사적 기능 악화, 유전자 변형을 정상화할 수 있다. 평소 고지방 식이를 하던 쥐에게 동시에 규칙적인 런닝 운동을 시켰더니 운동은 하지 않고 고지방 식이만 하던 쥐보다 해로운 영향이 덜 나타났고, 운동을 했던 쥐에게서 태어난 새끼 쥐들도 고지방 식이의 부정적인 영향이 감소된 것이 확인되었다. 운동이 부모의 불균형적인 식단으로 인한 자손에게 미치는 해로운 영향을 예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부모는 자녀에게 좋은 것만 물려주고 싶다. 좋은 것만 물려주어야 한다. 운동을 한다고 무조건 건강한 유전자를 물려주는 것은 아니지만 미래 세대의 건강을 위협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꽤 괜찮은 수단이 될 수 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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