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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금지기 Jul 12. 2024

투자 심리 해부학 1~10

돈과 심리에 관한 독백 (경험적 통찰) 

1

조금 아는 사람은 자기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으로 기대치가 높지만, 배워가면서 알고 있는 것들이 사실과 다르거나 틀린다는 걸 알게 되고 다시 배우면서 모든 걸 알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깨치면서 겸손한 자세로 지속 가능성의 고원에 도달하게 된다는 (돈이 되지 않는 필연의 시간을 이해해야만 한다는) 더닝-크루거 곡선을 투자자는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2.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를 통한 사색. ‘온종일 봄을 찾아다녔으나 보지 못했네. 지쳐 돌아오니 창 앞 매화 향기 미소가 가득 봄은 이미 그 가지에 매달려 있었네.’ 이처럼 그려지는 현상이 끊임없이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는데, 듣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똑같은 현상을 두고 내가 행복을 선택하느냐 불행을 선택하느냐는 것이고, 행복은 조건이 아니라 선택이다.’ 현상은 복잡하지만, 법칙은 단순해야 한다. 단순한 법칙을 뽑아내 원칙으로 세우고 매번 원칙을 선택해야 투자자는 행복하다. 원칙을 지키면서 오늘을 꼭꼭 씹어야 하고, 원칙을 지켰다는 데에서 보람을 캐야 하고 (보람을 캐기 위해 원칙을 지켜야 하고) 봄을 한 번 더 보면서 나이 들어감을, 그렇게 성장하고 있음을 만끽해야 한다. 개는 밥 먹을 때 어제의 공놀이를 후회하지 않고 잠을 잘 때 내일의 꼬리치기를 미리 걱정하지 않는다. 그렇게 살아야 현재를 온전히 살 수 있다. 많은 투자자가 원칙의 창문을 열지 못하고, 찬란한 순간들을 놓치면서 헤매고 있다. 그렇게 사라져 갈 것이라는 걸 까맣게 잊은 채. ‘비가 오는 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두 가지다. 하나는 주룩주룩 내리는 비를 보면서 짜증을 낼 것이냐. 또 다른 하나는 비를 맞고 싱그럽게 올라오는 은행나무 잎을 보면서 삶을 환희를 느낄 것이냐.’          




3.

세상은 마치 장력에 의해서 휘어지는 것처럼 나라는 주관이 들어가면 다 휘어진다. 내가 보는 것들이 제대로 보는 게 아니다. 이렇게 왜곡해서 보는 것이 번뇌이고, 그 번뇌가 금강을 막고 있는데 번뇌를 닦기 위해 지혜가 필요하다. 불성은 흡사 한구석에 먼지 덮여 있는 어릴 때의 장난감 같은 것이다. <한형조. 붓다의 치명적인 농담> 창고에 먼지 묻은 장난감이 거기 있고, 우리가 모두 가지고 놀 수 있고, 그런데 먼지가 묻어있기에 닦아내야 가지고 놀 수 있다. 답은 이미 자기 안에 있다. 먼지라는 생각과 욕심을 닦아내지 않았을 뿐이다. 단지 지금 우리는 그 닦아내는 지혜를 버티면서 익히는 것이다. 답이란 게 고작 지금 눈에 보이는 현상일 뿐이고 지금도 그 답을 보고 있다. 얻고자 하는 건 하루를 꼭꼭 씹어 먹으면서 있는 그대로 바라보았던 '어린 시절의 시선을 발견‘하는 것이다.          




4.

그야말로 액면 그대로 우리 모두 차를 끓이고, 따르고 마십니다. 그게 ‘있어야 할’ 진리입니다. 그냥 현재에 집중해서 살아라. 도가 어디 있는지 생각하지 말고, 차를 마실 때 차를 마시면 되는 거다.‘ ‘내 뜻대로 모든 것을 이루리라는 기필을 거두십시오. 세상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 그 오만과 아만을 버려야 합니다.’ <한형조. 붓다의 치명적인 농담> 지금 눈에 보이는 현상, 생각으로 왜곡되기 전의 현상. 돈이 어디에 있는지 걱정하지 말고 파동이 보여주는 현상대로 하는 게 비법이고, 이게 전부다. 시간과 반복을 통해 얻고자 하는 단순함이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았던 '어린 시절의 시선을 발견'하는 것이다.         

 



5.

범인(凡人)들의 투자 대부분은 결국 가격의 흐름을 맞추고자 하는 투기로 귀결된다. 시장은 매번 바뀌는 숱한 주변환경과 투자 주체들의 심리의 합으로 파동이 그려지므로 수학과 과학적 기법의 관점으로 접근해서 획일화된 잣대를 만들 수는 없다. 그러한 시도들은 끊임없는 혼란과 영원한 실패로 귀결될 뿐이다. 어떠한 절대 지식으로도 전체를 설명할 수 없고, 하나가 확률적으로 정확하게 설명되어도 매번 다른 파동과 직면해야 한다. 영원히 풀 수 없는 방정식이라면 같지만 다르고, 다르지만 같은, 하나가 전체일 수도 있고, 전체가 하나일 수도 있는 파동을 있는 그대로 믿고 따르는 반복만이 최선이다. 결국, 최선은 존재할 수 있어도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 곳이므로 하루하루 주어지는 새로운 파동에 확률이 높은 원칙을 세우고 지키고자 노력하는 게 최선이다.          



6.

시장 흐름에 길들지 않은 투자자는 아무리 아이큐가 높아도 원숭이가 된다는 걸 인정하는 게 생존을 좌우한다. 진입하게 되면 원숭이가 되고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할 수 없게 된다. 아무리 잘하다가도 원칙이 무너지게 되면 서커스장의 원숭이가 되어 가격의 노예가 되어 버린다. ‘성급하면 아무리 돈이 많아도 잃는다.’ 투자는 게임이다. 파동은 절대 그냥 가지 않고 매물대를 소화하면서 눌림과 반등을 주고 가기에 섣부른 중간진입으로 심리가 약해져 있으면 ‘약간만 툭’ 쳐도 나오게 되어 있다. 중간진입 자리는 쉽게 가지 않고 불안하게 만들면서, 떨 주고 날아간다. 항상 따라가면 반대로 가고, 가는 척하면서 낚아채는 게 파동이기에 고점·저점 근처에서는 절대 추격해서는 안 된다. 가격이 아니라 시간이 중요하고, 생각이 아니라 시장이 그려내는 파동이 핵심이다. 투자는 ‘생각하는 나’와의 끊임없는 투쟁이다. 자기 생각대로 시장은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깨치고 항상 대응해야 한다.   

        



7.

시세도 가다가 길이 막히면 힘을 응축해서(충분한 눌림, 충분한 반등) 이것이 상식이다. 추세상승 중에는 바닥 다지기를 볼 수 있지만, 하락추세에서 바닥을 찾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하락추세에서 저점을 생각하면 절대로 안 된다. 항상 상승추세라면 깊은 눌림을 주고 다시 원칙으로 정한 선 위로 올라서는지를 보아야 하고, 올라서서 눌림을 줄 때 정한 선에서 무너지면 안 된다. 돌파 이후 눌림을 줄 때 원칙으로 정한 선에서 지지가 되는지 무너지는지가 핵심이다. 어디까지 눌리는지, 여기까지 이은 지는 절대 생각하면 안 된다.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8.

매번 다른 파동에서 주변 환경이 어떻게 변화를 일으키는지를 보고 매수점을 만드는지 매도점을 만드는지를 볼 수 있으면 된다. 항상 파동에 획일적인 정답은 없다. 주변환경과 만들어지는 과정 안에서 진입점이 만들어진다. 1990년대 초반 추억의 삐삐 호출기 시대 때 친구가 와야 만나고 얘기할 수 있었던 것처럼 투자 또한 자리가 나와야 수익을 낼 수 있다. 성급하게 떨어지는 칼날을 잡아서 손실이 나는 것이고, 투자는 달리는 말이 자리를 보여주면 올라타는 것이다.          

 



9.

개인투자자는 큰돈의 움직임에 잠시 올라타서 수익을 내야 한다. 고래가 춤을 출 때는 기다렸다. 고래가 등을 내어줄 때 잠시 살포시 올라타야 한다. 그때를 기다릴 줄 아는 사람, 가다가 멈추면 내릴 수 있는 사람, 계속 가면 흐름에 따라 길게 가져갈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서두르지 않으면서 멈추지 않는 사람이어야 한다. 항상 고점 근처에서는 따라가지 않아야 하고 충분한 눌림을 기다리는 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손실이었다가, 이익을 주기도 하고, 재차 진입점을 흔드는 게 원래 시장의 속성이다. 그러므로 초기진입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첫째도 안전이고, 둘째도, 셋째도 안전하게 매매하는 습관을 들어야 한다.        

  



10.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을 쉽게 믿기에 감각적인 자리는 쉽게 진입하지 못하게 되고, 보이면 진입하게 되는데, 눈에 보이는 자리는 차라리 청산해야 하는 자리일 경우가 더 많다. 그만큼 수익은 감각으로 결정된다. 그 감각은 경험과 반복되는 시간이 만들어준다. 투자에 있어 가장 중요한 덕목이 기다리는 것이고, 기다리지 못해서 손실이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파동을 그리면서 기다리면 진입 자리를 보여준다. 배움의 목적은 시간 속에서 기다림의 끝자락을 감각적으로 알아가고자 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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