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기 위하여] 3. 존재하기 위하여; 관계

김애란 <침이 고인다>

by 서성


3. 존재하기 위하여; 관계


혼자이면 외롭고, 함께이면 괴롭다. 이 아이러니가 당신의 것임을 수긍토록 하는 그녀와 후배의 존재는 우리 심장 속에 오래도록 살고 있던 존재이다. 김애란 작가의 작품 속 엉성한 존재들에게 우리는 언제나 괴롭도록 공감한다.


‘유통기한이 정해진 안전한 우정’(57쪽) 그녀는 후배와의 관계에 마음속으로 유통기한을 매기고 편한 마음으로 와인에 취한다. 그랬기에 후배가 자신의 존재를 부풀려 다가와 껌 반쪽을 공유하려 했을 때, 그녀는 당황한다. ‘함께’가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느낌 때문이었을 것이다. 기약 없는 관계. 관계는 지속될수록 껌처럼 단물이 빠진다. 늘어지고 찐득해진 껌에게 절대 처음의 느낌은 없다. 그걸 알고 있기에 우리는 친절하게 시작한 관계의 끝을 쉽게 예감하고 두려워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관계를 맺어야 한다. <침이 고인다>는 어쩌면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 더 정확하게는, 관계란, 으레 그렇다, 라는 이야기를. 으레 : 틀림없이 언제나. 존재는 복잡하다. 그래서 관계도 복잡하다. 그녀는 여러 종류의 관계에 얽혀있다. 그러나 어떤 관계는 고독을 보장하고, 어떤 관계는 양심을 보장한다. 하지만 양심이란! 고독에 비하면 하잘 것 없음을 그녀는 깨닫는다. ‘그녀는 어서, 고독해지고 싶다.’(77쪽) 고독은 어느 때보다 값질 때가 있다. 왜 우리는 고독을 미워하고도, 그리워하는가.


결국 관계는, 온전히 나를 위한 것이다. 우리는 관계에서 종종 우위를 점하려 한다. 왜냐하면 나를 위한 관계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내가 만족할 수 없다면, 껌의 단물은 빠르게 닳아간다. 관계는 침범한다. 내 존재의 일부를 감히 내어줄 마음이 없다면 껌을 뱉을 시간이다. 싫어하는 것은 좋아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


다만, 최후의 변명.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은 너무나 가까이 붙어있다. 행복과 슬픔처럼. 그 둘의 연쇄작용은, 자연스러운 감정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관계란, 으레 그렇다. 관계는 시작만큼은 쌍방이다. 나는 이런 식으로 그녀의 행동을, 사실상 나의 행동을 고통스럽게 합리화한다. 그녀 또한 죄책감에 잠이 들지 못한다. 하지만 그녀는, 껌을 씹는다. 침이 ‘괴었다 사라지고 사라졌다 괸다.’(80쪽) 언젠가 그녀는 또 누군가를 집에 들일 것이다. 고독과의 관계에 이골이 나면, 고독이 나의 존재를 침범한다면. 그저, 존재하기 위해. 우리는 그 앞에서 자연스럽게 침이 고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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