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기 위하여] 5. 리포트 작성 후기

마음껏 용서하라

by 서성


5. 리포트 작성 후기


존재하기 위해 그들이 꾀한 귀환, 관계, 안정을 곱씹으면, 공통적으로 고독이라는 단어가 까끌하게 혀 위를 구른다. 어떤 이야기는 고독을 옹호하고, 어떤 이야기는 고독을 괴로워하는 결말로 끝났을지 몰라도, 결국 그들은 존재를 위한 고독을 이야기한다.


존재는 정말 복잡하다. 나만 생각해도 고독을 사랑하는데, 그것이 사랑하는 ‘체’하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분명 있다. 그렇다면 고독은 단지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아는 체하는 글쓰기에 질렸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리포트에서 아는 체와 확신하는 어조를 참 많이 쓴 것 같다. 그만큼 존재에 대한 고민이 내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왔던 주제인 걸까. 모두 한 번씩은, 아니 종종 스스로에 대한 고민을 하고, 스스로에 대한 불확신으로 눈물 젖은 밤을 보내기도 하는 것 같다.


우리는 클수록 점점 위축되고, 타인의 존재에 짓눌리는 때가 늘어난다. 그때마다 조금씩 접힌 내 존재의 주변부가 차곡차곡 안으로 말려든다. 이 세상에 내 부피 한 뼘 펴보기가 어찌나 어려운지. 그리고 그걸 남 탓으로 하기는 또 어찌나 쉬운지. 나는 분명 맘껏 사랑해본 사람보다 멋모르고 미워해본 사람들이 훨씬 많다. 그런데 또 다시 이런 자기 검열은 내 안을 더 구깃구깃하게 만든다.


그래서 다시 나는 고독한 방으로 구겨진 몸을 집어넣는다. 고독은 필요한 것이다. 가끔은 아주 많이. 나를 위로해줄 수 있는 것이 가끔은 나밖에 없다. 앞으로는 종종 나밖에 없을 테지. 고독한 방에서는 나를 조금 더 쉽게 용서하는 법을 배운다. 나를 누구보다 쉽게 용서해줄 사람은 나밖에 없으니. 나를 존재하게 하는 것은 나일지도.


아무쪼록 모두가 구깃해지더라도 몇 번을 다시 펴지며, 그렇게 자유롭게 살았으면 좋겠다. 스스로를 용서하고, 위로하며, 자신의 마음에 편히 기대어 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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